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성 북문 복원 · 구 남원역 활용방안과 남원, 남원인.
2014. 10 한병옥
1. 급박하게 전개된 상황과 변화
(생략)
2. 구도심의 활성화 - 사활을 걸어야 할 남원의 과제.
사람이 보여야 장사를 하고 장사가 잘 돼야 사람이 모여든다. 그런데 인구는 줄어든다. 인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남원의 옛 도심이 황폐화 된 이유이겠는데 방법이 있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광한루원의 관광객을 춘향테마파크로 끌어내고 있다. 이제 그 답사객을 구도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꼭 찾지 않을 수 없는 거점을 북쪽 어딘가에 만들어야 한다. 광한루원에서 구 남원역은 걷기에 좀 멀다. 들를 수 있는 중간 거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용성관이고 남원부 관아다. 복원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코스를 연결하면 차를 타고 지날 수 없게 된다. 걷는 것이 더 자유롭고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촌은 광한루원에서 너무 가깝게 조성되고 있다. 광한루원 후문을 나와 예촌만 둘러보고 빠져나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인구를 시내권으로 끌어오는 방안은 관아와 용성관 복원에 있으며 최종적으로 남원역 부지에서 포만감으로 만족하게 해야 한다. 이를 역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남원역 부지에 주차장을 만들고 광한루원이나 춘향촌에서 마무리하게 하면 된다. 어떻든 남원역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는 남원의 구도심을 살려내느냐 그냥 방치하느냐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이 사이에 남문지가 있으나 남문만이 아니라 동문이나 서문은 현실적으로 복원하기가 어렵고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남원성 전체를 복원하느냐 마느냐와 연결된다고 본다. 그러나 북문지는 다르다. 그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충분 필요조건에 넘치게 간직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손을 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바른 정신과 목표, 그리고 치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그 의미와 조건과 가치를 살려내고 남원을 살려 낼 수 있다.
3. 철저하게 파괴되어 더욱 소중한 자산 - 구 남원역.
운봉읍에는 ‘황산대첩비지’가 있다. ‘황산대첩비’가 아닌 것은 대첩비는 파괴되어 새로운 비를 만들어세워 터의 뜻인 지(址)가 붙어있다. 새로 만들어 세운 비는 장대하다. 그런데 특별한 사람(연구자들이나 한문학에 능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막상 이 비에 흥미를 보인 사람은 별로 없다. 옆에 조그마하게 만들어 놓은 ‘파비각(破碑閣)’에 더 큰 흥미를 보이고 안타까워하면서 일제의 잔학함에 분노를 일으키고 적개심까지 불태운다. ‘어휘각’에 가면 거의 허탈감을 느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그 황산대첩이 구 남원역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산대첩비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월 일본 경찰의 사주에 의해 조선의 소방관이 폭파시켜 파괴되었으나 그 이전에 이미 알아볼 수 있는 글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뜨려 놓았다. 일제는 자기네 선조 왜구(倭寇)가 이곳 황산에서 철저하게 궤멸되었다는 사실의 증표와 기록을 두고 보지 못한 것이다. 정으로 쪼아낸 것으로도 부족하여 아예 폭파 시켜버린 것인데 이러한 그들의 의식과 보복은 이미 남원역 건설 때부터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의 의식속에는 황산대첩의 치욕에 대한 분풀이도 이미 계산되고 있었을 것이었다.
일제가 1930년대 당시 전라선을 만들면서 남원역을 남원성 북문 앞에 건설한 이유에 대하여는 누누이 밝혀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제 북문터가 시굴 작업으로 확연하게 밝혀졌고 따라서 북쪽 성벽(북벽)은 더 발굴해 볼 필요도 없이 분명해졌다.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심을 일소해 준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추정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태도에서 완전히 벗어날 생각이 없는 일제 만행은 접어두기로 하자. 다만 분명하게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 얘기 해 보자.
