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수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설과 경로효친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설날은 그해의 가장 큰 명절이며 부모님과 고향을 찾는 즐거움이 있는 날이다. 예부터 설에는 민가나 조정,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업무를 보지 않았다. 이것을 ‘삼일파조시(三日罷朝時)라 하였는데 곧 설날로부터 3일 동안 모든 업무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설날에는 멀고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자손들이 대부분 자기 고장의 큰집으로 모여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그리고 이웃 어른들께도 일일이 찾아 세배한다. 만수무강과 복 많이 받으라는 서로의 덕담(德談)을 나누면서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정겨운 예절의 장이 펼쳐진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즐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한국에서 꼭 수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웃어른을 공경하고 잘 모시는 풍습이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외국 사람들도 본받고 싶어 하는 우리의 좋은 전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그릇된 외국의 풍조를 따르는 것이 현대화요, 선진화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정이나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한자 명언이 있다.
수욕정이 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 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부모님께 일찍 효도하라는 교훈이다. 살아 계실 때 효도를 다 해야지 돌아가신 후에 후회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석학이었던 퇴계 이황(1051-1570)이 이조참판을 지낼 때 고향에는 늙은 어머니가 계셨다. 그는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에 내려가 어머님을 모셨다는 미담이 전해 온다. 미숙한 근대화는 전통문화를 죽이지만 성숙한 근대화는 전통문화를 살린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소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전통문화의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경로효친 사상을 우리의 가정윤리로 이어 받아야 한다. 경로효친의 올바른 실천은 바로 노인문제와 청소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진정한 경로효친은 물질적 봉양이나 겉치레 형식만이 아닌 참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성실성으로 실천해야 한다. 누구나 노후에 생활능력이 부족한 노년이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특히 자식의 효도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 자기의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노후에 자기 자식으로부터 효도를 받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지만 가정에서는 인생을 사는 지혜를 배운다. 부모는 학교 성적만을 가지고 자녀를 평가하지 말고 웃어른을 공경하며 참된 인격을 갖춘 인간이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나 핵가족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적인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산업사회가 되면서 노인 평가 절하의 현상이 두드러지며 가족관계에서 웃어른으로 위치가 사라진데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이 골목 길가에 버려 놓은 쓰레기 자루 같은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노인의 바람직한 자세는 존경받는 노인이 되기 위해서 먼저 자신이 스스로 노후생활을 꾸려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와 죽는 그날까지 자주적이고 능동적으로 뜻있고 보람 있게 살겠다는 강한 집념을 통해 고유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 그리고 민족정신을 현대 젊은이들에게 올바로 전승할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깨닫고 있어야 한다. 노인은 예나 지금이나 집안의 어른이고 사회의 존장이다. 노인은 웃어른으로써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하나 존경받지 못한 것을 전적으로 사회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고방식에도 반성의 여지가 있다.
노인은 젊은이들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하기에 앞서 노인들 스스로가 예우를 받을 만한 노력이 뒤따르고 있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국가에서는 노인이 할 만한 일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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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8 13: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