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한국인은 위대하다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3․1절을 맞으면 나도 모르게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순국열사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국민들의 대부분은 암울했던 지난 역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특히 일제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생각도 못할 것이다.
나라 없는 설움, 나라 없는 백성이 얼마나 불쌍한가!
우리나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나라의 힘이 약했던 조선말기 우리나라는 늘 청나라, 일본, 미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에게 무시당하고 살 수 밖에 없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영국, 미국 등과 맺는 제국주의적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조선의 지배를 인정받았다.
1905년 11월에 조선외교권을 빼앗는 을사조약, 1907년에는 한일신협약을 강제로 맺었으며 조선을 군사적으로 점령한 상태에서 통감부를 설치하였다.
1910년 8월 22일에는 창덕궁 인정전에서 총리대신 이완용과 데라우치 통감사이에 한국통치권을 넘겨주는 것을 골자로 한 한일병합조약을 하여 우리 민족의 국권을 송두리째 강탈당하고 말았다. 급기야 국권피탈(억지로 빼앗김)로 조선의 주권을 완전히 빼앗김으로써 우리 민족은 5천 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시대를 겪게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는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전 민족적 항쟁이 일어났고, 조약 무효를 요구하는 상소와 자결, 그리고 침략원흉과 매국노를 처단하려는 투쟁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투쟁들이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은 35년간 일본의 철저한 민족말살정책 아래 신음하게 되었고 역사도 왜곡되어 갔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갖은 정책을 다 썼다. 그들은 이른바 “내선일체”, “일선동조론”, “황국신민화” 등을 내세워 우리말과 우리글의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없게 하고 게다가 옛날에는 일본이 백제를 지배했다는 등 우리 역사를 마음대로 고쳤다. 또한 “창씨개명”이라고 해서 성과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였다. 예를 들면 이씨는 리노이에, 고씨는 다카모도, 노씨는 마스미야라고 불렀다. 그리고 일본어 상용화를 위해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 간에 한국말을 하면 벌을 받는 티켓을 만들어 서로 빼앗도록 하고, 티켓을 전부 뺏기면 선생에게 매를 맞았다. 또 일제말기에는 열차표를 사려면 매표소 앞에서 황국신민 서사(우리는 황국신민이며 충성으로써 군국에 보답하자. 우리 황국신민은 서로 신애협력하여 단결을 굳게하자. 우리 황국신민은 인고단련의 힘을 키워서 황도를 선양하자.)를 낭독해야 했고 낭독하지 않으면 차표도 주지 않았다.
나라를 잃어버린 치욕의 기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하고 깨닫게 하였다. 우리나라가 왜 그렇게 힘이 약했는지, 나라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대외적으로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은 없었는지, 세계 여러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힘은 무엇인지…. 조선시대 우리나라는 사색당쟁에 문약하고 쇄국정치와 양반제도가 잔존하면서 더욱 나약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크고 작은 외침이 980여 회나 있었다. 우리 근대사가 열강의 침략으로 인한 이권다툼에 의해 이용당하여 굴욕과 수치로 얼룩진 역사였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 시련 속에서도 하나로 뭉쳐 투쟁하며 우리의 민족정신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제1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에 있는 한국유학생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의 기운이 일어났다. 조선청년독립단은 해외의 독립운동과 민족자결주의, 그리고 러시아 혁명에 용기를 얻어 1919년 2월 8일 도쿄의 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독립선언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것을 2․8독립선언이라 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3․1운동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3월 1일 손병희를 비롯한 민족대표 33인은 인사동에 있는 태화관(중국 식당)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학생대표 정재용은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학생과 시민들이 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서울 시가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만세운동은 곧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수개월에 걸쳐 계속되었는데 결국 일본 경찰의 무력적인 탄압으로 진압되었다.
이때 집회 횟수는 약 1천500회, 참가지역과 총인원은 211곳에 200여 만 명이며, 일제의 총칼 앞에 살해당한 사람이 7천 500여 명, 부상당한 사람이 약1만6천여 명, 체포된 사람이 4만7천 명에 이른다고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 고장에서는 4월 3일 덕과면에서 4월 4일 동문시장에서 수천 민중이 항일 만세를 불렀다. 이때 사상자만도 사망자 42명, 부상자 152명, 투옥자는 98명이나 되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우리 민족지도자들은 외국으로 망명하여 각지에 임시정부를 세웠다. 그러다가 그 해 4월 중국 상해의 프랑스 조계에 모여 30여 명의 13도 대표들로 임시의정원을 구성하고 임시헌장을 만든 다음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정부로써 국내외의 독립운동을 하나로 통합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항일 독립전쟁을 전개하다가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항복으로 2차 대전은 연합국 승리로 끝나자 우리 민족은 가혹한 식민 통치로부터 벗어나 광복을 맞게 되었고 임시정부도 해체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 군사적 이해관계에 얽혀 북위 38도선이 군사분계선으로 설정되고 미소 양국의 군대가 우리나라의 남과 북에 각각 진주하게 되어 희망의 기쁨보다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가 되어 이남은 “자유 민주국가”이북은 “공산 국가”로 되며 민족의 아픔이 다시 시작되었다. 남한에 진주한 미국은 3년간 군정을 실시하였다. 군정 하에서 남한의 정국은 안정되지 못하고 수많은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난립하여 민주주의 계열과 공산주의 계열이 날카롭게 대립, 걷잡을 수 없는 정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북한에 주둔한 소련군은 건국준비위원회를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인민위원회나 인민정치 위원회로 개편하고 소련군정을 여기서 시작하였다. 1945년 12월 모스코바에서 미국, 영국, 소련의 3국 외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한반도를 미군과 소련군이 대표로 구성하는 미소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최고 5년간 미국, 영국, 중국, 소련의 4개국이 신탁통치를 한다고 결정하였다. 남한에서는 민주진영이 반탁운동을 시작하였고 북한에서는 공산진영이 찬탁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좌우익 대립이 시작되어 민족의 비극은 다시 시작, 남한은 민주주의 북한은 공산주의로 분단국가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하면 남북한이 통일될 수 있을까?
우리가 먼 과거를 생각하면 수난과 치욕의 날을 회상할 수 있고 가까운 과거를 생각하면 혼란과 격변의 날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하였고 우리 사회도 밝아졌다. 세계열강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주의식은 피해의식이나 과거를 원망하며 안주하는 소극적인 심성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창조적인 삶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통일조국을 소망하는 선진 국가의 국민으로 세계로 발돋움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밤을 낮으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지만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저력 있는 민족이다. 오늘 우리는 떳떳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우리 문화를 지키고 사랑하며 선진 조국의 국민으로서 자세 확립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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