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선정과 노마의 지혜
남원언론문화재단
노 상 준
올해는 행운과 행복을 가져온다는 청마의 해이다. 우리고장이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자축하며 장래를 기대하는 여망이 높아졌다.
고사 성어에 노마의 지혜(老馬의 知慧), 노마의 지도(老馬의 知途)란 말이 있다.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말이다. 또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을 말한다. 지역을 가꾸는 일에도 노마의 지혜를 빌린다면 지역 발전에 일조가 되리라 생각된다. 문화예술의 고장 남원시가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앞으로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보전하면 한국 제일의 문화 도시로 크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고전의 도시로 한류열풍의 발원지로, 세계 사랑의 EXPO 개최 예정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인간이 말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은 말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장거리 교통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농사일에도 이용될 수 있었던 데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또 옛날 전쟁에서 말은 꼭 필요 불가결한 짐승이었다.
피아(彼我)를 모르는 칠흑같이 어두운 전쟁터에서도 말은 자기의 본진이 어디에 있는가 안다고 한다. 그래서 전투 중에 본진으로 되돌아가려면 늙은 말을 앞세운다고 한다. 우리나라 풍속 중에 ‘말날(馬日)’이 있다. 음력 10월 가운데 첫 오일(午日)을 말날(馬日)이라 부른다. 그리하여 말을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는 이날 팥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마구간에 차려놓고 고사를 지낸다. 이것은 말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데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옛날 역참제도가 있을 때 말은 대단한 교통수단이자, 긴급한 일을 전달하는 통신수단이었다. 정유재란 남원성 전투에 참가한 명나라 원군은 대부분 요동의 기마병 3천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원성은 ‘마장’과 ‘마면’이 있고 유적으로 마총(馬塚)이 있다.
민가에서는 말날 간장을 담구면 간장이 맛이 있고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날 많은 가정에서 간장을 담기도 한다. 백리를 단숨에 뛴다는 용맹 있는 적토마, 두려움을 모르는 호랑이, 꾀가 많은 여우 등 짐승들이 모여 동물회의를 하였다는 레싱의 유명한 우화집을 보면 각기 다른 짐승들이 모여 누가 잘났는가? 일대 논쟁을 벌인다. 결론은 날 턱이 없다. 그래서 인간이란 동물을 불러다가 판정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인간이란 동물이 오자 물었다. 판정하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 너는 어떤 기준으로 우리들을 판정할 거냐고? ‘물론 너희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로 따질 것이다.’ 성난 동물들이 뭇매를 때려 인간이란 동물을 내쫓아 버렸다. 끝없는 논쟁은 계속된다. 잘난 것을 알고 자신에 찬 말, 호랑이, 코끼리는 퇴장하고 적성이 없는 원숭이나 여우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세평이나 지위나 명성 같은 남들이 보는 기준에 좌우되지 말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기 나름의 가치에 확신을 갖는 일임을 빗댄 이야기가 된다.
미국 노동부에 등록된 공식 직종만도 22만 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적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이 세평이 좋은 소수의 직종에만 집중적으로 몰린다. 그래서 현대인은 앞서 동물회의에서 제 적성을 찾아 자존하는 코끼리나 호랑이, 여우, 말만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적성을 무시한 행동이 부화뇌동하여 많은 학생들을 입시 지옥에 몰아넣고 좋은 직종만 찾아 헤맨다.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재능이 다르다. 재능에 맞게 자기적성을 알고 나간다면 대성할 수 있다는 우화를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따라서 남원문화의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노마의 지혜를 중히 여겨 남원 문화도시를 가꾸기데 함께 한다면 보다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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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0 15:4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