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대승불교운동 실상사 화엄학림이 앞장서겠습니다.
현대 사회에 불교의 바람직한 역할을 고민하는 공부와 토론의 장
‘화엄광장’을 함께 열어온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실상사 화림원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리산야단법석’, ‘지리산성지화를 위한 움직이는 선원’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의 주체가 될 출가와 재가를 아우르는 대승보살인 ‘화엄행자’를 길러내는 일이 가장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에 실상사 화엄승가대학원은 두 가지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두 가지 길, 경학원(經學院)과 화엄학림(華嚴學林)
첫째, 경학원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경학원은 스님들이 하안거와 동안거 각 3개월간 경율론 삼장(經律論三藏)과 더불어 현 시대 문제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공부를 통해 자기 수행을 바로 세우고 전법교화의 역량을 갖추게 하는 간경안거(看經安居) 수행기관이 될 것입니다.
종단의 수행이 간화선에 집중되어있어 오히려 건강한 수행 풍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 기반 하였습니다. 경전공부도 안거수행으로 인정되어 선과 교가 조화를 이루는 수행문화를 이끄는 도량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 종단에는 경전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수행기관이 없습니다. 15년 이상 경전을 연찬해온 화엄승가대학원의 경험을 녹여낸 경학원은 스님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줄 것이며, 이것은 그대로 한국 불교의 혁신과 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둘째, 대승보살을 양성하는 화엄학림입니다.
그동안 화엄학림은 출가승려 교육기관이었지만 앞으로는 출가와 재가를 아우르는 대승 보살, 화엄행자 양성기관으로 그 방향을 크게 전환하고자 합니다. 종단의 공식 승려 교육기관의 지위를 포기하고, 지금까지 실상사가 그래왔듯이 정법 불교의 횃불을 들고 한 발 앞서 길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화엄행자를 길러내는 도량의 이름은 여전히 “화엄학림”입니다.
한국불교 쇄신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시점
화엄승가대학원은 조계종단 최초의 전문교육기관으로 15년 이상 후학을 양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안팎의 상황은 화엄승가대학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였습니다. 실상사의 실험을 통해 정립된 전문교육 체계는 종단의 공식 교육체계로 정착되어 여러 곳에 승가대학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이제 실상사는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여 한국불교 쇄신의 마중물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기에 한국불교의 쇄신과 발전을 이끌어갈 출 ․ 재가의 역량을 길러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대승의 정신이 활발하게 피어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합니다. 세상은 힘겨워 하는데 불교는 그 현실에 무기력합니다. 서양에서는 불교가 세상의 희망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눈앞의 한국 불교는 한편으로 절망스럽습니다.
불교가 바로 서고, 부처님의 정법으로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숲을 이루어야 합니다. 대승불교의 주인공인 보살은 출가와 재가를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사부대중이 출가보살과 재가보살로서 모두 불교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아야 건강하고 희망을 주는 불교가 됩니다.
더 믿어주고 성원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실상사의 새로운 모색은 대중들의 많은 노력을 요구합니다. 가치나 목표는 좋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는 흔히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불교의 현실을 생각할 때 실상사의 실험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지리산의 가난한 절 실상사가 화엄승가대학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불교의 대안적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국에 계시는 수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 어린 후원, 아낌없는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한분 한분의 후원금이 모여 큰일을 해낸 것입니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실상사의 큰 실험을 믿고 지지하고 성원해주시기를 청합니다. 뜻있는 이웃들에게 이 불사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권하시어 인연을 넓혀 실상사 대중에게 힘을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실상사 화엄승가대학원이라는 이름은 내년부터는 과거의 역사가 되지만 경학원과 화엄학림이라는 새로운 교육불사를 통해 한국 불교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은 더 힘차게 진행될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실상사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은 편안하거나 미래가 잘 보장된 길이 아니지만 방향이 옳고 새로운 가능성이 있기에 흔쾌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면 우리의 이 정진도 다하겠지만
허공계가 다함이 없고 중생계가 다함이 없으므로
우리의 이 정진도 다함이 없습니다.
매순간순간 계속하여 끊임이 없어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보현보살의 행원을 거울삼아 정진하고자 하오니 사부대중의 기꺼운 동참을 바랍니다.
불기 2556(2012)년 3월 실상사에 매화꽃 활짝 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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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9 09:2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