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소풍 다녀오세요’
하동군, MBC 자원봉사 희망프로젝트
‘나누면 행복’ 다문화가정 1일 봉사활동
탤런트 박슬기·적십자봉사회원, 악양 이선희씨 집서…
가족은 소풍· 28일 방영
“농사일에다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농사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지난 17일 오전 10시 국제슬로시티로 널리 알려진 하동군 악양면 성두마을 다문화가정 이선희(49·마나이사이 엘브라)·이상수(53) 부부 집.
인기 탤런트 박슬기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16년째 농사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생활하는 이씨 집을 찾아가 이씨 가족은 나들이를 보내고 이씨 부부의 농사일을 대신했다.
박슬기가 천리 길을 마다않고 이씨의 집을 찾은 건 국내·외에서 도움이 필요한 봉사현장을 찾아가 나눔을 실천하는 MBC 자원봉사 희망프로젝트 ‘나누면 행복’ 프로그램의 일환.
이날 박슬기와 동행한 자원봉사자들은 MBC 김대호 아나운서와 대한적십자사 하동군부녀봉사회 이하옥 회장을 비롯한 부녀회원 6명 등 모두 8명.
이날 오전 이씨의 집을 방문한 박슬기와 자원봉사자들은 이씨 가족과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마을 뒤꼍에 있는 고추밭으로 가서 탐스럽게 익은 고추를 따며 일손 돕기를 시작했다.
고추 따기 작업을 시작한 박슬기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만능 엔터테이너답게 다양한 유머와 노랫가락을 섞어가며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로움을 드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각자 책임량을 채운 자원봉사자들은 막걸리와 파전 등 스스로 요리한 새참으로 허기를 달랜 뒤 고추밭 인근의 토란 밭으로 이동해 토란대의 못쓰는 곁가지를 쳐내고 일부 토란대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어 이들은 막 이삭이 패기 시작한 마을 앞 벼논으로 옮겨가 허리를 구부린 채 벼 속에 숨어 있는 피와 잡초를 솎아내며 힘들지만 뿌듯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같은 시각 이씨 부부와 딸 은주(중 3)·은진(중 2), 막내 성욱(초 6년) 군 등 다섯 가족은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섬진강변의 평사리공원과 강가에서 나들이를 즐겼다.
국제결혼 주선단체의 소개로 1996년 결혼한 뒤 16년째 줄곧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선희 씨는 시어른을 모시며 살림살이에다 농사일, 그리고 3년 전 인근 악양공설시장에 문을 연 신발가게까지 도맡다보니 가족끼리 이렇다 할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했다.
특히 이씨 부부는 악양면의 대표 농·특산물 중의 하나인 대봉감(3300㎡)을 비롯해 단감·밤·매실(6600㎡) 등 각종 과수농사에다 벼농사(4600㎡), 밭농사(6600㎡)까지 한꺼번에 짓다보니 눈코 뜰 새가 없다.
MBC의 대국민 기부 프로젝트 덕에 모처럼 소풍에 나선 가족은 평사리공원 앞 섬진강에서 물놀이도 하고,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가족 간에 따뜻한 대화도 나누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선희 씨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예인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게 돼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농사일이 힘들긴 하지만 주위의 사랑과 관심이 높은 만큼 화목하게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MBC 자원봉사 희망프로젝트 ‘나누면 행복’은 MBC 외주업체인 온다컴(연출 배용근) 촬영팀이 자원봉사자들의 농사일과 가족나들이 모습 전반을 촬영해 오는 28일 12시 10분 전국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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