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은 세종대왕이며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 중에서 제일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이자 우리나라의 국보인 한글(훈민정음)이라 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한글이 창제되었을 당시의 공식 명칭으로 세계 2,9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유네스코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이다. 한글이 있어서 강대국들의 침략에도 우리는 민족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사를 보면 자기 글이 없는 민족은 다른 나라에 동화되거나 사라진 경우가 많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거란족이나 여진족을 보라. 기록에만 남아있는 거란족, 여진족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자가 없어 한자를 변형한 문자를 사용했었다.
우리 역사상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임금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은 모진 병마(당뇨와 합병증)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하셨다. 세종대왕(1397~1450) 재위기간 31년 6개월, 세자기간 2개월이었고, 부인 14명(왕비 1명, 후궁 13명), 자녀 25명(적자 8명, 적녀 2명, 서자 10명, 서녀 5명)이며 사인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54세에 돌아가셨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세종 1년(1419년, 23세) 4월에 임금의 몸이 불편했다는 첫 병력이 기록되어 있고, 세종 7년(1425년, 29세) 윤 7월 이후부터 두통, 이질, 담병에 대한 간략한 기록들이 있다. 그 뒤 세종 13년(1431년, 35세) 8월 18일에는 풍질이라고 병세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갑자기 두 어깨 사이가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고 다시 4,5일 지나서 또 아프고 부었는데 이 뒤부터는 때없이 발작하여 묵은병(숙질)이 되었다. 30살 이전에 매년 허리띠둘레가 떨어진 것을 말씀하셨다. 이는 말초신경병증과 체중감소가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세종 21년(4439년 43세) 6월 21일 기록에는 ‘내가 젊어서부터 다리가 아파서 10여 년에 이르러 조금은 나았으나 또 등에 부종(종기)으로 아픈지가 오래다. 부종으로 마음대로 눕지도 못하여 고통을 참을 수 없다. 또 소갈증이 열서너해가 되었고, 이제는 조금 나았다. 지난 봄 강무한 뒤에는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서 누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겠으니…’ 라고 말씀하셨다. 기록에 의하면 세종은 20대 후반부터 당뇨병과 말초신경병증을 앓았으며 40대에 이르러 등창(결핵성 척추주위냉농양), 녹내장(안구통과 시력감퇴), 임질(성병 보다는 신장장애증상-당뇨병성 신증)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증세로 고생하였고 당뇨병의 모든 합병증이 생겨 병세가 극한의 상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종 31년(1449년, 53세) 2월 3일에는 안질이 나았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도 조금 호전되었는데 근자에는 왼쪽다리마저 아파서 기거가 곤란하여 부축해야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놀라고 두려워서 마음이 몹시 두근거리노라 하셨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세종은 경한 뇌졸중도 앓았다가 회복중이고, 말초신경 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거동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있고, 심적 고통과 다소의 기억력 감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극한적 상황에서도 세종대왕은 학문, 과학기술, 예술, 농업,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겨 민족문화의 꽃을 피웠다. 그 업적 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은 집현전 학자들의 문헌 제공을 받아 병마 속에서도 우리 민족사상 가장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훈민정음(訓民正音) 즉, 한글을 창제한 일이다.
세종대왕은 호학(好學)의 영주(英主)로 집현전에 모인 학자들의 연구는 경사(經史)에만 한하지 않고 제자백가(諸子百家), 천문지리, 의약, 복서(卜筮) 등 모든 영역에 미쳤고, 특히 제도와 고전연구에 힘썼다. 뿐만아니라 국토의 수호를 위해 명나라와는 평화적인 외교관계를, 북쪽 여진족과 동쪽의 일본 대마도와는 강경하였다.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실시하는데는 위력이 센 화기를 제조, 사용을 뒷받침하는 화포방사법(火炮放射法)을 보급시켜 화포군(火砲軍)을 배치하여 국경 경비를 하고 여진족을 방어하였던 것이다.
집현전을 설치하고 학사로 하여금 고제(古制)와 고전을 연구시켜 결국은 유교지상주의 국가를 만들어보고자 불교탄압책을 강구하였으나 세종 즉위 10년 후부터는 불교를 옹호하여 유신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는 불교에서 편안한 휴식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세종은 32년(1450) 불치의 병을 앓다가 54세 여년이 까마득한데도 끝내 이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제자로 고요히 운명하였다. 세종의 능인 영능(英陵)은 처음에는 광주(廣州) 대무산(大毋山)에 모셨다가 그 뒤 예종 때에 여주로 옮겨졌다.
요즘 거리의 간판과 신문, 텔레비전 등의 각종 매체에서 영어, 외래어의 남용을 볼 수 있다. 병환 중에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각종 정책을 펴고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고유어를 사용해 우리 민족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고 보존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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