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가동보 공사 수주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두 사람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가동보란 하천의 수위를 조절하는 시설이다. 한 사람은 금품을 건넨 ㄱ사 신모 상무(55)이고, 다른 사람은 돈을 받은 전북도청 4급 공무원 이모 과장(53)이다. 신 상무는 10일, 이 과장은 지난 1월 자살했다.
‘가동보 커넥션’을 수사 중인 전북지방경찰청은 11일 “ㄱ사가 전북도와 남원, 정읍, 진안, 완주, 익산, 고창, 장수, 무주 등 전북에서만 10건의 하천 가동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ㄱ사는 특허를 내세워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 1월엔 전북도청 간부 자살 수의계약 회사 압수수색 뇌물 전달 진술 확보 “전북 사건 마무리한 후 광역 수사로 확대 검토”
동종업계에서 ㄱ사는 유력 정치인 등을 거론하며 로비를 펼쳐 가동보를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귀재’로 알려진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ㄱ사는 알 만한 정치인을 앞세워 수주를 독식하다시피 해 원성이 자자했다”면서 “이미 설계에 반영돼 있는데도 도청에 압력을 넣어 ㄱ사가 공사를 빼앗아간 일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관리청이 발주한 하천공사에도 ㄱ사가 관여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모씨는 “ㄴ국토관리청이 발주한 하천공사를 수주했다가 공법 시비로 계약을 파기당하자 다른 공사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국 지자체와 국토관리청이 발주한 공사를 ㄱ사가 따냈다면 모두 수사대상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동보 커넥션’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경찰은 당시 남원시가 발주한 공사의 수의계약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브로커 송모씨(52)를 구속했다. 송씨는 “남원시장을 잘 알고 있는데 시에서 발주하는 가동보 공사의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경찰은 지난 1월 ㄱ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ㄱ사가 2012년 전북도청이 발주한 9억5000만원 상당의 임실군 후곡천 가동보 설치공사를 수주하면서 도청 이 과장에게 8000만원의 뇌물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과장은 소환조사를 앞두고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지난 3일 또 다른 브로커 이모씨(58)도 구속했다. 경찰은 “이씨가 가동보 설치공사를 수주하는 대가로 강완묵 전 임실군수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두 명이 목숨을 끊어 곤혹스럽지만 압수물품에 녹취록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많은 만큼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전북 사건을 마무리한 다음 광역수사로 전환할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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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2 07:47: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