남원성의 북문은 북쪽성벽의 동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북벽의 정중앙은 만인의총 본무덤 근방이다. 정유년 남원성 전투 당시 남문, 동문, 서문이 차례로 무너지고 성내의 민,군,관은 이복남 전라병사가 지키고 있던 북문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음은 추정일 수 없은 당연한 일이다. 북문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었으니 성내 주민은 대체로 북문의 서쪽에 치우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거기가 남원성의 마지막 싸움터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리에 정확하게 남원역 역사(驛舍)가 자리잡고 있고 그 일대에 남원역 여객홈(프래트홈)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남원의 모든 사람이 남원역을 옮기기 전(2004.8.5.이전)까지 그 선열들의 핏자리를 밟으며 열차를 타고 내렸다. 그 동선(動線)은 고정되어 있다. 역광장 ↔ 대합실 ↔ 여객홈 ↔ 승하차였고 정확히 선열들의 마지막 전장(戰場)이었으며 피흘리고 죽어간 순국의 현장이었다. 단 한치의 추측도 추정도 없는 사실이다.
이 건너, 그러니까 북벽의 중앙(동•서길이에서) 즈음에 만인의총 본무덤이 있었다. 일제는 이 본무덤 자리 일대를 증기기관차의 석탄똥(재)을 버리는 자리로 만들어 석탄똥을 만인의총에 버렸다. 이는 이 일대가 지대가 낮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북문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만인의총 본무덤 자리가 그 자리일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그 많은 시신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저지대(물이 고여 있거나 말거나, 큰 못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에 끌어다 넣고 묻어버릴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일을 누가 했겠는가? 왜군의 진격로에는 청야전술로 텅텅 비워 놓았고 수령과 군졸들은 모두 도망가버렸었다. 남원성에 와 그 시신들을 처리하는데 도와줄 인력이 있었겠는가? ‘생포할 놈은 한 사람도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남원성에는 왜군 말고는 시체 밖에 없었다. 그 시신들이 상하고 부패한 다음에야 한 사람 두 사람씩 들어와 본 사람들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저지대를 돋운 것이 선열들의 시신이었고 그 뒤에는 일제가 들여 온 증기기관차 철마의 석탄똥이었다. 이것이 추측이고 추정일 수 있는가? 남원부사, 전라병사, 접반사, 그 외의 장수들은 그래도 복장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한 사람의 시신도 따로하지 않았다. 공평, 평등, 차별없는 세상의 표본이었다 할 것이다. 그것이 시신을 치운 남원 주민들의 의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여객홈은 정확하게 남원역사와 본무덤을 가르고 양쪽에 대칭관계로 역사와 무덤을 두었다. 정확한 현장의 사실이다. 이 모두를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는 일제의 의도적이고 보복적인 천인공로할 현장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냥 현장 그 자체만으로의 가치가 확보되어 있는 현장이 구 남원역이다.
4. 일본과의 악연 - 570년의 남원, 그 현장 남원역.
똥을 자기 손으로 치우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380년의 황산대첩을 기록한 비를 두고보지 못해 완전한 패망기에 든 일제가 해방 당년에 조선인 소방관의 손으로 폭파한 것이 일본인이고 일제의 의도였다. 그런 그들이 1597년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가 정유재침 근본 목표였던 조선의 일본화를 패전으로 몰고 가게 한 역사의 현장 남원성 북문을 두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철저하고 완벽하게 파괴하고 흔적조차 없애려 하였다. 이를 입증해보려는 것이 필자의 노력이었고 시민단체의 풀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문헌자료를 찾아내야하는데 능력에 한계가 있다. 문헌자료 없이 번연히 보이는 역사현장이 있음에도 그렇다. 누가 도와주어야 할 것이며 누가 앞장서야 할 것인가?
남원역과 일제의 악연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남원의 동학농민혁명은 일본제국의 영향을 받기전에 사실상 막을 내려 일제와 연관시키기는 어렵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894년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후의 대세와 연관성이 없다할 수도 없다. 그런데 다시 남원만이 아닌 전라좌도 동학농민군이 민보군과 접전에서 패하여 마지막으로 탈출한 문이 남원성 북문이었다. 1894년 11월 28일(음)의 일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한반도를 38도선으로 나누어버린, 그래서 분단이 되고 3차 대전 촉발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던 한국전쟁, 6•25를 상기하면서 일본제국주의를 젖혀놓고 있다는 것이다. 해방에서 곧장 동서 냉전으로 넘어가버린다. ‘해방’은 있는데 그 ‘해방’자체가 사라져버리고 곧장 냉전이 된다. 뿌리를 잃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38도선도 없고 분단도 없으며 자연히 한국전쟁이라는 단군 이래 초유의 대참사도 없었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분단도 전쟁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방이 되면서 분단이 되었고 세계적인 냉전이 촉발되었으며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났고 지리산은 빨치산의 거점이 되었으며 그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한 거점이 남원이 되었다. 참담한 일이지만 그 덕분에 남원에는 방송국이 생겼고 비행장도 생겼었다.
