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오, 항일 운동의 선구자 베델이여,배설이여!
창작(작사, 작곡, 소리) 이용수
(1)(아니리)
일본이 대한제국과 을사늑약(乙巳勒約)을 강제로 체결하고 사실상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해오던 1908년 6월 어느 날, 한국 땅에서는 참으로 이상하고 괴이한 국제재판이 있었더라. 거 어째서 이상한고하니 재판사안은 우리 한국인의 주권과 자유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재판의 피고, 원고, 변호사는 모두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니라. 다시 말해 원고는 일본의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권한을 위임받은 미우라 공사였고, 피고는 영국의 한 젊은 사나이였으며, 판사와 검사도 피고와 같은 영국인이요, 또 변호사도 같은 영국인이었더라. 힘없는 우리 한국인은 그저 증인으로만 참석하게 되었구나. 이때 일본 미우라가 제소한 피고가 누구인고 하니
(2)(중모리) ( 초두의 설명으로 소리도 담담하게 피력한다)
피고를 볼작시면 36세의 젊은 영국인, 어네스트 토마스 베델(Ernest Thomas Bethell)이라. 일본이 제기한 죄목을 보니 피고는 조선인을 선동하여 배일사상 고취하고 폭동을 일으키려하니 피고를 당장 조선에서 추방하던가 아니면 그가 운영하는 신문을 폐간하라는 일본의 압력이라. 일본이 한국을 보호한답시고 그럴듯하게 붙인 죄목이구나. 재판 모습도 이채롭다.
한국 증인 민종식(閔宗植)은 상투 틀고,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서 증인석에 나왔으며, 그의 기사 김철영(金澈榮)은 신식 양복을 입었구나. 통역 맡은 김규식은 연미복이 이채롭다. 원고석 미우라는 누구인가? 명성황후시해사건을 주도했던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그 미우라 공사가 아니던가? 미우라의 모습 봐라. 일본 육군중장 출신 미우라는 체격은 우락부락 크디크고, 코도 크고, 귀도 크고, 입도 크고, 그 입술까지 내려 덮은 흰 콧수염에다, 부리부리한 눈에다 짙은 눈썹은 과연 우리 민족에게 큰 죄를 저지를 위험한 상이로다.
미우라는 금색으로 호화롭게 수놓은 제복을 빳빳하게 풀 먹여 잘 다려 입고, 대 일본제국 대표한답시고 위풍당당하게, 고개를 꼿꼿이 세워 피고를 바라보고 거만 떨며 앉은 거동, 미우라 이름 그대로 얄밉기도 하구나.
(3)(아니리)
이 때 법정에는 각국의 주한 외교관, 파란 눈의 서양 여자들, AP 통신 을 비롯하여 세계 특파원들이 가득 차있었고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한국인들은 그저 밖에 서서 고개를 기웃거리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더라.
(4)(중중모리) (색다른 구경거리이니 소리도 호기심이 나고 흥미롭게 한다)
한국인들 거동보소. 한국인들 거동 봐. 일본이 제기한 죄목을 듣더니 말도 안 된다고 폭소를 터뜨렸다가, 우우우하고 야유를 보냈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분통을 터뜨린다. 영국 재판관 모습보소. 파란 눈에, 영국법정 격식대로 까만 법복을 입고, 꼬불꼬불하게 생긴 은색 가발머리를 쓰고, 키는 장대같이 크디크고, 코도 한 댓 자는 되게 우뚝 높이 솟았구나. 서양인을 처음 본 한국 사람들, 웃었다, 울었다, 눈물도 훔쳤다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5)(아니리)
이렇듯 그 재판 광경이야말로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국제적인 볼거리가 되었더라.
(6)(세마치) (중요한 사안이니 소리도 가볍지 않고 신중히, 그러나 굳은 의지를 보인다)
이때의 법정 안의 영국인 재판관들 입장이 참으로 난처허구나. 러시아가 부동항을 찾아 남쪽으로 확장하려고 러일 전쟁을 일으켰고, 영국은 이를 견제코자 일본과 동맹을 맺었기로 영국은 일본의 식민지정책을 묵인해주어야 할 판국이더라. 베델도 이번의 재판은 일본의 입장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짐작하고 똑바로 앉은 채로 두 눈을 부릅뜨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앉었구나.
