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 쐬며 찻잔에 어린 달빛 차 한 잔
제17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 3일째 ‘다정(茶情)의 장’
섬진강 달빛차회 성료
고요한 달빛이 은빛 모래사장에 살포시 내려앉은 4일 밤 슬로시티 하동 악양면 평사리 공원 섬진강변.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하얀 달이 모습을 드러낼 즈음 전국의 수많은 차인과 야생차문화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삼삼오오 백사장으로 모여들었다.
강변의 드넓은 백사장에는 차나무가 있는 5개의 대형 찻자리와 50여개의 들차회 자리가 마련되고, 강에는 형형색색의 유등이 불을 밝혀 편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년토록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전통음악 연례악(宴禮樂) ‘천년만세’가 행사장을 울려 퍼지면서 마침내 잔치가 시작됐다.
섬진강 달빛차회다. 차수연회(茶壽宴會)·대한민국 차인한마당과 더불어 제17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 대표 프로그램의 하나다.
섬진강 달빛차회는 (사)한국차문화협회가 준비하고, 부산대 문화예술영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남기성씨가 연출을 맡았다.
행사장에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백사장에 마련된 찻자리에서 달빛이 어린 차를 맛보며 정담을 나누는 자연스런 분위기이지만 편의를 위해 순서에 따라 차회가 진행됐다.
먼저 초롱을 든 다동(茶童)들이 길을 잡고 이어 관람객들에게 차를 대접할 팽주(차인)들과 관람객이 들차회장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차회는 막이 올랐다.
차나무 앞 찻자리에 초롱을 매달아 불을 밝히고, 들차회 자리를 정화하는 ‘여는 춤’과 ‘행다 시연’에 이어 조유행 군수를 비롯한 5명의 내빈이 차나무에 차를 올리는 헌다례가 진행됐다.
행사장에 모인 모든 관람객을 대신해 차를 내어준 하늘과 땅,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올리는 의식이다. 그리고 여민락(與民樂)이 잔잔하게 울리는 가운데 5명의 내빈이 관람객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하는 ‘접빈다례’가 끝난 뒤 들차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차회에 모인 수많은 관람객은 백색 빛깔의 모래사장에 펼쳐진 찻자리를 옮겨 다니며 찻잔에 어린 달빛 차를 마시고 풍류를 즐기면서 정담을 나누었다.
태평무와 대금독주, 시조창 같은 춤과 노래가 은은한 차와 어우러져 달빛차회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차분하면서도 넘치지 않은 흥취로 1시간 가량 진행된 들차회가 끝나고 차인과 관람객들은 밝은 달을 벗 삼아 맑은 물 섬진강가 은빛 모래밭을 걸으며 강변 차나무로 향했다.
관람객들은 차나무에 천과 소원지를 매달고 초롱으로 불을 밝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달빛차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동의 멋진 자연환경과 고품격의 차문화를 접목해 진정한 풍류를 제공하는 섬진강 달빛차회는 어두운 강변을 부드럽게 밝히는 달빛과 따뜻한 차가 어우러져 다른 어느 축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매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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