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캠핑 마니아 1200명 하동서 어슬렁
하동군, 30일∼10월 3일 제1회 가족캠프…
평사리공원 텐트 300동·악양 어슬렁
‘빨리빨리’가 늘 입에 붙어 있는 가쁜 일상생활. 하지만 바쁘게 살기 때문에 놓치는 것도 많다. 대신 조금은 느리게 어슬렁거리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도 많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넉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발밑의 풀들과 인사하고, 나뭇가지의 손짓에 화답하면서 느림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자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어도 좋다. 기분 좋은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고, 향기로운 풀 내음에 킁킁거리면서 느긋한 여유로움을 채우는 것도 괜찮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있고, 들판에는 곡식이 익어가는 청명한 가을날 슬로시티 하동 악양·화개면 일원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어슬렁거리기 캠프가 마련된다.
행사 이름은 ‘제1회 하동군과 전국 캠핑 마니아들이 함께 하는 어슬렁 가족 캠핑’. 오마이텐트와 캠핑 앤 바베큐가 공동 주최하고, 이츠스토리가 주관한다. 하동군·하동화력·악양농협·하동축협·CJ·코베아·사색의 향기가 후원한다.
캠프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열린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전국의 캠핑마니아 가족 1200여명이 참가한다.
행사 주제는 ‘하동과 캠핑의 만남! 왜 하동인가?’다. 왜 하동일까. 하동은 가을이 있고, 문학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느림과 여유가 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지 최참판댁, 김동리 단편 <역마>의 무대 화개장터, 이병주 선생의 <지리산>이 있는 문학의 고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섬진강과 민족의 영산 지리산, 왕의 녹차와 차 시배지, 쌍계사와 아자방의 칠불사, 청학동이 있는 자연과 역사의 땅이다.
그뿐인가. 넉넉한 인심과 슬로푸드, 토지길과 섬진강 트레킹 코스, 지리산 둘레길이 있는 길의 고장이자 슬로시티의 본거지다.
그래서 여행 전문가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하동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하동에 전국의 캠핑 마니아 가족이 모인다. 악양면 평사리공원 캠핑장과 섬진강변 백사장에 텐트 300동을 설치하고, 슬로시티 악양면과 녹차 시배지 화개면 일대를 어슬렁거린다.
어슬렁거리기는 걷기 체험과 문화체험, 공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30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10월 1·2일 이틀 동안 슬로시티 마을의 악양길과 쌍계사와 화개장터가 있는 화개길, 그리고 달빛이 흐르는 섬진강 백사장을 걷는다.
어떠한 규칙도 제약도 없다. 그저 어슬렁거리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면 그만이다. 걷기가 버거우면 콘서트장을 어슬렁거려도 좋다.
가야금 병창(이명숙 국악협회 하동지부)과 하동합창단(장현주 등 5명) 공연, 7080을 위한 섬진강빅밴드의 콘서트 같은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가족이 함께하는 아이들 장기자랑과 가족사랑 발표 대회도 있다.
문화체험 기회도 주어진다. 그 중에서 다도체험이 으뜸이다. 왕의 녹차의 고장인 만큼 녹차 만드는 과정을 손수 체험할 수 있다. 다도체험은 화개면 차문화센터에서 한다.
최참판댁에서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며 서희와 길상도 만날 수 있고, 얼마 전 복원된 토지마을을 둘러보며 <토지>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또 최참판댁에서는 슬로라이프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고,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길 기회도 있다.
녹차·매실장아찌·나물류·된장·고추장 같은 슬로푸드도 구입할 수 있고, 하동배·재첩·솔잎한우·솔잎돼지고기 같은 하동지역 농·특·수산물도 맛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하동에서 전국의 캠핑 마니아 가족을 맞게 돼 뜻 깊다”며 “이번 캠프동안 모든 참가자들이 바쁜 일상을 잊고 슬로시티 하동을 마음껏 느끼고 느긋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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