(7)(아니리)
드디어 재판이 시작되고 재판관이 피고에게 근엄한 표정으로 신분을 확인하자 베델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8)(중모리) (비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의 성음으로)
“예, 이 살. 람. 말. 합. 니. 다! 예, 이 젊은이 말하리다. 내 이름은 베델이요, 한국 이름 배설(裵說)이라. 내 고향은 재판관님 알다시피 먼 먼 영국, 브리스톨의 애쉴리요. 일찍이 16세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무역업에 종사하다 우연히 런던의 데일리 크로니클(The Daily Chronicle) 신문사의 특별통신원으로 임명되어 4년 전의 어느 봄날 이 곳으로 왔소이다.”
재판관이 다시 묻되 “그대 파견 임무는 무었이었드뇨?” “예, 예, 사실을 아뢰리다. 내 임무라 하는 것은 러일전쟁 취재하여 본국으로 보내는 것이었소”
(9)(아니리)
재판관이 또 다시 묻되, “그대는 일본이 불법으로 한국을 점령하려 만행을 저지른다고 신문마다 기사를 썼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피고가 일본에서 16년간 살았으니 일본과 친숙할 테고, 모국의 신문사에 채용되어 일 한 사람이 조국과 조국의 신문사를 위하기는커녕 피고와 아무 관련이 없는 한국을 위해 기사를 써서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는데 이게 모두 사실인가?”
(10)(중중모리) (정의로운 언론인답게 소리도 펜과 같이 굴절되지 않고 힘차게 곧다)
베델이 대답한다. 배설이 크게 웃되 “으하하하하. 나의 말을 들어보소. 한국에 부임한지 한 달 만에 본국 신문사에다 기사 하나를 보냈지요.” “그 기사가 무엇인고?” “아, 글쎄 들어보란 말이요. 내가 한국에 오자마자 경운궁에 불이 났소. 경운궁이 활활 타서 검붉은 연기 자욱이 온 장안을 뒤덮었고 궁궐은 순식간에 까만 잿더미로 변하였소. 나는 그게 일본이 방화한 것이라 사실기사를 보냈더니 그 신문사는 다음 날 나를 해고하였소이다. 그 때 나는 눈으로 보고 들은 한국의 억울함을 모른척할 수가 없었소. 정의를 모르는 신문사, 불의의 편에서 타협하는 그런 조국에도 갈 필요 없다하고 한국에 남아 신문을 발행하여 온 세상에 알렸소이다. 그 신문사 나를 다시 복직시켜 준다하고, 부귀영화를 준다하며 잘 해보자 연락이 왔습디다. 나는 ‘NO, NO, THANK YOU!’ 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소.”
(11)(아니리)
이 때 방청석에서 모두가 얼씨구! 하고 추임새를 넣었고, 재판장은 당황하여 “여기 법정은 신성한 곳이니 모두 질서를 지키고, 피고는 묻는 말만 정중하게 대답하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배설은 흥분하여 일본의 만행을 더욱 큰소리로 외치는디
(12)(자진모리) (역사적인 사실을 말하는지라 소리도 주저함이 없이 빠르고 직설적이다)
배설이 흥분한다. 배설이 큰소리로 열변을 토하는디, “나의 죄를 고하리다.
일본이 을사늑약 체결할 적에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 헌병 대동하고 궁 안의 어전회의에 처 들어가 고종황제를 공갈, 협박하며 을사 5적 앞세워 늑약체결을 하였으나, 고종황제 끝까지 날인을 하지 않았으니 원천무효라고 주장했소. 고종황제 폐위시켜 양위토록 한 것도 무효라고 주장했고, 고종황제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보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준열사가 순국하였던 억울함을 기사로 써서 알렸던 것도 이 배설이 한 일입니다. 일본이 황무지 개간권을 달라 요구한 것은 한국 땅 3분지 2를 그저 차지하려는 음흉한 계책으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기사를 쓴 것도 사실이요.” 재판관이 당황하여 “피고는 묻는 말만 조용히 대답하라.” 또 다시 경고한다. 베델은 못 들은 척 더욱 크게 외치는디, “한국의 의병 소식을 해외에 알렸던 것도 사실이요, 한국에서 봉급 받고 일본에 앞잡이 한 친일파 미국인 스티븐스 고문을 암살한 장인환(張仁煥)과 전명운(田明雲) 의사(義士)에게 그 거 참 잘한 일이라고 논설을 쓴 것도 사실입니다. 나의 죄는 또 있소이다. 일본에 빚진 국채, 국민운동 벌려서 어서어서 갚자하고 선동한 것도 사실이며, 양기탁(梁起鐸), 박은식(朴殷植), 신채호(申采浩) 등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국한문판, 한글판, 영자신문 발행하여 한국의 억울함을 세계만방에 알렸던 것도 모두가 다 사실이니 나를 죽이든지 살리든지 재판관님 마음대로 하옵소서!”