그러나 비행장은 지리산에 삐라를 뿌리면서 귀순 홍보하는 역할과 고위층의 남원방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쓰였을 뿐이다. 자동차라고는 군용이 있을 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으로서는 전무했던 때이고 군용이라해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량 수송은 열차가 맡고 있었던 때였다. 한마디로 동족 상쟁의 무기, 병력, 군수품을 담당했던 것이 철도였으며 그 역할을 남원역이 맡아서 했었다. 그냥 보면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이지만 그 뿌리는 일제의 식민지화에 있었다는 것이다.
5. 역사를 지우려는 결과의 역설.
일제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철저하게 지우려했고 파괴해 없애려 햇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 중 아주 작은 단편이면서 한눈에 싹 드러나는 것이 황산대첩비의 파괴와 어휘각의 파괴였다.그런데 이제 파괴의 유흔이 황산대첩비지의 가장 큰 관광과 답사의 증빙 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이는 작은 규모여서 한 눈에 들어온다.
남원성 북문과 남원역에 저지른 만행과 행패는 하도 커서 세심하게 추적하지 않으면 알 수 없게 파괴하고 지워졌다. 오직했으면 남원성 북문 자리를 찾는데만 84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겠는가? (남원역 건축연도인 1930년에서 북문터 시굴 2014년) 오직했으면 1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것이 일제의 만행인가 우연의 일치일 것인가를 의심하게 하고 민심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겠는가?
그런데 언듯 보면 역사를 지우려 하고 왜곡시키려는 그 음모 자체가 오히려 오욕을 부풀리고 덧내게 하는 함정이 된다는 사실을 일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도 같은 현상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전쟁 성노예 사건(위안부 사건)도 그렇다. 수긍하고 속죄해버렸으면 이미 끝나버렸을 일인데 지금까지 끈질기게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도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니까 더 문제는 확산되고 그들의 야욕이 적나라하게 돋아오른다.
일제는 남원성 북문 전투에 얽힌 역사를 철저하게 파괴해 완벽하게 지우려 했고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만족스럽게 조상들에게 보복을 끝냈다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속살은 그렇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지워버린 그 흔적 자체를 역사로 복원하여 만천하에 알리고 일본을 어떤 자세로 대할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남원인, 전북인, 전 민족의 공통 사명이며 의무로 승화시켜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의 현장을 철저하게 보존시켜 준 것은 일제의 보복적 만행이다. 일제가 남원성 북문을 파괴하고 순국의 현장에 역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역사의 현장을 다시는 복원할 수 없도록 파괴해버렸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동문, 서문, 남문은 다시는 복원하기 어렵게 그 일대가 번창한 상태이며 동,서,남쪽의 성벽 역시 다시는 복원할 수 없게 되었다. 일제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일제가 북문을 파괴하고 역을 만들어 이 일대의 발전을 막아버렸고 그래서 그 보복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았으며 이제 어렵지 않게 보존 복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역사 부활의 기틀을 일제가 만들어주면서 그 악랄한 만행적 보복으로 되살려 내게 하다니. 역사란 무서운 것이다.
6. 촛점의 항배가 성패(成敗)를 좌우한다.
