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5) 공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54살 차이
-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 어머니 안징재 -
기원전 550 년 봄, 안징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밥을 먹은 뒤 시집와서 처음으로 고운 옷을 입었다. 안징재는 한숨을 돌린 후 섬돌에 내려와 사립문 옆 살구나무 앞에서 멈췄다. 살구 꽃 봉우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꽃봉오리가 방년 16살인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눈가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꽃다운 나이에 자신보다 무려 54살이나 많은 70살 숙량흘에게 시집온 자신이 처량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가난 때문에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시집온 이상 남편이 원하는 아들을 낳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빨리 아들을 낳기 위해 집 근처 니구산에 올라 산신에게 빌기로 마음먹었다.
천지신명은 안징재의 기도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는 바라는 대로 1년 뒤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그가 낳은 아들은, 뒷날 사람들이 공자(551-479)라 부르는 공구였다. 안징재는 아들을 낳아 무척 기뻤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걱정한 대로, 남편이 아들을 낳은지 3년 만에 죽었기 때문이다.
공자의 앞날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공자의 나이 17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는 슬픔을 딛고 19살 때 송나라 출신의 여자와 결혼 했다.공자는 결혼 후 집안의 가장으로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그는 20살 때 당시 권력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계씨 가문의 창고지기와 가축 사육일로 돈을 벌었다. 공자는 결혼 1년 만에 아들 리를 얻었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결혼 4년 뒤부터는 아내와 같이 살지 않았다. 공자는 결혼 후 아주 낮은 위치에서 겨우 집안 살림을 꾸릴 수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공자는 점차 예(禮)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자로를 비롯해 여러 제자를 가르치면서 명성도 날로 높아졌다. 공자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은 아마도 배우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때 일 것이다. <논어>의 첫 머리에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라는 구절만 봐도 알 수 있다.
살구나무와 仁-좀 난해한 개념이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인(仁)이다. 인은 친절한 애정표시를 뜻한다. 공자는 논어‘에 108번 등장하는 인을 다양하게 풀이 했다. <논어>에서 살구나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인이 살구나무의 씨앗, 즉 ’행인(杏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은 곧 씨앗, 즉 종자이다. 만물은 열매가 있어야 탄생한다. 공자가 종자를 의미하는 인을 그토록 강조 한 것도 인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은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준 씨앗이다. 하늘이 준 인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할 일이다. 이것이 유가에서 인을 정치의 덕목 중 으뜸으로 생각한 까닭이다. 인에 기초한 인정(仁政)은 인간이 품고 있는 선한 인을 발휘하는 것이다.>
(강판권(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의 살구나무와 인(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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