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고향은 영원한 이상향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추석이나 설이면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누구나 자신의 고향은 잊지 못한다. 자기가 낳아 자랐던 고향은 영원한 마음의 이상향이기 때문일까. 비둘기조차도 한번 가보지 않은 길을 따라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자기 집을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둘기를 이용하여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였으며 전쟁터에서는 통신수단으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돗개 백구는 수백 킬로 떨어진 곳에서도 자기 집으로 돌아왔고, 미물인 꿀벌이나 개미, 고래, 제비 등도 자기 집을 찾아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연어는 강에서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바다에 나가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4년 뒤 어미가 되어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알을 낳고 자기 고향에서 죽는다. 이렇게 동물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회귀본능”이라고 한다. 여우가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살았던 굴을 찾아 머리를 돌리고 죽는다.(狐死首丘 호사수구: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비유한 말) 코끼리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들이 살았던 계곡을 찾아 그곳에서 죽는다고 한다. 개나 연어, 꿀벌, 제비 등은 자기가 태어난 곳 냄새(고향냄새)를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면 민족 대이동이 있다. 멀리에서, 혹은 가까이에서 부모 형제와 가까운 혈육이 있는 고향을 찾아 고향의 향취를 느끼고자 고향을 찾는다. 민족 대이동은 세계적인 장관을 이룬다.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핏줄과 자기 집안의 내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의 고향은 어디며 나의 조상은 누구인지, 내가 나의 시조할아버지로부터 몇 대의 자손인지, 또 나의 조상 중에 널리 알려진 어른의 훌륭한 업적은 무엇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와 가문의 전통과 뿌리를 제대로 배우고 익히는 것은 바로 내 것을 중히 여기는 사상일 것이다. 근래 우리 국민 중에는 내 것도 알지 못하면서 남의 것만 알려는 나쁜 버릇을 가진 분이 많다. 우리는 가정의 뿌리와 전통을 중히 여겨야 한다. 어떤 성씨의 집안이든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조상 중에서 훌륭한 분을 내세워 크게 자랑하고 그 뜻을 기리며 본받고자 하는 것이다.
집안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살려나가야 한다. 한가위나 설이면 많은 가정에서 가문의 역사와 전통 이야기 꽃을 피우고 즐거운 대화가 오고간다. 어느 집안이나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오다보면 큰 인물이 더러 배출된다.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 집안의 가문은 돋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후손들은 조상 중에서 높은 벼슬을 지낸 어른의 묘에 큰 비석을 세우고 그 분의 업적을 비문으로 새겨 길이 기념하는가 하면, 충신은 정려문, 효자는 효자각, 열녀각 등을 세워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 속담에 왕대밭에 왕대 나고,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는 것은 가문의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리는 말이다. 이러한 풍습은 우리 국민들의 승조사상을 짐작케 한다. 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요 한 가문의 전통과 뿌리 가꾸는 큰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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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7 13:5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