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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8 08:02:25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이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다음의 시는
지난 6월 25일 포천에서 거행된 육사 생도 1기 2기 전사자 151명의 추도식에서 읊은 양창식 장군의 추도사이다. 이날 양창식장군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은 내게는 참으로 슬픈 날’ 이라고 하시면서 당일 읊었던 추도시를 읽어주셨다. (남원시민신문. 지리산고향뉴스 논설고문 서호련 )
<<생도 1기 (육사10기) 생들은 육사에 입교하여 11개월 20여일의 수업 도중, 북한 공산군의 남침을 받아 포천시 내촌면 팔야리로 출동, 포지원도 없이 소총만으로 북한 괴뢰군 정예군 예하 9연대와 싸워, 2차에 걸쳐 그들의 공격을 둔화시키고 그들의 서울 진입을 지연 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때에 생도 2기와 더부러 151명의 생도를 잃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육사생도 6.25 전적비를 세우고 매년 6월 25일에 추도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作詩한 추도시 입니다. 양창식 >>
추도시
양 창 식
전우들이여 영령들이시여
여기 우리 생도 1.2기 생들
한자리에 모여, 옛날을 봅니다
제각기 62년 전의 회상이
가슴 가슴마다 피어 나고
아스라이. 들려오는 종소리 처럼
귓전에 임들의 속삭임 들려옵니다
먼저 가신 임들이시여
만고에 빛날, 애국심 심어놓고
훨 훨 나라가신 임들의 모습
우리 망막에 선명하게 새겨진 그 모습이
안타깝게 그리워지는 이 시간
50년 6월 25일에서 7월10일까지
처절했던 그날의 시간들이
책깍 채깍 그날 그곳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구려
25일 새벽5시 고요한
새벽의 나라, 대한의 새벽을!
포성과 전차의 캬타벨라 괴음으로
깨트리며,
공산 살인마들은 이리 떼 처럼
몰려 왔지요
영령들이시여
우리는 그때 피에 굶주린 밴파이어
들에게, 감연히 대들었지요
하나밖에 없는 내조국
내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 몸의 한부분이 되어버린
엠완(M1) 소총 한 자루 달랑 들고
적신(赤身)으로 그들에게
맞섰지 않았나요!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요동 칠때
우리들의 적심(赤心)은 총알이 되어
적들의 심장을 관통 했습니다
지금은 중지된
그때 우리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이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아! 이슬처럼 죽겠노라!
임들은 이 가사처럼 조국 대한의 주춧돌이 되어
나라를 세우고
무지개를 사다리 삼아
우화등선 하였지요!
그대들이 뿌린 붉은 선혈은
포천의 내촌면 이곳에!
태능 벌판에!
한강변과 금곡리 산야에!
수원 부근의 무명고지에!
아낌없이 뿌려 졌습니다
수나라 당나라 강국들을 일패도지케 한
고구려의 기개처럼
삼국을 통일한 화랑들의 후예처럼
선죽교에 뿌려진 포은 선생의
일편단심 처럼
이순신장군의 만고의 충절처럼
하얼빈에 메아리친 안중근 의사의
독립기개처럼
연면히 이여진 대한의 혼
그 혼이 임들을 통하여
육사혼으로 피어 났지요!
임들이 시여
그대들이 세운
충절의 육사혼이
천추만대에 빛날 것이라!
여기 후배들에 의해서 연면히
피어날 불멸의 무궁화 여라!
영령들이 시여
고이 잠드소서
2012,06,25
생도대표 양 창 식
다음의 글은 ‘태릉에 피어난 불멸의 무궁화’ 저서 머리말에서 밝힌 양창식장군의 회고록의 일부이다.
양창식(서울대학교학군단장.3선국 회의원. 헌정회 고문. 지리산새벽포럼 상임고문)
육군사관학교 생도 1기(육사 10기)로 임관한지 벌써 62주년을 맞이한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야기된 한국전쟁은 이 나라의 간성이 되고자 용약 육사에 입교한 262명에게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1949년 7월 육사생도 1기로 선발된 우리들은 푸른 하늘의 높은 기상과 고동치는 맥박을 진정시키며 육사에 입교, 1년간의 수업을 마치려는 즈음에 동족상잔의 전쟁에 무관의 병사로 참전하였다.
우수한 초급지휘관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사관생도를 한낱 병사로 참전 시킨 것은 국력의 낭비요 에너지의 탕진이었다. 이는 세계의 전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도 없는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육사생도 1기 262명과 입교한지 불과 25일밖에 안된 앳된 생도 2기 272명은 혼성으로 생도 대대를 편성, 6월 25일 오후 포천지구 부평리로 출동하였다. 26일부터 치르게 된 부평리전투, 태릉전투, 금곡리전투, 그리고 수원방위전투를 거쳤다. 7월 10일, 대전 도청에 임시로 자리 잡은 육본의 광장에서 생도 1기생은 임관 및 졸업식을 가졌으며 형제지애로 함께 전선을 누비던 생도 2기생들은 계속되는 교육을 받기 위해 헤어져야만 했다. 임관식이라지만 134명만 집결하였고 여타는 전사하였거나 병원에 입원중이거나 불암산 유격대로 돌아갔거나 했다.
임관 사령장이나 졸업장은 대표 1명에게만 수여되었고 깡통으로 급조한 조잡한 계급장에다 단도 한 자루가 수여되는 졸업식이었다. 대표생도를 비롯하여 생도 2기생은 물론 모든 졸업생들이 눈물을 쏟아내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졸업 및 임관식이었지만 1기 생도들의 눈빛은 살아있었고 적개심은 강렬하였다.
하지만 공산군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한 무기, 열악한 보급, 부족한 탄약, 연결 상태가 불량한 통신과 지휘체계의 심한 요동이 사기를 저하시켰다. 포병의 수도 부족했으며 한 대의 전차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도들은 붉은 가슴을 품은 채 목숨을 걸고 끝까지 조국을 위해 싸웠다. 아무리 세월이 무심하다 하여도 육사생도 1, 2기가 빚어낸 애국충혼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에서 일어난 갖가지 비극적인 일들로 1기생 65명과 2기생 86명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그 뒤 생도 1기생들은 임관 후 각 전선에서 55명의 전사자를 더 보태었다. 그러나 이것은 6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의 상황이었다.
한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홍두승교수( 양창식장군이 서울대학교 학군단장 시절 학군단 후보생)는 ‘ 태릉에 피어난 불멸의 무궁화’ 서평에서
“ 장군은 원칙을 중시하고 엄격하셨지만 인간적으로는 매우 따뜻한 분이셨다. 군인으로서, 3선 의원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원로로서 나라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오셨고 지금도 국가안보를 크게 걱정하고 계시는 장군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장군께서는 6·25 전쟁 초기에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신분으로 전선에 소총수로 투입되어 부상까지 당하셨던 바로 “비운의 생도 1기(10기)”이시다. 미래 군의 큰 재목으로 귀하게 써야 할 생도들을 소모시킨 당시 군 지휘부의 결정은 그 이후 두고두고 반성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당시 생도의 눈으로 본 전선의 처참함이 너무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에서는 군대생활을 통해 엮어진 장군의 인간관계가 가식없이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인간에 대한 신뢰에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둔 장군의 인생관, 사회관을 잘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지듯 장군께서는 항상 원칙에 충실하셨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해 개인적 희생까지도 감수하는 용기를 보여주셨다. 이 책은 격동기를 겪어온 한 노병의 고난의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주요 고비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기록이라 생각한다.“ 고 썼다.
(편집- 지리산새벽포럼 상임위원 서호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