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와 아레나 축제
남원학연구소 노 상 준
춘향제는 남원의 전통 축제이자 한국에서 유일한 사랑의 축제이다. 춘향의 애틋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춘향전을 주제로 한 그랜드오페라이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손색이 없는 행사이다.
1931년 봄 남원 향토인들이 춘향사당을 건립하고 잔을 올리면서 시작하여 올해로 82회째가 되었다. 춘향의 정절을 부덕의 상징으로 숭상하고 지역관광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향토축제이다.
화려한 전야제를 비롯 관등제, 춘향전 공연, 명창대회 및 춘향선발대회, 궁도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춘향제를 처음에는 5월 단오절에 하다가 음력 4월 8일로 다음은 양력 5월 5일로 시행하다가 지금은 제전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개최하고 있어 개최 일시의 일관성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행사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춘향제 행사 주제 ‘사랑’이 멸실된 가운데 춘향제 존귀성이 살아져 가고 있다.
베로나시 ‘아레나 축제’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에 위치한 베로나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세계적 축제이며 문화적 지형학적으로도 남원과 유사한 점이 많다. 남원은 지리산 자락에 있고 판소리와 많은 고전, 문화재가 있다면 베로나시는 알프스의 자락의 고도이며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요람이고 많은 문화재가 있다.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는 문화예술의 자취가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로마시대의 아레나(원형경기장), 아디제 강가의 산체노마 조레교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고 이곳에서 오페라를 비롯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처음 공연은 1913년 부터였다. 매년 7,8월에 열리는 야외 오페라 축제는 베로나시의 명물이 되었고 금년 90회째를 맞는다. 베로나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의 명작(로미로와 줄리엣)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곳의 무대가 베로나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베로나시는 세계인이 다 아는 소설의 무대라는 점을 관광산업에 십분 활용하고 줄리엣의 집, 로미오의 집, 줄리엣의 무덤 등을 지정하였다.
20세기 초에 임의로 지정한 것으로 실제 무대였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엣의 집은 베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줄리엣 집에는 줄리엣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동상의 오른쪽 가슴이 사람들의 손을 타 반질반질한데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루머 때문이라고 한다. 베로나시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에서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연인들의 사랑스토리를 모아 당사자들을 아레나 축제에 초대하는 세계적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들 연인들은 사랑의 편지를 줄리엣 묘소에서 서로 주고받는 멋과 기교가 넘치는 행사도 하고 있어 사랑을 주제로 하는 똑같은 행사이지만 춘향제와는 차원이 다른 행사를 하고 있다.
1996년 필자는 베로나시를 방문 춘향제와 아레나 축제를 비교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베로나시를 다녀온 뒤에 춘향제의 발전을 위해 베로나시와 문화교류의 필요성을 이정규 시장과 이야기한 바 있었다. 그 뒤 남원시장이 처음으로 베로나시를 방문하게 되었고 이어 최진영 시장이 다시 베로나시를 방문하고 교류교섭을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가 최중근 시장(2008.10.14~10.18)이 3차로 베로나시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 뒤 베로나 시장의 남원방문(2009.11.11)을 계기로 남원시청 회의실에서 베로나시와 문화를 비롯 정책교류를 위한 MOU협약(양해각서)을 체결했다. 최중근 시장과 플라비오 토시 베로나 시장은 음악제 개최와 예술교류, 농특산물 교역, 청소년 교환방문 우수 정책 및 성공사례에 대한 정보교환, 대표단 정기방문 등 5개 분야의 활성화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남원시는 아레나 축제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벤치마킹하였으며 오늘날 춘향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춘향제를 민(民)주도 행사에서 관(官)주도 행사로 바꾸면서까지 채찍질을 가하고 있으나 춘향제 발전은 요원하다 춘향제 발전을 위한 영구기구하나 없는 실정은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 춘향제를 한국 제일의 사랑의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걱정스런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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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3 18:0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