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전과 동학성지 남원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전 세계를 냉전시대로 이끌었던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시작을 알린 「자본론」이나 몇 천년동안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발휘한 「성경」, 「불경」, 공자의「논어」는 한 권의 책에 불과하이지만 인류에게 있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 중 하나인 ‘동경대전’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경대전(東經大全)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 민중들의 민중들에 의한 민초들이 시작한 근대혁명, 바로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 운동이었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정치적 발전을 이끌어낸 민초들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동경대전’에 담긴 인내천(시천주)사상은 인간평등을 바탕으로 한 인간존중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았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은 인간이 태어날 때 가장 소중한 것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있으니 자기를 존중하고 더불어 남을 존중하라는 ‘인간 존엄성’을 말하며 우리나라를 지키고 더욱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보국안민(輔國安民)의 정신은 민족주의 운동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의식이 바탕이 되어 당시 무기력한 정치권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전국적인 봉기로 발전한 것이 동학농민운동이었다.
‘동경대전’은 천도교의 경전이며 교조 최제우(崔濟愚)의 유문을 모은 것으로 조선 26대 고종17(1880)년에 최시형(崔時亨)이 편찬 간행한 것으로 최제우가 저술한 포덕문(布德文), 논학문(論學文), 수덕문(修德文), 불연기연(不然其然), 팔절(八節), 탄도유신급(嘆道儒心急), 주문(呪文), 필법(筆法), 시문(詩文)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동학의 기본 경전이 최제우 대선사가 남원부 교룡산성 내에 있던 덕밀암 은적당에 머물면서(1861~1862) 발표하셨기에 남원은 동학의 성지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그 위상을 높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교룡산 은적당은 1919년 기미년 3.1독립운동민족대표 33인 중 한분이신 독립운동가요, 승려이신 백용성 스님의 출가지요, 은적당 뒷마당에 있는 산신단은 정유재란때 호남의 승병군과 동학군이 무훈을 빌었던 곳이며 남원부사가 지역 안위를 위해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낸 곳으로 민속 문화의 보고이다. 한일 도자기 문화교류 사업으로 일본에 있는 한국 도공의 후예들께 불씨를 보내기 위해 산신단에서 불을 채화해 가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동학의 성지를 가꾸는 일에 남원시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 그러면서 지역발전이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시장이나 시 의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생각하시며 무엇을 하시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덕밀암은 복원되면 동학 성지순례지, 백용성 스님의 죽림정사와 더불어 불교의 성지순례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며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 것이다.
천도교와 불교계, 학계와 시민이 성지 가꾸기를 갈망하고 있는데 덕밀암 은적당 복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은적당 복원은 절실하다. 하루속히 복원되어야 한다. 동경대전의 가르침처럼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남들을 정성된 마음으로 공경과 예로써 대하면 어떠한 다툼도, 범죄도 전쟁도 없어 낙원이 될 것이다. 자신의 정중한 몸가짐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타인까지도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나간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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