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諷刺劇)과 마녀사냥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시사풍자극(時事諷刺劇)이란 일반사회에서 생겨난 어떤 죄악상이나 불미스러운 점을 비꼬아 찌르는 내용의 연극 또는 희곡, 판소리 등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희비가 교차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옛날 흥선대원군의 형님인 흥안군은 대원군 세도의 후광을 받아 뇌물받기를 좋아하며 무척 치부하였다 한다. 집안에 아홉 개의 곳간을 지어놓고 공물(貢物)을 쌓아놓고 새벽마다 곳간문을 열어 그 쌓여지는 공물 점고(點庫)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한다. 또 그 무렵 한양에는 양반들의 사랑을 돌아다니며 시사(時事)를 풍자하고 다니는 정가소(鄭可笑)라는 익살꾼이 있었다. 이 정가소의 장기가 흥안군의 곳간 점고하는 흉내였다. 판소리 가락에 풍자하는 사설(私設)과 몸짓을 곁들인 원맨쇼였다. 요사이 흔히 보는 사회상 고발의 현장을 보는 것도 같다. 이처럼 신문이 없었던 시절에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풍자하여 백성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전통이 은밀히 있어왔던 것이다. 시사 풍자를 정사에 잘 반영시킨 현명한 임금이 중종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설날에는 광대들을 불러들여 마당굿을 하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 어느 때 광대들이 어전(御前)에서 세포(稅布)굿이라는 것을 베풀었던 것 같다. 과중한 세금을 백성들에 먹이고 그것을 거둬들이는 관리들의 횡포와 세액을 감해 주는 조건으로 향응과 딸을 수탈하는 장면을 풍자하는 굿이었던 것이다. 중종은 이 세포굿을 보고 세정개혁을 하였다 한다. 그런데 이런 풍자극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많은 수난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혁신주의자였던 조광조 등을 무고하여 죽인 심정(沈貞)·남곤(南袞)등을 풍자하고 다녔던 최수성이라는 사람은 죽음을 당하고 한말에 안동김씨 세도를 풍자했던 정동이라는 익살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장살(杖殺:매를 쳐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모두 언론을 위한 희생자들이랄 수 있다. 언론은 가공할 만하다. 한때 언론의 횡포가 무서운 사회악으로 등장 정치와 백성을 오도하기도 하였다. 14세기에서 18세기 초까지 유럽 여러 나라와 교회에서는 이단자를 마녀로 판결하여 화형에 처했던 일로 백년전쟁을 프랑스의 승리로 이끈 잔다르크도 영국군에게 잡혀 1431년에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선고받아 화형을 당하였다. 마녀사냥 열풍이 전 유럽을 휩쓸면서 이단자 외에도 여러 형태의 희생자들이 나왔다. 친척들이 부유한 과부의 재산을 노려 마녀로 고발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마녀로 몰고, 전염병이나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 주술사나 이교도를 마녀로 처형하였다. 1950년대 미국에서도 마녀사냥 매카시즘이 일고 있었다. 동독과 중국의 공산화, 6.25전쟁 등으로 공산주의의 팽창에 위협을 느끼고 있을 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매카시 상원의원은 국무부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 발언.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아 반공주의 열풍을 불러 5년 동안 미국에서는 정부, 의회, 학계 문화계를 망라하여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이 대규모로 이어졌다. 매카시는 반공, 선동 정치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소련간첩을 잡는데는 성공하였으나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하였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언론인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프로듀서(P.D)는 어떤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풍자하느냐에 따라 인기가 크게 달라짐을 볼 수 있다. 예나 오늘이나 언론과 권력 아부배의 함수관계는 다를 것이 없는 것 같고 권력형 부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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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3 15: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