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 납월(臘月)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달이다. 계사년(癸巳年)이 저물어 가고 새해 갑오년(甲午年)이 밝아온다. 흔히 음력 십이월(12월)을 섣달, 또는 납월(臘月)이라 부르며 납일(臘日)은 동짓날로부터 세 번째의 술일(戌日)로 하다가 조선 태조 때부터는 동짓날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로 하였다. 납일은 그해에 지은 농사 형편과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신에게 고하는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이 제사를 납향(臘享)이라 부른다.
조선시대에는 종묘, 사직에 큰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농가에서는 이날 밤 청소년들이 떼를 지어 참새 잡이를 한다. 지붕의 추녀 끝에 집을 짓고 사는 참새를 잡기 위해 야단법석을 한다. 참새고기를 먹으면 마마(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날 참새를 잡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한편 이날 내린 눈(雪)은 사람의 몸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은 이날 내리는 눈을 받아먹기도 하고 또 독 속에 넣어 녹은 눈물(雪水)을 보관하여 두었다가 김장독에 넣으면 김치 맛이 변하지 않으며 옷가지와 책에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 또 이 물을 가지고 한약을 달이거나 환약(알약)을 만들 때 넣으면 효과가 있으며, 눈을 씻으면 안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궁중(내의원)에서는 이날 눈 녹은 물로 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날 만든 약을 ‘납약’(臘藥)이라 하며 그 약의 종류도 다양하였다. 이때 만든 청심환(淸心丸)은 정신적 장애에, 안신환(安神丸)은 열을 다스리는데 효과 있으며 소합환(蘇合丸)은 곽란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섣달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음력 마지막 달이다. 소한과 대한으로 일년 중 가장 추운 시기지만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달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 설레임이 있다. 약력으로 12월을 생각하면 똑같은 심정이다. 벌써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지나가는 해를 돌이켜보며 잘한 일, 잘못한 일, 아쉽고 섭섭한 일들을 돌아보며 한해를 보내는 12월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의미를 주는 달이다. 기쁜 일은 서로 축하하고 섭섭한 일은 화해하며 반성도 하면서 새해의 계획을 짜는 그런 달이다. 새해를 맞으면 흔히 희망의 해하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희망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도 기업도 크게 달라진다. 큰 희망에 따라 사람도 기업도 활기를 띠고 뻗는다. 『희망이 인간을 만든다. 큰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있다. 어떤 희망을 가지느냐에 따라 한인간의 인격이 좌우된다. 따라서 크고 높은 이상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확실히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은 인간적으로 크게 성장한다. 낮은 희망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은 낮은 단계로 만족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게을리 한다. 중국의 유교경전(대학)에 나오는 말로 인생에 고난과 실패는 의례 따르기 마련이다. 좌절, 절망의 원인이 잇달아 복병이 되어 나타나는 것처럼 엄습해 온다. 그렇지만 핀치를 당하고 눌리어 짜부라진다면 자멸할 뿐이다.
오늘 고뇌나 슬픔에 상처 입어도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견디고 내일을 맞자. 거기에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그 하루하루를 전력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희망과 활력이 솟는다. 오늘 나는 무슨 희망을 갖고 진력하는가? 나는 용기가 있는가? 자문해 본다. 나는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 왔으며 행복의 지수(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는 얼마나 될까? 진정 힘든 물음이요, 대답이 쉽지는 않다.
보편적 삶의 목표는 경제적 부의 획득이요, 부의 확보를 통한 행복 만족일까? 아니면 부를 포기할 수 있는 정신적 행복일까? 어떤 답도 정답은 아닐 것이며 건강과 “수신제가”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좀 더 나은 생활, 좀 더 보람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이는 인간의 극히 자연스러운 본성일뿐더러 인류문명의 역사가 전개된 전 과정이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갑오년에는 국내 정치권도, 지역사회도 노마지도(老馬知途)라도 빌려 안정되고 정말 국민을 위한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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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7 11:43: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