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복과 통과의례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우리나라 풍속에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하여 죽은 뒤에까지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의례가 있다. 이와 같은 의례를 통과의례(通過儀禮)라 한다.
우리가 지켜나가는 통과의례 중 하나인 회혼례(回婚禮)는 남녀가 결혼하여 부부 의 정을 맺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사회 일원으로 성장시키며, 60년이 되는 해에 자식들과 친지들의 축복을 받으며 잔치를 갖는 것인데 그런 부부는 주위에 흔치 않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곱이레”인 삼칠(三七)일을 무사히 보내고 “백일”(百日: 석 달 열흘)이 되면 백일잔치를 하고,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돌”이라 하여 잔치를 베풀어 준다. 이렇게 하여 부모의 품안을 벗어나 성년(成年)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남자는 관례(冠禮)를 여자는 계례(笄禮)를 치른다. 관례나 계례를 치르게 되면 그때부터 하나의 성인(成人)으로 예우를 받는다. 그 뒤 혼인(婚姻)을 하게 된다.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게 되면 부모가 되고 부모의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삶을 살다보면 우리들의 부모들은 나이가 많아져 세상을 마치게 된다. 우리는 그때 상례(喪禮)를 치러야 한다. 이 상례를 마치면 부모님께 제례(祭禮)를 행한다. 이처럼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례적 절차를 흔히 사례(四禮: 冠, 婚, 喪, 祭)라 부른다. 사례를 거치는 과정에서 60살이 되면 육순(六旬)이라 하여 잔치를 베풀고 61살이 되면 회갑(回甲), 환갑(還甲/换甲)이라 하여 “회갑연”, 70살이 되면 “고희연”이라는 특별한 연회를 열어 그 사람을 축하한다. 또 부부가 혼인하여 60주년이 되는 날을 회혼일(回婚日)이라 하며 이날은 후손과 일가친척들이 모여 그 동안 부부가 해로(偕老)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를 한다. 회혼일을 맞이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우리가 지켜가는 통과의례 중 가장 행복스러운 회혼의례는 회혼을 맞는 노부부의 정겨운 모습에서 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행복하게만 살다간 사람은 드물다. 행복이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욕망이요, 인생의 최고 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인간이 그렇게 갈망하는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행복이란 자신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우리의 마음과 육체에서 요구하는 욕망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 심신의 요구가 충족되고 부족함이 없어 평화스런 심리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건강, 금력이나 권력, 출세, 성공, 명예, 가정의 화목과 평화 등등 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의 조건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며 그 사람의 인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굶어가며 예술에 정진하는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한 나라를 좌우지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행복의 조건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그 사람의 정신 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은 이것이라고 단정하여 말할 수 없다. 결국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의 요건이 된다고 말한다.
인생여로는 평탄한 길이 아니다. 어떤 때는 순풍에 돛단 듯이 잘 가다가 한순간 무서운 풍랑을 만나기도 한다. 내가 노력해서 쌓아놓은 행복의 조건이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나는 수도 있다. 그래서 고진감래(苦盡甘來)요, 흥진비래(興盡悲來)란 말이 있는 것이다. 고생의 쓴맛을 다 보고나면 행복의 단맛이 오고 흥겨운 즐거움이 지나면 슬픔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행운의 여신과 불운의 여신은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찾아오고 또 가버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인생에는 행․불행의 리듬이 연속해 가는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자식이, 부모가, 병고에 시달리다 건강을 찾는다면 큰 행복이요, 사업에 실패했으나 다시 재기한다면 행복이 여신이 찾아온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생이란 하나님이 만든 시나리오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연출을 맡겼더니 그들의 자유의지를 등장시켜 선역(善役)과 악역(惡役)을 혼자서 맡게 하고 희로애락(喜怒哀樂) 혼성곡(混成曲)에 행(幸), 불행(不幸)의 리듬을 섞어서 스스로 웃고 울다가 막을 내리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인 하나님은 죽음이란 막간(幕間)을 만들어 영원이란 다음 막에서 인생의 참뜻을 살리려 하셨다 한다.
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주어진 한평생은 대양을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다. 풍파가 몰아칠 때 나는 선장으로, 가장으로, 지역사회 일원으로 소임과 역량을 다 하였을까? 꿈같은 내 집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을까?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즐거이 살았던 집,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이제 팔순이 넘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사는 초라한 노인이 되었고 병고에 시달린 아내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랑스런 손주가 출생하여 기쁨도 얻고 좋은 이웃과 친우가 있어 희망찬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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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9 10:02: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