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가꾸는 농부들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생명과도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첨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간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지만 음식을 지어내기 위해 땀 흘린 사람들의 노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수농산물(G.A.P)을 생산하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이야 말로 숭고하다고 하겠다. 인간은 땅으로부터 나와서 땅에서 주는 양식을 먹고 땅으로 돌아가면서도 땅의 귀중함을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생물체는 먹지 않고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는다. 그러나 먹을 수 없는 것과 또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어서 병들고 죽어 간다.
질병, 건강, 장수 등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듯하나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렸던 재해가 농산물의 오염과 식량 감산으로 인한 위기가 영구화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류는 한시도 먹을거리로부터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10억여 명을 상회하는 세계기아 인구 중 3분의 2가 아시아에서 살고 있음이 우리를 아연케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농토에 대한 관심부족이 농업투자 활성화를 저해하고 더욱이 F.T.A 파고를 헤쳐 나가려면 명품농산물 생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농산물이 무기가 되고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말한다. 식량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긴장하고 겸허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급박히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한 해에 1,400만 톤의 곡물을 사서먹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곡물자급률이 28%에 불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낮은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식량을 구할 수 없는 급박한 처지에 내몰릴 수 있음을 알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은 먹거리에 대한 안이함을 한치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옛말이요 경제논리에 따라 농사는 등한시 되어가고 옥토보존을 소홀히 하여 휴경지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환경변화로 종말이 가까워 온다는 말세론자도 많다. 우리는 마지막 날에 살고 있을까? TV뉴스를 보면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하고 답답해 한 적이 있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너무 갑작스럽게 비극적인 일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머지않아 농토의 중요성을 다시 알게 될 시대가 곳 올 것이다. 농토를 보호하고 가꾸지 않으면 인류는 병들어가게 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농토사랑이 지극하여 길을 가다가도 함부로 오줌을 누지 않았다고 한다. 화장실을 찾아서 용변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귀한 용변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옛날에는 “밥 먹기와 뒤보기”를 다 같이 귀하게 여겼다. 똥, 오줌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흙이 베푼 은혜를 반이라도 갚을 수 있다는 정신이 뒤보기에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함부로 오줌을 누면 “정신머리 없는 놈”이란 욕을 먹었다. 들에서 오줌이 마렵거든 반듯이 밭가에나 논가에 가서 누워야지 잡초 위에 싸면 안 된다고 했다. 똥, 오줌이 측간(변소)에나 논밭에 가면 좋은 거름이 되지만 길바닥에 버리면 더러운 것이 된다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노인들은 이른 아침 개똥망태를 메고 똥을 주어모아 농토에 줄 거름을 작만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흙에 고마움을 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흙을 비옥하게 해야 곡식이 잘 자라 먹을 양식을 구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7~80대 어른들만해도 똥이 귀한 시절을 경험한 세대요, 흙에 대한 보은의 정신을 간직한 세대이다. 현대인은 불규칙한 일상생활과 인스턴트식품 그리고 편중된 기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伴)건강인”이 되어간다. 좋은 토양에서 생산된 우리 농산물이야말로 신토불이(身土不二 :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맞음을 이르는 말)요 건강을 지켜주는 보루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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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4 08:56: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