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도 사랑이 있는데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최근 들어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 사건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오르내리고 있다.
한 컨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친구가 친구를 가해하는 사건들이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다른 한 컨에서는 종교 간의 쟁의로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간다.
왜 이런 사건들이 날이면 날마다 일어날까?
어떤 종교인들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이 말세의 징조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과 효의 개념이 사라져 가기 때문이라 말한다.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되어있는 효자 열녀는 어림잡아 수천 명이나 된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효자. 열녀가 많아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한국에서 수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웃어른을 공경하고 대가족제도하에 가정교육이 남다른 우리의 풍속이라 하였다.
「효」를 나라에 바치면 애국이요 충이다. 효를 향토에 바치면 애향이요 친구 간에 바치면 우정이요 부부간에 바치면 사랑이다. 하찮은 짐승도 사랑을 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이하여 원숭이의 사랑에 대해 알아보자.
근래 인도에서는 원숭이 사랑(순애보)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원숭이가 고압전선에 감전되어 죽자 아내원숭이가 슬퍼하여 결국에는 고압전선에 뛰어올라 순사(殉死)했다는 순애보이다. 또 개코원숭이(남편)가 사나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게 되면 암놈은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새 짝을 찾아 떠나 버리는데 새끼들은 끝까지 애비 곁에 남아서 이를 지킨다. 새로운 적에게 당할까봐 지키는 것이다. 우직한 새끼들은 끝까지 굶주림을 참고 애비 곁을 떠나지 않은 채 지키다가 애비와 함께 굶어죽는다.
또 날짐승 중 효조가 있다. 반포(反哺)라는 말은 효성스런 새, 까마귀를 두고 한 말이다. 새끼 까마귀가 자라 늙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여 기른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날짐승이나 네 발 짐승도 새끼를 사랑하고 제 어버이를 섬긴다. 사나운 호랑이도 새끼를 위해서는 자기의 굶주림도 돌보지 않은 채 발톱으로 먹이를 찢어서 먼저 새끼들에게 먹인다. 새끼들이 배불리 먹고 난 뒤에야 어미, 애비는 그 찌꺼기로 배를 채운다는 것이다.
벌은 난초꿀을 모아 맨 먼저 여왕벌에게 진상한다하여 충(忠)이 있다고 하고 염소는 어미젖을 빨 때 반듯이 무릎을 꿇는다고 하여 효(孝)가 있다 했으며 제비가 3년 동안 한 집에 들어와 살면 죽을 사람을 살린다는 반혼석(反魂石)이나 보은박씨로 보답한다하여 은(恩)이 있다 했으며 수달은 물고기를 잡으면 반드시 먼저 제사를 지내고 먹는다고 하여 예(禮)가 있다 했다.
고향사랑이 대단한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숨어 살았던 구멍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죽는다 하여 호사수구(狐死首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비유)라는 말이 있다. 짐승조차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야 말 해 무엇하랴.
선거철만 되면 향토를 사랑한다는 인사들이 많아진다. 그들은 향토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인가 잘 살펴보자.
효도란 개코원숭이의 희생적 효도처럼 일종의 본능이 시키는 일이다. 배고픈 자신을 돌보지 않고 먼저 새끼들의 배를 채우려는 호랑이의 사랑 역시 본능이 시키는 일이다. 천륜(天倫: 부자형제가 지켜야 할 도리)이라는 것이다. 짐승이 도덕을 지킨다는 것은 그 짐승의 특유한 습성이 인간의 눈에 도덕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거나 도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도덕적 동물을 양산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삼강오륜이 지배윤리로 전해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을 도덕적으로 보는 시각이 별나게 발달했다.
오늘날 우리는 천륜과 효가 무너지는 암울하고 비도덕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비도덕적 사회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치열한 경쟁사회는 결국 인간성보다 능력위주의 사람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었고 나의 경쟁상대를 넘어서야만 하는 매몰찬 사회구조가 가져다 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인성을 키우는 선행학습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결국 오늘날과 같은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들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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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1 16:45: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