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상사불사 소개
실상사불사, 우리 삶을 재조직하는 중창불사
“불사, 하기는 하는 거예요?”
실상사에서 불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하시는 말씀이시죠. 그렇네요. 중창불사의 뜻을 낸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에구, 실상사도 불사를 해요?”
지금의 실상사 모습이 소박해서 좋다는 말씀이죠. 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찰에서 행해지던 불사를 보면서 건축중심의 대형불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의 반응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실상사도 불사를 합니다.
구산선문 최초가람 실상사의 발굴
다 아시다시피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 개산한 구산선문(九山禪門) 최초가람, 혼란한 신라말의 사회에 선법을 펼친 첫 사찰입니다. 오늘날 21세기 생명위기 시대에는 생명평화사상을 실천하는 사찰로 불교계를 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상사는 고려, 조선시대에 몇 차례 중창불사를 했으나 1883년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어 이전보다 축소된 규모로 보광전 등 10여 채를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여덟 차례의 발굴조사를 했습니다. 실상사 대중은 발굴을 하는 동안 복원불사의 원을 세우고 당장 필요한 몇 채의 가건물에 의존하여 불편함을 참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발굴이 끝나고 나서도 바로 불사를 시작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상사는 단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의 삶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가꾸어가는 불사
그래서 실상사는 그간 실상사에 관심과 애정이 있던 분들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2008년 ‘실상사불사, 어떻게 할 것인가’를 화두를 갖고 1년여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절불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일까를 모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과 지역주민, 여러 종교인들과 전문가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불사란 무엇인가’, ‘불사에서 담아야 하는 21세기 시대정신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작금에 이루어지는 불사는 종교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가’ 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다루었습니다. 그렇게 길을 찾는 과정에서 불교뿐 아니라, 종교의 정신, 나아가 생태, 환경, 지역공동체에 대한 모색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고 참가자들 모두에게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2009년 ‘실상사선언-불사십조(佛事十條)’를 발표했습니다. 불사세미나를 하는 동안에 나온 여러분들의 반성적 성찰과 바람이 한국불교의 불사, 그리고 실상사불사에 거는 기대와 바람으로 모아진 것이죠. 이 불사십조가 실상사불사의 정신이요, 방향과 지침인 셈입니다.
2010년 이러한 선언을 토대로 불사를 구체화를 위한 워크샵을 5회에 걸쳐 가졌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이곳에 사는 우리들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실상사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실상사의 가치와 사람들의 실상사에 대한 바람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간 해온 일들이 매우 의미있는 불사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1년 실상사불사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7월 실상사 사적지 종합정비계획안을 완료했습니다.
시대정신으로 삶을 재조직하는 중창불사
실상사불사는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되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창불사(重創佛事)입니다. 가람의 배치는 불교의 정신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출가보살, 재가보살의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내용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현상적으로는 신행공간 및 출 ․ 재가자 영역의 재구성, 경관과 숲,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등으로 표현되겠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가 다음 네 가지 목표임을 항상 기억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승정법불교의 세계관인 인드라망 세계관을 실상사도량으로 형상화한다.
둘째, 출가보살과 재가보살들이 인드라망 세계관대로 멋지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부대중수행공동체를 이룬다.
셋째, 절과 지역주민, 지역사회가 공존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이룬다.
넷째, 실상사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진리를 만나고 눈뜸으로써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마을절 실상사로!
실상사에는 구산선문 최초가람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습니다.
그리고 불사를 논의해가는 과정에 또한 더 확실해진 화두가 있습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지리산 마을절’ -
이 화두에 부처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우리도 부처님처럼 살아가겠다는 보현행자의 서원을 담았습니다.
회주이신 도법스님 말씀처럼 실상사는 일을 꾸려가는 능력도 돈을 모으는 능력도 없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중창불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리산과 실상사가 꾸는 생명평화의 꿈을 많은 분들이 함께 꾸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실상사는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는 마당입니다.
그 한 분 한 분을 우리의 선지식으로, 실상사의 주인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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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22 09:5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