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약이 암치료와 피부약으로
남원학연구소, 위생약국 약사 / 노상준
요즘 개 구충약(펜벤다졸)으로 말기암을 치료한 해외 사례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암 치료 목적으로 동물용 구충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기 암 환자가 무엇을 가릴 것인가? 그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특정한 효과가 있다고 여겨 암 치료제 피부약으로 오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효성 안정성은 알 수 없다는 점에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허가사항이 없기 때문에 판매를 권장할 수도 규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약사공론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2018년 “네이처”에 펜벤다졸이 암 세포의 미세소관의 생성을 저해함으로서 세포사멸을 유발하며, 비세포성 폐암, 림프종, 전립선암, 췌장암, 직장암 등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개 구충약이 품절사태에 이르며 약국에서 판매되는 기생충약(알벤다졸)이 한때 귀한 약으로 판매되기도 하였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나 알벤다졸은 효능과 약의 구조식이 유사한 점에서 새로운 신약개발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역시 처음에는 임상실험에서 고혈압이나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임상시험과정에서 발기기능이 촉진되는 것이 관찰되었고 현재는 발기부전증 치료제로서 판매되고 있음은 신약개발에 고무적 사례로 평가된다.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질병의 원인을 전혀 모르던 시대에도 초근목피 등 천연물을 투여하는 치료방법을 경험적으로 또는 종교와 결부하여 행하고 있었다. 약에 대한 기록들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과 유럽 등에서 발견되어 진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쐐기문자로 기록된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이며 BC1700년 무렵 이집트에서 기록된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800여 종의 약 처방과 700여종의 동식물 광물성 약이 수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와 신농씨가 백성들에게 약의 근본을 가르쳤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3세기경 집필된 신농본초경(新農本草莖)이 가장 오래된 약의 집약서이다. 365종의 약물이 상, 중, 하 약성으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로마의 네로 황제시절 그리스 사람인 「리오스크리데스」가 600여종의 약물을 수록한 유럽 최초의 의학서적인 약물학을 발간하였으며, 1546년 독일인 「V. 코르두스」가 뉘텐베르크에서 약전을 발간하였다. 이것이 최초의 공공약전이다. 우리나라는 상고시대부터 독자적인 약을 이용했다. 환웅이 신시의학(新市醫學)을 실천하였으며, 고구려에는 고려노사방(高麗老師方)이라는 약전이 신라에는 신라법사방(新羅法師方) 백제에는 백제신집방(百濟新集方)이라는 약전(藥典)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당나라의 당주가 저술한 외태비요방(外台祕要方)과 일본의 의심방(醫心方)에 기록되어 있다. 일본은 자국의 약학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백제성왕(聖王:재위 529-553)때 백제에서 의학박사 나졸왕유릉타(奈卒王有陵陀)와 제약사 시덕반량풍(施德潘量豊)등을 초빙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으로 백제는 이미 의학과 약학의 전문가가 분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의·약학 기술이 우리나라로부터 전수되었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 인류의 의·약학 기술은 의와 약이 혼제되어 그 업무가 매우 모호하여 많은 문제점이 생겨났다. 이러한 혼란을 바로 잡고 질병의 올바른 치료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드리히2세는 1240년 의사의 매약을 금하고 약의 조제는 약학 지식을 습득한 약사만이 할 수 있도록 직무분담을 엄격히 규정한 「의약법」을 제정하였고 이 제도가 전 유럽에 정착되면서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약전(藥典)발간이 이루어져 의약품의 품질개선과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58년 10월 10일 만들어진 약사법에 따라 세계에서 35번째로 「대한약전」과 「국정처방서」를 발간하였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을 인류의 재앙이라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한 인류가 세균보다 더 작은 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바이러스에 무력함을 드러내고 조기차단에 실패한 WHO는 종합평가에서 평가절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를 상징하는 마크를 보면 모세의 지팡이에 놋뱀이 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류가 고난과 병고에 시달릴 때 보기만하여도 구제된다는 성경말씀에 연유한 상징적 표현이다. 온 세계는 코로나 재앙을 막을 백신과 특효약 개발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모세의 지팡이와 놋뱀 같은 기적이 오길 기원해본다.
자유게시판 > 신문고·자유게시판 130 페이지
20-05-20 18:52: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