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민속문화
남원학연구소 소장 노상준
우리나라는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많은 유산들 가운데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찾아 우리 생활 문화를 향상시켜야 할 것 중에 다도에 대한 것이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생활에 다(茶)처럼 비중이 높은 것도 없다. 대인관계와 사교에 있어서도 절대 불가결의 요건으로 등장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차를 수없이 마시면서 이것이 우리의 민속 문화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이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전해진 것인 양 생각되고 있다. 커피, 홍차를 중심으로 한 차들이 그러한 것임은 사실이지만 이들 역시 동양에서 나간 것임을 알아야 한다.
Tea라는 어원도 茶(차) 즉 중국어음의 『취』에서 나온 것이다. 차의 오랜 전통 속에서 차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민속화 된 것들이 많다. 다례, 다식, 봉차, 찻독, 항다반, 다담상 이라는 말이 있다.
• 다례(茶禮)는 매월 초하루 보름이나 명절날 또는 조상들의 생일날 등 낮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 다식(茶食)은 송화가루나 콩가루, 검은깨 등을 조청이나 꿀로 버무려 만든 다식과자이다.
• 봉차(封茶)는 결혼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채단과 예물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 찻독은 시골 장안에 있는 쌀 항아리를 차독이라 부른다.
• 항다반(恒茶飯)이란 불가에서 승려들이 항상 차를 밥 먹듯이 계속 마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 다담상(茶啖床)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차려내는 교자상을 말한다.
삼국시대 말기인 신라 선덕여왕(632-647)때부터 차는 있었다. 그러나 차가 우리나라에 널리 성행하기 시작한 기록은 흥덕왕 3년(828) 당(唐)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당나라로부터 차 종자를 가져다 왕의 명령으로 지리산에 심은 이후로부터 시작되어 있다. 이때부터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과 호남지방은 우리나라 차의 본고장이 되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일부 승려 및 화랑도들 중에서 차를 마셨다. 이들 사이에 음다(飮茶)의 풍이 있었던 것은 이들이 이 시대에 엘리트였음은 물론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차의 효능이 이들의 수행이나 풍류정신(風流精神)과는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왕실 및 문인, 그리고 승려 등 귀족층에 차가 폭넓게 수용되어 있었다. 고려 왕실에서는 초기부터 차가 귀중하게 쓰여졌는데 왕실의식을 비롯하여 왕의 하사품 또 국제 외교상의 중요한 예물로 쓰이기도 했다. 이시대의 문인과 승려들은 차의 참맛과 진정한 멋을 알던 사람들로써 다도에 깊은 이해를 가진 ‘차인’이 등장하고 차를 귀한 선물로 주고받았는가 하면 상당수의 차시(茶詩)를 남겼다. 조선시대의 차도는 고려 때만큼 성행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왕실에서는 꾸준히 다례(茶禮)가 행해졌고 초기에는 많은 문인들이 고려의 음다풍(飮茶風)을 계승하고 있었다.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는 차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였고 이후 승려들 중에는 차를 마신 기록이 보이고 남녘의 사원에서는 적은 양이지만 차가 법제되면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처럼 사원을 중심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던 음다풍은 19세기에 이르러 다시 성행되었다. 대흥사의 헤장, 초의(草衣), 범해(梵海)등의 다승(茶僧)과 정약용, 신위, 김정희, 홍현주, 이상적등 차를 즐기는 문인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초의는 ｢동다송(東茶頌)｣을 저술하고 차를 지배하는 등 차도의 이론을 정리함으로 다도(茶道)라는 용어가 쓰였던 것도 이때부터라고 한다. 우리 조상은 역대로 대용차(代用茶)를 즐겨 마시던 민족으로 하부차, 구기지차, 유자차, 곡물로 우려 마시던 차도 많았다. 차의 종류는 이웃 일본이나 중국까지를 합치면 수천가지가 될 정도로 많다. 때문에 그 명칭상의 종류를 피하고 형태적인 것을 중심으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엽차에 속하는 작설차(雀舌茶) 하나를 두고 광주 무등산에서 나온 차를 춘설차(春雪茶)라 하고 지리산 주변, 즉 화엄사나 쌍계사 근방에서 나오는 차는 죽로차(竹露茶)라 하며 송광사에서 나오는 차는 옥로차(玉露茶), 다솔사에서 나오는 차는 반야차(般若차), 해남 대흥사에서 나오는 차는 대흥다천(大興茶泉)이라고 하며 구례 화엄사에서도 옛날에는 최치원이 당나라에 유학 갔다가 돌아올 때에 씨앗을 가지고 와 심었다고 해서 학사차(學士茶)등으로 그 명칭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 있다. 차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 녹차(綠茶) - 차 잎을 이른 봄에 따서 솥에 볶거나 쪄서 만든 것
• 오용차(烏龍茶) - 차 잎을 따서 반쯤 발효시켜 만든 차
• 홍차(紅茶) - 차 잎을 따서 완전 발효시킨 차를 말하고
• 가루차나 고형차가 있다.
차는 왜 마셔야 하는가? 좋은 물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좋은 물은 우리 몸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역할은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이다. 즉 노폐물이나 독소를 배출하고 장내세포나 엔자임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좋은 물이라면 다이옥신이나 여러 가지 환경오염물질 식품첨가물이나 발암물질 등도 제대로 체외로 배출시킨다고 한다. 따라서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은 병에 걸리기도 쉽다고 말한다. 우리 인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로써 하루의 필요량은 2L이지만 여름철에는 4~5L가 필요하다. 어른이 식사 1시간 전에 아침에는 700cc정도, 낮과 저녁에는 500cc정도의 좋은 물을 먹으면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다경(茶經)에 보면 차를 다스리는 기술의 반은 좋은 물을 구하는데 있다고 하고 ‘다도’는 심신을 가꾸는 길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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