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전북도지사 경선룰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경선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선을 강행하기 보다는 본선으로 직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착신 전환에 의한 전화 여론조사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기에 본선 직행 여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봉균 예비후보는 “착신 전환, 당비 대납 모집 당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 왜곡하는 불공정 행위
착신 전환에 의한 전화 여론조사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은 민심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 전화 여론조사가 도입되면서 지지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변질됐고, 선거 캠프마다 착신 전환에 혈안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착신 전환이 심각하지 않다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론 왜곡이 심각하다는 게 조직력에서 뒤지는 예비후보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언론사 여론조사에 앞서 “대비하라”는 문자가 무차별 살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착신 전환에 의한 여론 왜곡 실태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검찰은 휴면 전화번호 2,000개를 대량 매집해 여론을 조작한 A씨를 구속했다. 수사 결과 A씨는 30여개 휴대 전환에 착신 전환함으로써 150건의 여론조사 전화를 잡는데 성공했다. 응답률을 감안하면 무려 21.4%의 지지율을 올렸다는 게 당시 검찰 발표다. 1~2%로 후보가 갈리는 현실에서 21.4%는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화 착신을 금지하고 적발될 경우 자격 박탈이란 강수를 둔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중대 선거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기술적으로 착신 전환을 걸러내는 게 어렵다며 주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화 착신 배제가 어렵다면 본선으로 직행하자는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도내 착신 전환은 12만 6,000여대로 파악된다. 5~10%대 낮은 응답률을 감안하면 특정인이 착신 전환을 통해 얼마든지 지지율을 흔들 수 있다.
△누가되든 새정치연합 당선은 확실
유권자들은 민주당 성향의 야당이 정치적 독점을 지배해온 전북에서 경선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한다.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해 경쟁력 있는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게 경선이지만 전북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새정치민주연합 경선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본선 승리를 예상할 수 있다. 정당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새전북신문 64%(4월 14일), 전북일보 63.7%(4월 15일), KBS·MBC·도민일보 58.9%(4월 23일)로 나타났다. 반면 새누리당은 각각 16.5%, 15.5%, 14.3%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선은 확실시 된다.
지역 정치권은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굳이 불신이 팽배한 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경선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은 야당 승리가 불보듯하기에 경선 없이 본선으로 직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양자 구도 아래서 투표권 행사를 생각했던 유권자들에게 권리를 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강봉균 후보는 27일 “당비 대납 진상조사와 전화 착신으로 인한 불공정 경선이 우려된다.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선 참여는 어렵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자체 분석한 결과 “도내 일반전화의 10% 가량인 12만6,000여대가 착신 전화이고 수 천명을 특정 후보측이 조직적으로 여론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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