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 초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세종제 [춘향가]
명인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때로는 16세 춘향이 귀 뒤에서 속삭이듯 달콤하면서도, 때로는 변학도가 수작을 걸 듯 음흉하고, 때로는 어사또가 눈앞에서 “어사출두요”를 외치듯 후련하고 경쾌하게 관객을 들썩거리게 했다. 객석을 압도하는 에너지는 화수분같이 6시간 내내 흘러넘쳤다.
지난 2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있었던 이난초 명창의 ‘김세종제 춘향가’ 완창 판소리 공연 얘기다. ‘흥부가’ 예능보유자로 이 시대 대표적인 명창으로 꼽히는 그가 오랜만에 완창 판소리를 선보였다. 동편제의 특징인 선이 굵고 직선적이면서도 쭉쭉 뻗어나가는 우렁찬 창법이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강도근, 성우향, 안숙선 명창을 사사한 그 다운 무대였다. 옛 명인들의 숨결도 고스란히 이 명창의 웅장한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고수도 화려했다. 김청만, 정화영, 이태백 명고가 나섰다.
객석은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지만 록스타의 콘서트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객석까지 들고 뛰며 발산하는 모습이 아니라 무대와 개개인이 혼연일체가 돼 혼자 조용히 웃거나 눈물을 흘리는 내적 카타르시스의 장이었다. 한 20대 여성 관객은 “황홀했다. 마음껏 울다 웃고보니 마음이 깨끗해진 것 같다. 잘 짜여진 오페라 여러편을 감상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들고 나왔다. 김세종 명창은 조선 헌종, 철종, 고종 3대에 걸쳐 활약한 명창이다. 장단에 숨은 들숨과 날숨, 소리의 이면이 갖고 있는 섬세한 결이 일품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 명창은 ‘우리나라 소리의 본 고장’ 남원 소리의 맥을 잇는 창자다. 스스로도 명창이지만 명창을 길러내는 열정도 그의 창법과 닮아 열정적이다. 그의 손을 거친 제자들 가운데 8명이나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장관상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일가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이 이날 공연은 2009년 10월 ‘흥부가’ 완창 이후 4년 만에 완창 무대였다. 우리시대 대표적 명창의 완창 무대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예비 창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날 공연은 우리 소리, 우리 판소리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이 태 술
그룹 05 > 문화·예술·역사 32 페이지
13-04-23 16:3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