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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정순덕 묘비
지리산에서 빨치산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당국에 의해 공식 선포된 때는
1955년 5월 23일이었지만 지리산에서는 56년 말 까지 43명의 빨치산이 활
동하고 있었고 그 후 8년이 지났어도 정순덕 2인 빨치산은 여전히 활동했
다.
그들은 어떻게 산속에서 생활을 했을까?
쑥밭재나 신밭골 근처에 목기 나무꾼들이 만들어 놓은 움막집에서 지내거나 선녀굴
이나 독바위 밑의 박쥐굴 같은데서 지냈다. 어떤 때는 대낮부터 납작한 돌에다가 불
을 지펴 달군 뒤에 저녁에는 그걸 모포로 감싸서 그 위에 깔고 자면서 추위를 이겨 냈
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논에 내려와 나락이삭을 훑어다 어디에 저장 해 두었다가 큰
소주병에 그걸 넣어 긴챙이로 한나절 내내 비벼대면 한 주먹의 쌀이 만들어 진단다.
개발나물하고 쌀하고 함께 넣어서는 소금에 간을 해서 죽도 해 먹고 밤버섯을 따다가
소금을 뿌려 볶아 먹기도 하고 송이버섯, 두릅, 뚜깔잎, 더덕, 딱주 싹 때로는 곰이나
산돼지를 사냥해서 잡아먹기도 한다. 6.25가 끝날 무렵에는 보급투쟁을 한답시고 마
을에 내려와 식량들을 빼앗아 갔다. 그들은 쌀이나 고기들을 절대 지고 가지 않고 동
네의 젊은 사람들을 시켜 운반했다. 사상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총살하고 나머지
들은 세뇌교육을 시켜 빨치산 부대로 편입 시켰다.
빨치산의 소굴이었던 선녀굴은 은폐와 엄폐가 가능하고 아래쪽이 훤히 내려다 보이
며 경찰이나 국군이 올라오더라도 보초 두세 명만 능선의 요소에 배치하면 나머지 빨
치산들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이 되는 천연요새였다. 한 겨울에 찬 북서풍이 불더라
도 천왕봉에서 불어 내려오는 찬 칼바람이 불어와도 동굴의 안은 오목하고 아늑했다.
1963년 경찰은 우리의 정보원이던 나의 먼 친척을 위협하고 회유, 11월에
접선 할 정보를 알고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우리를 기다렸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 집에 들렀던 우리는 경찰에 포위되었다. 피아간의 총격
전 끝에 동료 이홍희는 사살 당했고 나는 오른쪽 다리에 총상을 입고 생포
되었다. 이로써 지리산의 빨치산은 모두 사라졌고 나의 13년 지리산 속에
서의 생활도 끝났다.>
산골 새색시로 출발한 그녀에게 무슨 사상적 이념이 있었으며 무엇이 그녀를 지리산의 여장군이요 불굴의 전사로 만들었는지.
정순덕은 체포된 후 재판에서 사형언도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 된 후 23년간 감옥생활을 하다 1985년 전향서에 도장을 찍고 석방되었다. 정순덕은 10년간을 밑바닥 노동자로 전전하다, 출소한 미전향장기수들이 모여 사는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의 만남의 집에서 살림을 맡아 일을 하며 안정을 찾았다. 그러다가 남북 합의에 따라 미전향 장기수들이 북으로 갈 때에 그녀도 냉대 받는 조국을 떠나 북으로 갈 것을 희망했지만 이미 전향서를 썻기에 정순덕의 요청은 좌절되고 그 후 이곳저곳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2004년, 향년 71세로 인천 길병원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정순덕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지막 빨치산 영원한 여성전사, 하나 된 조국의 산천에 불꽃으로 돌아 오소서”
마지막 빨치산, 고 정순덕 선생 묘비 제막식 및 기금 전달식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 / 민가협 지난 4월 1일 운명하신 고 정순덕 선생의 묘비 제막식이 4월 27일(화) 열리게 되었기에 알려드립니다. 더불어 그 자리에서는 고인께서 남기신 소중한 유산을 귀한 곳에 쓰기 위한 기금 전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 기금은 고 정순덕 선생께서 살아생전 한푼두푼 모아두었던 소중한 재산입니다. 고인은 1985년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가죽공장, 아이스크림 공장, 가구공장, 양복걸이 공장 등을 다니며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일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때부터 알뜰하게 모아두셨던 전 재산을 고인의 뜻에 따라 귀하게 쓰일 곳을 의논한 끝에, 북녘 땅을 밟기를 소망하셨던 고인의 뜻이나마 북에 전해지기를 소망하는 뜻에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에서 추진중인 「북녘 북녘농민에게 못자리용 비닐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고인의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민족민주회관 건립기금으로 기증하려합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기금은 총 3천만원으로 2천만원은 「민족민주회관 건립기금」으로 전달하고, 1천만원은 「북녘농민에게 못자리용 비닐 보내기 운동」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빨지산 정순덕의 유해는 조계종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 의하여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보광사)내에 연화공원을 조성하여 비전향 장기수 사망자 묘역에 안장했다.
(류낙진(2005년사망) 최남규(1999년사망) 정순덕(2004년사망) 금재성(1998년사망) 손윤규(1976년사망) 정대철 )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대한민국 H.I.D특수임무청년동지회(회장 오복섭·이하 청년동지회)는 5일 경기도 파주 보광사에 조성된 비전향 장기수 묘역에 설치된 묘비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라를 전복시키려 했던 사람들이지만 이미 죽은 사람들이고 적어도 묘비는 있어야 하기에 '조국분단의 희생자' 또는 '남파공작원' 등의 호칭을 적은 나무묘비를 준비했다"며 "그러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건재한 이상 이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활동하고 그 사상적 전향을 거부한 이들에게 통일열사, 의사, 지사라고 운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에 대한 부적절한 묘비를 모두 철거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어찌 됐건 이들은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념사상에 또 한 번의 비운을
맞었다. 정순덕, 죽어서도 이념 대립에 편히 가지 못한 한 많은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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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20 07:3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