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과 탕평채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조선시대 사색 당쟁(붕당정치)은 우리 국민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붕당(朋黨)싸움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 먹게 했던 ‘탕평채’란 음식이 있다. 노란 녹두묵에 붉은 돼지고기, 파란 미나리, 검은 해태(김)를 무쳐 초장에 찍어 먹는 봄철의 절식(節食)이다. 조선시대 사색당쟁(四色黨爭)을 탕평하고자 영조(1694-1776)임금이 창안하여 정객들에게 먹게 했다는 정치 음식이다.
조선시대는 문약(文弱)하고 붕당 정치는 국력을 쇠퇴하게 하고 망국의 길로 들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붕당이란 조선시대 정치적 견해가 같은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들이 서로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것을 붕당정치라고 한다. 오늘날 정당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조선시대 붕당의 형성에는 정치적인 견해만이 아니라 학문적 견해의 차이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조선시대 붕당의 형성은 16세기 선조 때라고 한다. 선조가 즉위하면서 훈구파의 탄압을 이겨내고 사림파가 주도세력이 된다. 하지만 이 사림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들 간의 경쟁과 대립으로 인해 ‘동인’과 ‘서인’으로 나누어지며 붕당이 형성된다. 주요원인은 정치적 견해의 차이라기보다는 ‘한정된 관직을 둘러 싼 대립’이었다. 흔히 말하는 밥그릇 싸움인 것이다.
이 대립에서 동인이 우세하였으나 동인은 다시 서인에 대해 강경하게 대해야 한다는 북인(北人)과 온건하게 대해야 한다는 남인(南人)으로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임진왜란 후에 남인의 수장인 유성룡이 일본과의 화의를 주장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남인이 몰락하고 북인이 정권을 잡게 되었다.
그 후 북인은 다시 대북, 소북으로 갈라졌고 광해군 때에 그의 즉위에 공이 큰 대북이 정권을 잡는데 이 때 광해군과 대북이 서인과 남인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여 결국 이들은 인조를 앞세워 반정을 일으킨다. 즉 오늘날로 말하면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광해군이 쫓겨나고 대북파는 서인에 의해 수십 명이 처형되고 수백 명이 유배됨으로 정파로써 소멸된다. 17세기 중반에는 서인이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남인과의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하여 경신환국(庚申換局), 기사환국(己巳換局), 갑술환국(甲戌換局) 세 차례에 걸친 환국의 와중에 서인과 남인은 서로를 숙청하고 제거하는데 힘을 쏟는다. 기사환국으로 쫓겨난 서인 세력은 분열하여 노론과 소론으로 갈리고 경술환국으로 다시 정권을 잡은 노론과 소론은 이때 남인을 완전히 제거, 이후 노론과 소론이 대립의 중심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즉위한 영조는 붕당정치로 인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 각파에 걸쳐 공평한 인재등용에 힘쓰게 된다. 이를 “탕평책(蕩平策)”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붕당정치가 크게 사라진다. 이처럼 붕당이라고 하는 것은 조정의 관리들이 정권 획득을 위해 경쟁했던 정치집단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던 정치 집단이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붕당은 한 때 조선을 망하게 한 원인으로 비판받기도 하였다.
지방자치제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 지방의회 의원 선거의 현행 정당공천은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향토를 지키고 화목했던 지역정서는 없어지고 시민들은 편이 나뉘어 서로 반목한다. 오죽 하였으면 영조 임금이 붕당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탕평책을 쓰고 정치하는 중신들에게 탕평채를 먹게 하였을까? 오늘을 사는 정치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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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3 16:4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