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그치면 무지개는 반드시 뜬다
하동군, 황정실 씨 경남신문 주최
경남 다문화가족 체험수기 공모 대상 영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스물여섯에 어머니의 고향 대한민국에 대한 꿈과 환상에 젖어 2000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황정실 씨(38·중국).
남편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그는 화려하게 펼쳐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가슴 부풀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남편과 함께 시골집에 도착한 그는 그렇게 결혼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나 결혼식도 드레스도 신혼여행도 아무 것도 없었다. 무뚝뚝한 남편, 잔소리 심한 시어머니, 고된 농삿일, 언어장벽. 외로움과 설움이 복받쳤다.
하나같이 쉬운 게 없었던 그해 11월 보석 같은 큰아들 보석이가 태어났다. 힘겨운 결혼생활을 다잡고 새 출발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생활은 호전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와 남편은 각자 살고 있었다. 심지어 남편과 방도 따로 쓰고 밥도 따로 먹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 빚 독촉까지 시달려야 했다. 빚을 갚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늘어만 갔다. 마침내 친정어머니가 준 패물까지 팔았다.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마주 앉았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며 눈물까지 보이며 미안해 했다. 남편의 손을 잡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술 취한 날이 늘어났고, 몸도 야위어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간암이었다. 병원을 오가며 간병이 시작됐다. 그 와중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러나 남편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남편이 떠났다. 남편이 떠난 자리엔 빚만 남았다. 빚 갚을 엄두가 나지 않아 상속을 포기했다. 집도 땅도 모두 넘어갔다. 길바닥에 나앉은 가족은 먼 친척의 도움으로 그 집에 들어가 살았다.
어려운 소식을 들은 복지사가 찾아왔다. 상담 끝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살고 있다. 지금은 마트에서 일하며 장차 군인이 되겠다는 아들 둘과 함께 비온 뒤 떠오를 아름다운 무지개를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하동군 금남면에 사는 황정실 씨가 경남 다문화가족 생활체험 수기 공모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내 인생의 소나기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려나’의 요지다.
황 씨는 30일 경남신문 1층 엘리시아 웨딩홀에서 열린 체험수기 공모 시상식에서 상금 100만원과 부상으로 친정나들이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
다문화가족 생활체험 수기 공모는 경남지역 결혼이민자와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경남신문이 주최하고 경남도·경남도교육청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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