“어르신들의 불편 어떻게 뿌리칩니까”
하동군, 수도지킴이 이대식씨 22년째 노인·저소득층
옥내누수 무료 수리 ‘화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지난달 말 오후 하동군 하동읍 동교동 김모(72) 할머니댁. 한 중년 남성이 수도 계량기 옆에서 시멘트 포장 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 얼굴을 한 이 남성은 하동군 상하수도사업소 소속의 상수도 관리원 이대식씨(52).
이 관리원은 이날 계량기 옆 바닥에서 수돗물 샌다는 김 할머니의 요청을 받고 출동해 직접 땅을 판 뒤 고장 난 관로를 수리하고 시멘트로 되 메우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상수도 관리원은 보통 일반가정집 밖의 수도 관로에 문제가 있거나 누수가 생길 때 긴급 출동해서 수리·보수하는 일이 주요 업무지만 하동군 수도급수조례상 집안에서 이런 일이 생길 때는 집주인이 수리하도록 돼 있다.
설비업체나 누수탐사 전문가 등을 불러 수리할 때 드는 비용도 당연히 집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 관리원은 이날 수리 장비와 시멘트 같은 자재를 직접 가지고 가서 무료로 고쳐줬다.
상하수도 사업소의 상수도 관리원은 그를 포함해 모두 12명. 이들은 수돗물이 공급되는 하동읍과 금남·금성·진교·옥종면 등 5개 읍·면의 누수 탐사와 수리, 계량기 검침, 관로 순찰, 수도료 체납징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하동읍을 담당하는 이 관리원은 이들 고유 업무 외에도 김 할머니댁에서 고장 난 수도를 고쳐주는 것처럼 혼자 사는 노인이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다니며 ‘과외 업무’도 마다치 않는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은 수도꼭지에 조그마한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고 설비업체를 부르는 것도 마땅찮아 관리원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뿌리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런 일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넘는다. 1990년 하동읍사무소에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그는 상하수도사업소로 업무가 이관된 이후에도 줄곧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고충을 생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소위 ‘과외 업무’가 한 달에 보통 열 댓건. 동파가 많은 겨울에는 하루에 한두 건 이상 생길 때도 있다. 급한 전화가 올 때는 한 밤 중에 출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게 이들 수도 지킴이들이 업무상 당연히 해야 할 일 말고도 ‘과업 업무’까지 합치면 한해 수리 건수가 2000건이 넘는 셈.
실내 수도꼭지 연결부위 누수를 비롯해 관로 누수, 물탱크 볼탑 고장, 좌변기 고장 등 그가 수리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어르신들이나 장애우 같은 이들에게는 답답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수리 받은 입장에서는 관리원들의 작은 정성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수리를 마치고 나면 간혹 수리비나 자재비를 주는 분도 계시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받을 수 없죠. 그냥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그만입니다.”
주민들의 작은 불편도 내 일처럼 일하는 이런 숨은 일꾼들 덕에 군민은 행정의 대민 서비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대식 관리원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여러 사람에게 알린다는 게 쑥스럽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불편을 들어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