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와 지방간
남원학연구소 & 위생약국 약사 노상준
술은 담배를 제외하고 가장 널리 퍼진 중독물질이다. 그러나 술은 인간과 결코 멀리할 수 없는 음료이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깨지 않는 취기를 흔히 숙취(宿醉)라 한다. 술은 알코올 성분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의 총칭이다. 술은 잘못 과음하면 건강을 해친다고 하나 알맞게 먹으면 어떤 음료보다 즐거움을 더해준다. 약전(藥典)에는 포도주 3수저가 1회 용량으로 권장되고 강장제로 분류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체내에 들어온 술의 약 80%는 간이 분해하고 혈중알코올농도 0.3%를 넘으면 기억이 흐려진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감정과 판단력을 주관하는데 전두엽이 마비되면 절제력을 잃어 평소 억눌렸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기억력을 상실하기도 하여 잠에서 깼을 때 전날 일이 기억나지 않기도 한다.
술을 많이 하면 지방간(脂肪肝)이 된다고 하는데 체내의 화학공장이 스트라이크(strike.동맹파업)를 일으킨 상태를 일컫는다. 지방간은 간장에 지방함량이 증가된 상태이며 축적된 지방 대부분이 중성지방이다. 원인으로는 알코올, 당뇨병, 약제 등이며 결핵, 악성종양 등의 소모성 질환에서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술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약하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혼자 술을 다 마신 것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도 있다. 술이 약한 사람이다. 그러면 술이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코올을 분해해서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드는 효소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에칠알코올 CH3CH2OH)→아세트알데히드(CH3CHO)→아세트산(CH3COOH)→물(H2O)+이산화탄소(CO2) 빨리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드는 효소와 천천히 만드는 효소가 있어 같은 시간에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드는 양을 비교할 때 후자는 전자의 6분의 1밖에 만들지 않는다. 술이 약한 사람은 빠른 속도로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드는 효소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빨리 만들어지면 그 혈중 농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교감신경계를 자극해서 자율신경 증상으로서의 “취기”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천천히 만들어지면 혈중 농도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금방 취하지는 않지만 심한 주정을 할 수도 있다.
“간”은 청주 3잔을 8시간에 걸쳐 분해한다.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체외로 방출해야 한다. 많은 숙취약이 출시되고 있으며 물을 많이 마시고 샤워를 하고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면 아세트알데히드를 몰아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술을 천천히 마시고 안주를 많이 먹어도 알코올 섭취량이 많으면 소용이 없다. 술과 안주를 함께 먹으면 술을 먼저 분해해 에너지로 쓰이고 안주는 저장된다. 결국 안주를 많이 먹으면 뱃살, 옆구리 살만 두둑해진다고 한다. 입으로 먹어서 소화, 흡수한 영양분은 우선 간에 모이고, 그 뒤 몸에 필요한 것으로 가공되어 몸의 일부가 되고, 해로운 것은 오줌에 섞여 몸 밖으로 배설된다. 전자를 “동화” 후자를 “해독”이라고 한다. 체내로 들어온 술은 거의 간에서 분해되고 마시는 양이 많으면 그만큼 간도 혹사당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되고, 지방간이 장기간 계속되면 간경변증이 되며 복수, 황달, 간장비대, 간경화 등이 나타나고 간암발생의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무엇보다도 금주이므로 금주 재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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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13:5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