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저항의식과 무언의 항변
남원언론문화재단
노 상 준
역사의 뒤안길을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불의에 대한 저항을 보게 되는데 그 유형들이 다양하다. 그 한 예로 금오신화의 저자 매월당 김시습의 저항방식을 들 수 있다.
김시습은 우리나라 한문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금오신화의 저자이며 그 시대 무언의 항변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저술한 금오신화 중 한편인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의 문물과 민속에 대해 오늘을 사는 남원인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 작품이다. 그는 남원에서 예부터 전해오는 민속놀이로 만복사 탑돌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남원의 문화가 융성함을 말하여 주었다.
지금 만복사는 불타고 400여 년이 넘었지만 복원하고자 노력한 정치인, 지방자치 단체장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문화와 애향심에 목마른 일부 시민들만이 복원을 건의하고 나섰으나 아무 소용도 없다. 남원인들은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기초의원들에게도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원 문화의 정체성도 모른다는 말인가? 전통문화 보전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남원이 어떻게 하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남원인들은 허탈하다. 지금부터 40~50년 전 독실한 불교 신도였던 금호그룹 한 분이 만복사를 복원하고자 자청하였으나 문화재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허가를 받을 수 없었고 초대 민선시장이 당시 불교 총무원에게 찾아가 복원 요청을 하여 보았으나 이 또한 허사였다. 그렇다면 만복사지는 수백 년이 지나도록 이대로 두어야 할 것인가? 남원은 문학 기행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요, 옛날 세계적인 한류 열풍의 발원지였는데 남원이 왜 이 모양인가? 만복사지를 찾는 어떤 관광객이 황성옛터를 노래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자극을 받은 적이 있다. 지역발전은 지역문화의 정체성이 정립되고 그 기반위에서 모든 행정이 이루어져야 발전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세조의 쿠데타 정권에 대한 매월당 김시습의 저항방식은 후세에 저항 유형의 하나로 정착하고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로 퇴계가 있듯이 매월당도 그런 인물로 부상하고 있으며 매월당을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춘천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매월당형 저항이란 어떤 것인가를 따져보고 정의에 대한 현대인의 양심을 저울질 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조 지략이 많았던 세조는 반체제의 매월당을 달래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매월당이 걸승 행색으로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궁중에다 법회를 열고 영문을 모르는 매월당을 잡아들였다. 나중에 매월당이 그것을 알고 도망쳤고 세조가 이를 뒤쫓게 하자 일부러 시궁창에 풍덩 뛰어 들어 얼굴을 내놓고는 눈만 깜박깜박 했다. 차라리 시궁창속이 낫지 그따위 임금의 법회에 몸담을 수 없다는 의견 전달을 그렇게 했던 것이다.
또 단종의 조신으로써 세조에 붙어 벼슬한 사람에 대한 그의 태도에도 일관성이 있었다. 친지였던 ‘신모’가 매월당과 옛정을 나누고자 술을 많이 먹여 자기 집에 업어다 재웠으나 눈을 떠 뉘 집에 와 있는지 확인하기 바쁘게 도망쳐 나와 북한산 계곡에 달려가 오염된 옷을 벗어버리고 계곡물에 뛰어들어 오염된 몸을 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매월당과 친한 스님으로는 ‘조우’라는 이가 있었다. 언젠가 겸상을 해서 밥을 먹었는데 장자를 ‘노’ 아무개라는 정승에게 배웠다고 조우가 말했다. ‘노’ 아무개는 바로 세조의 공신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매월당은 발바닥으로 흙먼지를 쓸어 조우의 밥 위에 덮어 씌웠다. “노 아무개에게 배운 자가 무슨 사람이라고 밥을 먹어.” 하였다.
매월당은 자신의 몰골을 ‘벼룩처럼 오똑 모난 얼굴, 검기는 왜 이다지도 검으며 눈은 옴팡 눈이요, 코는 옹기 코, 입술은 두툼 입술, 머리는 더벅머리…’라고 써 놓고 있다. 하지만 그 몰골 속에 담긴 정신만은 매섭고 신선하다고 많은 분들이 말한다. 매월당의 눈으로 오늘을 보면 정치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초야에 널려 있고 그런 사람일수록 잘사는 세상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오늘을 안다는 말이 있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분은 자기 입신보다 향토를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하고 시민들의 무언의 항변이 무엇인가 간파하여야 한다. 정말 향토를 위해 봉사하고 싶으시면 놀부나 흥부 같은 사람이 되지 마시고 지역을 위한 알찬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욕된 마음부터 비워야 할 것이다.
자유게시판 > 신문고·자유게시판 128 페이지
14-03-03 11:43: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