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한병옥
1990년대 후반기에 김지하 시인의 『사상기행』을 읽으며 낯뜨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김지하 시인이 수운선생의 남원 족적을 밟고 남원을 더 알아보려 남원지역 유지들과의 만남의 자리가 있었던 모양인데, 남원유지 분들은 김시인의 질문에‘남원은 동학과 관계가 없습니다’라 했고, ‘김개남’이름이 나오자 남원 유들의 표정이 떨떠름해 졌으며, 은적암 애기가 나오자 아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그때만 해도 남원은 양반고을 이였고, 그것이 자랑이며, 긍지였던 모양이고, 김 시인에게는 그게 그리 못마땅했던 것 같다.
15년이 지난 지금 남원은 어떤가?
2014년 1월 28일 ‘남원동학 농민혁명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가 있었다.
남원에 김개남의 농민군이 입성하지 않았다면, ‘동비東匪’가 없었다면, 동비가 역적이고, 반국가 세력이 다면, 양민을 괴롭히고 학살하며 겁탈 방화하는 그런 무리였다면, 지방정부가 연구용역을 줄 것인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남원 문화원장은 ‘남원관아를 불태운 것은 동비東匪 였다. 이 사실이 명기되지 않은 표석은 세울 수 없다’고 발언 했다.
놀랍고 놀랍고 또 놀라운 발언이다.
남원문화원장의 말은 남원관아 상량문에 기록되어 있고, ‘유지’들이 다 함께 확인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상량문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분석한 다음에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런데도 거쳐야할 과정을 생략한 채 펜을 들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시 동학 농민군은 민란 수준에서 벗어난 지휘통제권을 갖추고 있었고, 살상과 민폐를 철저히 금했다. 토호들의 집을 파괴한 경우는 있었어도 초가집에 불이 옮길 것을 염려하여 소각한 경우는 없었다.
전주성 집입때 성밖 성안은 물론 방화를 한 것은 관군 이였지 농민군은 아니었다.
남원성도 마찬가지다. 관리들은 모두 도망을 가 무혈입성 했다. 어떤 이유로도 방화해야 할 조건은 없었다.
오히려 운봉과 남원의 민보군이 연합하여 남원성의 농민군과 대적할 때 성문에 불 지르고 민가 몇 채를 남긴 채 성안의 모든 가옥을 태워버렸던 것은 박봉양의 민보군 이였다.
더구나 김개남 군이 남원성에 들어와 대도소를 설치하고 집강소를 운영한곳이 남원부 관아였다. 제 집무처, 제 거처, 제 집에 불을 지를 사람이 있겠는가?
뺏길 것이 아쉬워 불 질러 버렸다? 가능할 수 있다 하자. 만에 하나 그랬었다면 ‘동학농민혁명’을 ‘동학 난’으로 규정한 권력과 일제가 이 사실을 얼마나 확대 선전하면서 농민군의 만행을 우려먹었을 것인가?
그런데 12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언젠가 그 상량문이라는 것의 진위와 사실여부는 밝혀질 것이다. 
동비 발언이 다름 아닌 남원시장이 자리한 공식 석상에서 남원 문화원장의 입에서 나온 이상 남원문화원장은 상량문 원문을 당장 공개해야 한다.
그 입수 과정에서부터 확인했다는 소위 ‘유지’들 명단까지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 문제가 잠재워질 수 없다.
이는 동학농민 혁명사를 다시 써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개인적으로는 ‘남원동학 농민혁명 기념사업회’를 만드는데 한 역할을 했고, 지탱해왔던 필자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현 남원문화원 원장의 동비 발언은 용서할 수 없는 망언이며 동학유족과 동학관계자에 대한 언어폭력이며 반역사적이며 남원 향토사에 똥칠을 하였대도 결코 과한 말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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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8 13:14: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