(13)(아니리)
방청석은 다시 한 번 옳소, 옳소, 만세! 하며 소리쳤고, 배설은 일본의 만행을 낱낱이 밝혀 재판기록으로 남기고 나니 마치 춤이라도 한번 추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분이 상쾌하였다. 사실 그 당시는 일본에 빚진 1,300만환을 국민들이 담뱃값을 아껴서라도 어서 어서 갚아야 한다고, 애국적인 국민운동이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 번져나가고 있을 때였다. 이는 일본으로서는 마치 휘발유통에 성냥불을 붙이기 직전과 같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더라. 한편 배설은 이제 한국인이 다 되었던지라 이렇듯 홀가분할 때는 그저 한 번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어 속으로 흥얼거려 보는디,
(14)(중중모리) (한 점의 후회도 없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소리도 흥겹고, 시원하게)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좋을시구.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나니 어찌 아니나 좋을손가? 얼씨구나 절씨구. 여보시오, 한국인들, 나의 한말 들어보소. 내 이름은 배설이라. 고종황제 나를 불러 친히 지어준 한국 이름, 성배(裵)자(字)에 말씀설(說)자(字), 그 배설(裵說)이란 말이요. 말로 하고 글로 써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라는 그 배설(裵說)이란 말이요. 황제님이 이름 주시고, 내탕금도 주셨는데, 이제 내 이름값을 톡톡히 하게 생겼으니 어찌 아니나 좋을 손가. 얼씨구 절씨구 좋을시구. 얼씨구나 아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15)(아니리)
이렇듯 배설의 밝은 표정을 본 재판관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더라. 피고인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애를 쓰는데 배설은 오히려 자신의 죄상을 낱낱이 밝혔으니 모두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더라. 이번에는 배설에 이어 증인들을 심문하는디, 먼저 의병대장 민종식을 불러댄다.
(16)(자진모리) (백성들의 항거장면으로 분노하고 슬픈 성음으로 빠르게 일어난다)
민종식(閔宗植)은 누구인가? 일본군이 고종황제 폐위시키고, 한국군을 해산할 때, 백성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항의하고 대항하자 일본군은 총칼로써 죄 없는 한국인을 무참하게 죽였더라. 배설은 이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고, 민종식은 충남 홍주성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총 든 백성 600명, 창 든 백성 200명, 무기도 없이 그저 대창 들고, 낫과 곡괭이 들고, 몽둥이 들고, 그도 저도 없는 아낙은 치마폭에 돌을 싸서 나르거나, 물을 팔팔 끓여 성 밖으로 쏟아 부으며 일본군과 싸운 백성이 300명, 도합 1,100명의 의병이라. 의병군이 똘똘 뭉쳐 30일간 치열한 격전 끝에 의병군은 중과부적으로 일본군에 함락되었네. 이때 수많은 의병들이 죽기도하고, 끌려갔으며, 민종식은 체포되어 사형언도를 받았더라. 그러다 감형되어 진도에 유배됐다 다음해에 석방되었네.
(17)(아니리)
한국군이 해산될 때 서울의 한국군 대대장 박승환이 분통을 터뜨리며 자결하자 전국에서 의병들이 벌떼같이 일어나는디, 꼭 이렇게 일어나던가 보더라.