구 남원역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10년이 넘는 시민들의 의견들이 오갔다. 그러나 이제 역사현장 복원의 방향으로 가닥이 정리 되어가고 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그러면서 ‘만인의사 추모 역사공원’ 조성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는 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그 첫번째 이유는 남원성 북문터를 그냥 북문터로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남원성 북문은 남원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성문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동•서•남문을 복원하기가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라 남원의 전란사와 이른바 만인정신이라고 하는 남원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역사 현장이면서 실질적으로 이를 살려내 남원 최고의 자산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남원의 모든 역사 자산을 총집결시킨다 해도 이 북문터와 구 남원역에 담긴 자산에 버금가기조차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유년에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북문지가 남원성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남원과 왜구(고려시대), 왜적(조선시대), 일제와의 관계는 물론 한국전쟁을 비롯한 빨치산 토벌작전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인의사 추모의 경우는 1597년 당시로 제한되는 것이며 확장한대도 1930년대까지의 330년밖에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원역과 북문지는 1380년부터(황산대첩) 1950년대 빨치산까지 이어지는 570년 이상의 역사가 포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만인의사’로 제한할 경우 남원이라는 지역적 제한(집안일)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문지와 남원역은 짧게 3세기 이상, 줄잡아 6세기에 이르는 장대한 일본과의 악연이 축적된 자리이며 이런 경우는 국내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의 현장이다. 당연히 민족적으로 대처하고 세계적으로 일본을 알리는 현장으로 부각시키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보다는 2004년 9월에 발족할 때의 명칭인 「구 남원역 민족교육성지 조성 추진위원회」의 ‘민족교육 성지 공원’이 남원역과 북문지의 역사 사실에 더 접근한다 할 수 있으나 이 명칭도 부족함이 많다. 공원 명치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나 무엇보다 그 범위와 목적이 뚜렷하게 정립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극일(克日)’이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민족적 사명이며 일본을 극복하지 않으면 또 다른 험난한 역사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현장(민족교육을 통하여 세계에 알리는)으로 개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필자는 ‘곰인형에 쥐머리를 달려 하는가’라는 말을 쓴 일이 있는데 곰의 덩치와 자료를 가진 현장을 왜소하게 축소시키면 빛을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선열의 넋에 이반되는 것이며 민족정신 교육의 현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분명한 목적의식과 필연성을 확고히 다진 다음에 남원역과 북문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러한 목적의식이 정립된 다음에 이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용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용역을 위한 용역, 혹은 박(瓠:박)박물관 식의 용역이 되지 않을 것이다.
7.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구 남원역과 남원성 북문 복원에 대한 필자의 욕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틀로 남원역 건물과 일제의 만행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본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선열들에 대한 예를 갖추며 일제의 행패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문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하며 만인의총 본무덤은 그 현장에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었다. 현재의 역 건물을 교육관으로 영상실과 전시실을 만들어 일제의 악행을 어느정도 인식한 다음 북문에 올라가 만행의 현장을 한눈에 보면서 현장을 실감하게 하고 여객홈을 걸으며 가슴으로 체감하게 한 다음 본무덤에 가서 묵념으로 예를 갖추게 하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 무엇을 어떻게 전시해야 하는가에 이르면 고려시대 왜구들이 사용했던 무기와 우리 군사들의 무기를 비교 전시하고, 조선시대의 정유재란 때도 마찬가지이며 역 구내에 깔린 레일은 어떻게 활용해서 일제의 만행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지리산 토벌작전 때의 남원역을 어떻게 부각시켜야 하는가? 거기에 볼거리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체험을 위한 도구들은 어떤 것들이 동원되어야 하며... 생각하고 계획하기 따라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놀라기도 한다. 우수집수장을 만들 때는 그 정도는 괜찮겠다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기도 했었다. 복원해야 할 만인의총 본무덤과 거리가 있어 다행이었고 위로 솟아오른 건물이 없는 것 또한 천만다행이었다. 부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욕심이 욕심을 낳으면서 부지가 결코 넓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문도 그렇다. 성벽 없는 북문은 의미가 없다. 북문의 바로 동쪽에는 마면(馬面)이 있다. 그렇다면 성을 공부하는 아주 좋은 자료가 된다.
우선 역구내만 복원해도 된다. 그러나 만인의총 본무덤이 성 안에 있었다는 것을 실감케 하려면 충렬사 마을까지 성벽이 복원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욕심이 욕심을 낳아도 기본원칙만 꼭 준수될 수 있다면 욕심을 놓고 싶다. 그런데도 관광과 흥미를 돋아 한명이라도 더 오게 하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려면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시설들이 필요할 것이다.
연차적으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엉뚱한 짓을 해서 다음 일에 장애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 전시, 상품화 등에 대해서 필자는 완전 문외한이다.
그래서 용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칙과 목적이 분명한 용역이어야만 용역으로써의 효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정치권과 행정에 공을 넘긴다. 최고의 원칙은 진정성이다.
선열들의 흘린 피에 후손으로서 어떻게 보답하며 왜구에서 일제, 일본으로 이어지는 일본을 전 민족과 전 세계에 어떻게 알리고 젊은이들에게 어떤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순수한 목적을 진정성을 가지고 수행한다면 남원의 살길과 경제에 자연스럽게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출처:공노조 남원시지부 홈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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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5 13: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