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색 깊은
민속자료와 돌무지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우리민족의 생활문화 특색을 나타내는 것 중 의식주, 생산과 생업, 교통과 통신, 사회생활, 신앙, 민속예능 등 우리만의 생활사가 갖는 특징을 잘 보여주고 전통적인 생활사의 추이를 이해함에 있어 그 가치가 인정되는 자료를 민속자료라고 한다.
많은 민속자료 중 마을 굿(당산제, 기우제, 산신제), 돌무지, 당산, 풍물굿, 민요, 설화 등 그 고장 특유 민속자료가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 마을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알려져 학술적 연구와 관광객의 관심을 끌게 한다.
또한 고향을 찾는 후손들에게 무한한 향수를 갖게 한다. 민속자료 중 흔히 볼 수 있는 돌무지는 누석단(累石壇), 서낭당, 조산, 석돈, 조탑, 돌산, 탑거리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남원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돌무지는 30여 곳에 잔존하고 있다. 교룡산성내 산신단에 있는 누석단이나 광한루원 경내의 누석단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제단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돌무지는 당산의 복합요소로써 마을 입구나 산길에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에 있는 돌무지는 산길을 넘는 사람들이 산신령께 무사를 기원하고 재를 넘나드는 사람이 많으면 돌무지는 그 만큼 크고 마을 들머리에 있는 돌무지는 마을 경계를 알리면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머문 곳으로 주로 장승이나 짐대, 입석 등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당산은 무사 안일과 연중 무병을 기원하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한두 번 모여 동제를 지내는 성역이었다.
남원 우체국 경내에는 예부터 석돈(石墩)이란 큰 돌무지 당산이 있었다. 이런 석돈이 남원 성내 여러 곳에 있었으나 모두 없어지고 이곳만 남아 전북민속문화재(제28호)로 지정·보존되어 있다.
남원향토지인 용성지 고적조를 보면 석돈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옛 노인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객관 뒤에 석돈이 있었는데 꽃들과 나무들이 무성하고 푸르며 때에 따라 두견새가 울기도 하였다. 성안에는 역시 많은 석부(돌무더기 언덕)들이 있었으며 쌓이고 쌓여 높은 무덤 모양 처럼 되어있었다. 그때에는 지역사회가 융성하였고 인물이 번성하였다. 그런데 아사(관청건물)를 증수하고 창건할 때 그 돌을 헐어다가 이용하고 그 작은 언덕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면서 그 후로는 읍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재산이 위축되기 시작하고 인재도 성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남원의 현실과 비교되는 이야기라 하겠다. 남원에는 인걸이 없다는 말인가! 남원 발전을 이끌고 나갈 시민들의 주체가 없어서인가! 지금 유일하게 잔존하는 우체국 경내의 석돈 역시 우체국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돌무지를 헐어내고 당산나무를 자르며 평탄작업을 하던 중 석돈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에 부딪치게 되어 남원문화원에서는 유지들과 뜻을 같이하여 1984년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남원법원에 제소하였다.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 공사를 중지시켰다가 석돈을 복원한다는 조건부로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석돈을 복원하고 매년 10월10일 문화의 날에 남원문화원이 주관하고 남원무속인협회 회원들과 한우물농악단의 협찬으로 남원당산제가 열리게 되었으며 이후 당굿은 유명해졌고 남원무속인들은 전국무속경연대회에 출연하여 1등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석돈에서 당산제를 재현하면서 찬사와 비난 등 많은 희비가 있었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당산신앙이나 짐대신앙, 장승신앙, 풍수사상은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국민들과 더불어 이어오고 있고, 특히 당산신앙은 우리나라 건국신화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마을마다 그 고장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지켜지고 보전되고 있으나 구시대의 유산이라 하여 천시되어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고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민속자료가 잔존하고 있어 민속 문화의 보고로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민속자료를 향토색 깊은 농촌 가꾸기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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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3 1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