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회와 원로원(元老院)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고대 희랍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에는 원로원이 있었다. 원로원의 장로회(長老會)에서는 젊은이들에게 고령자를 존경하도록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였다. 경로효친사상이 유별났던 우리나라는 로마에 원로원이라 할 수 있는 기로소(耆老所), 전통이 유구하다.
고려 중엽부터 정이품(正二品)이상의 문관벼슬을 거친 사람으로 나이가 70을 넘어야 기로소에 들 수 있었다. 조선조 태조가 나이 60이 되던 해에 이 기로소에 든 것을 비롯하여 숙종과 영조가 들고 있어 기로소의 권위는 대단했다.
3월 3일과 9월 9일에 기로잔치를 베푸는데 임금이 임석한 가운데 편을 갈라 투호놀이를 해서 진편이 이긴 편에게 술을 권해 반드시 취한 뒤에야 그만 두고 날이 저물어야 부축하고 나왔으니 모두 영광스럽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기로소의 원로들이 조정의 일에 참여했다거나 국사를 자문했다는 기록은 없다. 우리의 전통적 원로원은 원로에 대한 예우 이상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때 신설되었던 원로자문회의가 국정에 관여하고 또 기구도 비대하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바이다.
로마시대 원로원은 로마의 외교권, 재정권, 군사권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부유한 대지주만이 원로원 의원이 될 수 있었고, 종신적이었기에 후세에 와서는 자손에게 물리는 세습의 신분으로까지 타락하였다. 특권 신분계층으로 군림했기에 부패와 사치와 특권 남용의 온상이 되어 로마가 멸망한 첫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로원 의원을 Depontani라고 불렀다던데, `다리에서 떼밀리지 않는 노인'이란 뜻이라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나이가 들면 다리에서 떼밀어 익사시키는 습속이 있었던 것 같다. 로마판 고려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고려장을 당하지 않은 노인이란 뜻이다. 근래 나이 들면 요양원에 들어가 생애를 마치는 것이 당연시 되어간다. 옛날 대 가족제도에서 노인은 참 행복한 삶과 죽음을 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핵가족시대의 오늘날 노인 계층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가 있는 것처럼 은퇴노년기도 있다. 다리에서 떠밀려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노인계층의 말년보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국가적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 국가는 국민이 국가에 얼마나 세금을 냈으며 봉사하였던가?
제도적 기준을 두어야 분발하는 국민이 될 것 같다. 그래야 노년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국가로부터 큰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남원기로회는 1602년(선조 35) 향토경임자(經任者)로 구성된 모임과 무임(武任)의 퇴임자로 구성된 모임이 따로 존재하였다 하며 그 명칭도 노계(老契) 노인계(老人契) 기로계(耆老契)로 표기되기도 하고 40세 이하는 소계소(少契所) 40세 이상은 노계소(老契所)로 이원조직으로 운영했는데 노계소에서는 향토문화 진작과 향약을 준수하고 소계소에서는 산림보호와 수해방지와 보를 막아 농수관리 등에 힘써 왔으며 춘향정신을 기리는 춘향사당을 건립하고 관왕묘(關王廟)지방문화재 22호와 조선 초기 남원 부사로 선정을 베푼 김희(金凞)부사를 추모하기 위한 사당 유애묘(遺愛廟) 묘역관리와 금수정(錦水亭)을 세우고 비보사찰 선원사(禪院寺)제답과 관리에 힘써 왔으며 심신단련을 위한 궁도장 관덕정(觀德亭)을 건립하고 남원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날이 가물 때는 선원사 괘불을 걸고 기우제를 지내는 등 많은 사업을 하여 왔으나 지금은 예같은 활동을 볼 수 없으니 안타깝다. 기로회나 원로원은 국가와 지역발전 상호 친목,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노인계층으로 구성된 봉사 단체였다.
오늘 날 백세시대를 맞아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문제가 국가적 중요 과제가 되었다. OECD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에 이어 2000년대를 전후하여 우리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한탄의 소리가 메아리치더니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족이 아니라는 비인간적 사회구조가 극치를 보여주고 노인은 천덕꾸러기나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 노인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가정파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요 젊은이가 노년기를 생각한다면 희망과 용기를 잃고 말 것이라는 중대한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 냉대받고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노년을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어른으로 품위를 지키기 위하여 평생교육기관이나 사회 교육기관을 이용하여 학습하는 생활 자세를 가져야 하며 지역자치단체에서는 노마지혜를 모아 지역 현안(懸案)사업에 참고한다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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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0 10:31: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