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민속놀이와 연날리기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옛날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함께 나누고 어울리며 살아왔을까? 우리의 선조들이 소중하게 지키고 살아온 우리의 땅이었기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후손들은 선조들이 남겨주신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살아가야 한다.
설이 지나고 새해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한가한 때가 있다. 정월초하루 세배가 끝나고 아이들은 연날리기, 아낙들은 널뛰기, 마을마다 당산제를 지내며 좀 따뜻하면 큰 나무에 그네를 매고 하늘을 나는 그네뛰기, 씨름대회, 윷놀이, 지신밟기를 하며 정월보름 달집태우기를 끝으로 놀이가 끝나고 일 년 농사가 시작되었다. 200여 년 전 조선후기 헌종(1835-1849)때 정약용의 둘째아들인 정학유(丁學游)가 당시 농민들을 위하여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보면 그달 그달 할 일을 월별로 적어놓은 행사표인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예부터 내려온 농사와 세시풍속, 놀이 행사는 물론 제철 음식과 명절 음식 등 우리의 미풍양속을 월별로 나누어 교훈을 섞어가며 노래로 알려 주었다. 구한말 1904년 우리나라에 왔던 미국의 교육자였던 ‘와그너’는 학교를 세우고 우리의 민속 문화의 진귀함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에는 조선의 어린이들은 연날리기를 가장 좋아하고 또 그 기술도 탁월하다. 정초가 되면 하늘에는 수백 개의 아름다운 연들이 나는데 그 대부분은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이다. 연줄에는 우선 풀을 입히고 그 다음에는 돌가루나 쇳가루를 입힌다. 두 소년이 얼레를 교묘히 조정하면서 하는 ‘연싸움’을 보는 것은 멋진 구경거리이다. 소년들은 민첩하고도 분주하게 이리저리 연을 움직인다. 수많은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간다. 연날리기는 서양에서는 기원전 4세기 무렵에 그리스의 과학자 아키타스가 처음 고안했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무장 한신이 연을 이용하여 적정을 탐지한 것이 연의 시초라 하고 우리나라 연날리기 역사 기록은 삼국사기에 처음 보인다. 선덕여왕 때 별이 궁성 가까이에 떨어져 왕이 패할 징조다 라는 반란군이 퍼뜨린 헛소문 때문에 민심이 흉흉해지자 김유신이 허수아비에 불을 붙여 연에 매달아 띄워 어제 저녁에 떨어졌던 별이 도로 하늘로 올라갔다고 소문을 퍼뜨려 민심을 수습하여 반란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또한 고려 말 최영장군과 조선왕조의 충무공에 관한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당시 최영이 제주도(탐라국)에서 일어났던 목호(牧胡 목축하는 몽고사람)의 난을 평정할 때 (1374) 병선에서 병졸을 연에 매달아 띄워 절벽위에 상륙시켰으며 또한 불덩이를 매단 연을 성안으로 날려 보내 성안을 불태우고 공략했다고 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이 섬과 육지를 연락하는 통신 수단으로 연을 이용했다고 한다. 연날리기가 널리 일반 사회에 보급되어 세시풍속으로 자리하게 된 시기는 대략 영조(1725-76) 무렵으로 추정된다. 이에 관한 기록을 보면 (동국세시기) ○○○ 아이들, 집안 식구, 아무 해 무슨 생 몸의 액을 없애 버린다 라는 글자를 연 뒤에 써서 그 연을 띄우다가 해질 무렵에 연줄을 끊어 버린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정월보름날은 액막이 또는 연 날이라 하여 수많은 연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연 바탕에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축원문과 연 날리는 사람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써서 날려 보내면 지난해에 묻혀온 모든 액과 앞으로 일 년 동안 있을 나쁜 운수가 없어진다는 속신이 있다. 이를 송연(送鳶) 한다고 하였다. 이는 새해를 좀 더 복되게 맞이하려는 민중의 소박한 염원의 표현인 것이다.
희망찬 내일을 위해 송액영복을 기원하는 연을 높이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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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0 11:0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