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어르신 16년째 이웃사랑 실천
하동군, 악양면 손현모 옹 매년 설 명절 때 저소득 가정에 쌀 50포 전달
농촌에서 노인회장을 지낸 90대 어르신이 16년째 남모르게 이웃 사랑을 실천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하동군에 따르면 악양면 정동리에 사는 손현모 어르신(90)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 어려운 이웃에 전해 달라며 20㎏들이 쌀 50포대(시가 20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
이에 악양면사무소는 이날 면내 30개 마을 중 혼자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 등 저소득층가정에 세대당 쌀 1포대씩을 전달했다.
손현모 어르신은 한때 대한노인회 악양면분회장을 지내면서 노인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한 것은 물론 지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설 명절 때 백미 50포대를 어려운 가정에 전달하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해 왔다.
이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꺼려하며 인터뷰를 사양했으나 계속되는 질문에 사진은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적에 곤란하게 살아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더구나 그 때는 쌀이 귀해서 쌀 밥 먹기도 쉽지 않았고요. 요즘에야 워낙 쌀이 흔해서 누구나 쌀밥을 먹지만 그래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손 옹이 16년째 이웃사랑을 실천한 것은 어렸을 적에 고생한 경험과 노인회장을 하던 1996년 경로당에서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한문과 도덕을 가르치면서 받은 수당이 계기가 됐다.
손 옹은 당시 받은 수당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해 쌀 30포대를 사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여년 전 부인과 사별한 손 옹은 연세가 들어 농사일을 하진 못하지만 자녀들(6남매)이 여행하라고 주는 경비와 용돈 등을 모아 첫해 30포대에 이어 다음해부터 매년 50포대를 구입해 이웃에 나눠주고 있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손 옹은 “인근 정서리에 사는 큰아들과 며느리가 식사를 챙겨주고 있어 생활에는 불편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여력이 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악양면 봉대리에 사는 문선식(72) 어르신도 20㎏들이 쌀 11포대(시가 44만원 상당)를 구입해 지역의 저소득 가정 10세대와 마을 경로당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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