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 메디아[Medea, Medeia]의 드레스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사약 “비상(砒霜)을 서양에서는 ‘메디아의 드레스’라고 한다. 희랍 신화에서 남편을 빼앗긴 마녀 메디아가 빼앗아간 신부에게 비상을 적신 드레스를 선물하고 그것을 입은 연적이 고통 끝에 서서히 죽어갔다는 고사(古事)에서 비롯된 말이다.
역사의 뒤안길을 살펴보면 제왕들이 등극할 때까지 또는 사후에 생각지도 못한 사약(死藥)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드러나고 있다.
독살당했다든가 사후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했다든가 험난한 즉위 과정이 역사기록에 남아있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왕자가 되고 순조롭게 왕위를 계승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무서운 암투가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즉위과정을 보면 그리 쉬운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27명의 조선시대 왕들 중 몇 명을 제외하고는 즉위과정은 험난한 고난과정을 겪었다. 왕과 왕손, 왕손 형제간 어머니와 왕자 신하들과 종친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를 이간질시키고 반정을 꾀하는 투쟁이 끊이지 않자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권력자나 왕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선왕 27명 중 10명 이상이 독살되었다는 의혹이 있다. 이는 조선왕 3명 중 한명 꼴로 독살되었으니 조선시대는 독살왕조라는 오명을 남긴 것 같다. 또한 사망원인에 대하여도 실록을 누가 집필하고 어느 당파에 의해서 쓰여졌는지에 따라 진실이 달라 신빙성이 떨어진 것들도 많다. 명나라의 성조(成祖)는 채홍사를 보내어 우리나라의 권씨, 이씨, 여씨, 임씨, 최씨 등 다섯 미녀를 뽑아 갔었다. 그 중 권씨를 현인비(顯仁妃)로 삼고 여타에게는 여관직을 주어 궁에서 살게 하였다. 이 중 용모에 자신이 있었던 여씨가 사랑을 독점하고 있는 권비를 질투 내시 김득(金得) 김량(金良)과 짜고 비상을 구해다가 권비가 먹는 밥상에 미량씩 섞어 점진살인(漸進殺人)을 한다. 이 사실이 들통 난 후 성조는 그녀와 내통한 내시와 여씨를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지져 한 달 동안 점진 살해하였다.
비상을 속칭 첩약(妾藥)이라고도 하는데 본처와 첩과의 질투에 가장 빈도 높게 악용된 약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마음에 살의(殺意)를 품었다 할 때 남자의 경우는 비수(匕首)를 품었다 하고 여자의 경우는 비상을 품었다 했을 만큼 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독약이었다. 임금이 내린 사약에는 등급이 있는데 중죄인일 경우 비상을 내리고 경죄일 때는 식물성인 오두(烏頭 초오)나 부자(附子)의 뿌리를 달여서 내렸던 것이다. 비상은 비석(砒石)을 태워서 만드는데 이 연기를 쐬는 초목은 그 자리에서 모두 죽어버릴 만큼 지독하다. 과거에는 비소제재의 약이 많았다. 농약으로 의약품(606호, 아비산철환 등)으로 즐겨 쓰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금속공업에서 최첨단 분야인 반도체를 만드는데도 비상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처럼 사약의 주성분인 비소도 사용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기도 하는데 모든 것은 사용하기 나름이고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는 우리 옛말을 잘 표현해주는 물질인 것 같다.
최근 매일같이 미세먼지가 푸른 하늘을 뒤덮고 있다. 봄철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자 마스크부터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용품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카드뮴, 수은, 납 등 중금속이 함유된 미세먼지는 간접살인의 원흉이다.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에 따라 대륙에서 발생한 오염물질까지 실려 와 환경공해를 일으킨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호흡기계 질환을 많이 발생시키는데 세계은행의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에 사망한 중국인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충격적 보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대기오염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동북아 환경협정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중국의 공업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 대기질 관리의 주요 변수로 영향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