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 군산지청 서민주 검사, 검찰시민위 의견 들어 기소유예 처분 -정신장애 등 딱한 사정 감안, 스토리텔링으로 시민위원들에게 설명
정신장애를 앓던 중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버스터미널에 버려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된 A씨(24,여)에게 검찰이 검찰시민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서민주 검사
특히, 이 사건을 배당받은 군산지청 서민주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A씨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과 정신장애 등의 어려운 사정을 파악한 후 A씨의 어린 시절부터 사건 전반에 이르기까지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 검찰시민위원들에게 상세히 들려주는 등 법과 인정이 공존하는 균형잡힌 자세를 보여 훈훈함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00시 00동 000번지 찾아주세요. 꼭이요' 라는 서툰 메모와 함께 분유와 기저귀 가방을 옆에 놓고 고속터미널 화장실에 자신의 2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한 여학생이 아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메모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다. 그곳은 버려진 아이의 외할머니가 사는 단칸방이었다.
A씨의 죄명은 '영아유기'. 이 사건을 송치 받은 군산지청 S여검사는 A씨에 대한 처벌을 고민하기 전에 이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앞섰다.
검사이기 전에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서검사는 먼저 아이를 돌보고 있는 외할머니를 만났다.
서검사는 외할머니로부터 아이 엄마인 A씨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매일같이 얻어 맞고, 초등학교때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오다 20살 때 정신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는 등 불우한 생활을 해오다가 임신까지 하게 된 사실을 전해 들었다.
아이의 외할머니로부터 애 엄마와는 연락이 안된다며 할머니 자신이 아이를 키우겠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혼자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서검사는 곧바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시청 사회복지과에 아이의 딱한 사정을 말하고 살펴보도록 한 후 분유값과 기저귀갑 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후 서검사는 군산·익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매월 일정액을 지원하고, 시청에서는 아이를 외할머니 세대원으로 등록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도록 했으며, 건강가정지원센터에도 아이에게 관심을 갖도록 부탁했다.
아이와 외할머니의 생계 수단을 마련해준 서검사에게는 이제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A씨에 대한 처벌만 남게 됐다.
조사 결과 A씨에 대한 정신진단은 '지능지수 71. 사회화된 행실장애 등의 심각한 행동장애로 나왔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서검사는 '매정한 엄마인가? 동정의 대상인가?'를 놓고 검찰시민위원들의 의견을 묻기로 했으며 마침내 지난 15일 군산지청 소회의실에 의사, 회사원, 미용실 원장, 택시기사, 주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군산지청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렸다.
서검사는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기관인 검찰로서 시민위원들에게 사건을 설명할 때에도 범죄사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엄정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A씨 인생 전체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A씨의 어린 시절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사기록 구석구석에 있는 사실들을 모아 스토리를 구성해 가감 없이 들려줬다.
"자식을 버린 패역한 엄마라는 범죄 사실 이면에 이처럼 딱한 사연이 있다니…" 처음엔 범죄사실만 보고 고개를 가로젓던 시민위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아픈 스토리에 몰입해 나지막한 한숨을 쉬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시민위원들은 “이 여성에게 벌금이나 징역형을 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당연히 선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딱한 처지의 여성을 우리 사회가 보호하지 못한데 함께 책임감을 느낍니다. A씨가 정신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사회인이자 떳떳한 엄마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면서 한 시간여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기소유예 의견을 내놨다.
다음날 서검사는 위원들의 의견대로 A씨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또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및 시청과 연계해 A씨의 피해자와 보호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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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4 07:2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