(18)(휘모리) (의병들이 일어나듯 소리도 몰아친다)
의병들이 일어난다. 전국에서 일어난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벌떼 같이 일어난다. 원주, 홍주, 진주, 강화에서 진위대와 분견대 군인들이 봉기하여 무기고를 점령했고, 전라도 임실, 무주, 장성, 함평에서 의병들이 일어났다. 경상도 북부일대와 경기도 장단, 덕천, 맹산에서, 충청도 공주에서, 황해도 평산과 함경도 평안에서 일시에 일어났다. 안중근은 경원일대에서, 홍범도는 산수갑산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19)(아니리)
이 때 또 김구는 어떠한가?
(20) (중모리)
일찍이 백범 김구는 명성황후시해사건 후에 만주로 건너가서 의병단에 입단하고 다음해에 귀국하여 명성황후시해사건에 가담했던 일본군을 암살했다 체포되어 사형언도를 받았더라. 김구는 고종황제 특사로 풀려나와 신민회 조직으로 일본의 만행에 대항했다. 이처럼 조선팔도에서, 만주와 연해주에서, 의병들이 일제히 일어나 싸운 것은, 일본이 주장한 대한제국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일본에 대한 항거라고 증인들 모두가 똑똑하게 증언했다.
(21)(아니리)
결국 이 재판은 1차, 2차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이번 2차 재판에서도 3일간이나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배설은 금고 3주, 근신 6개월, 벌금 400만환을 선고받고 상해의 감옥으로 떠나가게 되었더라. 일본군은 혹시 백성들이 소요라도 일으킬까봐 배설을 아무도 모르게 밤에 혼자 불러내어 곧바로 인천, 제물포에서 화물선에 태워 망망대해로 떠나보내는구나. 배설선생 배를 타고 가며 소리를 하는데,
(22)(중모리) (미련을 남기며 덧없이 떠나가는 이별을 설명하듯, 천천히, 그리고 슬프게)
떠나간다. 떠나간다. 한국 땅을 떠나간다. 사람이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지만, 어찌하여 내 주머니엔 옛날 조선의 동전 한 잎만이 덩그렇게 남았는고? 끼룩끼룩 울고 가는 저 갈매기야!, 하늘 높이 둥둥 떠가는 저 흰 구름아!, 너희는 어디로 행(行)하느냐? 한국 땅으로 가려느냐? 한강 따라서 가려느냐? 한양을 가거들랑 경운궁의 고종황제께 부디 내 말 좀 전해다오.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왔으나 언제 다시 뵈오리까? 사랑하는 애국지사, 사랑스런 이웃 한 사람 못 보고 떠나왔으니 네가 부디 그 말 좀 전하여다오. 서대문 밖 나의 집, 삐걱거리는 대문소리에 우루루 뛰쳐나와 반겨주던 가족들도 못보고 가는구나.
(23)(아니리)
배설은 배를 타고가면서도 한국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흰옷 입은 백성들이 자신을 따라오며 북간도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였다.
(24) (늦은중모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배설 선생 우리 위해 몸 바쳐 싸우다 상해의 형무소로 끌려가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배설 선생 우릴 두고 어디 가요? 일본의 만행을 어찌하란 말이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처자식은 멀리 두고 혼자 어디 가요? 상해의 옥방이 무섭답디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25) (빠른 엇모리)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총 가진 포수가 원수로다.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바른 말 한사람은 재판소 가고, 일 깨나 한사람 공동산 간다.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늦은중모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26) (아니리)
배설은 3주간이나 되는 긴 날을 배를 타고 상해에 도착하여 형무소 간수들에게 짐짝처럼 인계되어 옥방에 홀로 앉아 지난날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솟아오르는구나. 그럴수록 자신의 조국이 너무나도 야속하고, 순박한 한국인들이 생각나서 배설은 다시 피가 끓어오르는디,
(27)(중중모리) (야속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흥분된 어조로 빠르게 내뱉는다)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할 적에 한국의 민영환, 조병세, 홍민석 선생이 영국에게 한국의 독립을 도와 달라 유서를 남기고서 목숨을 버렸건만, 내 조국은 어이하여 그다지도 모른 척 하였던고? 영국의 대리공사 이한웅선생도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고, 국운을 걱정하며, 자결을 했건마는 내 조국은 어찌하여 이를 외면하였던고? 슬프고도 슬프도다.
(28)(아니리)
배설은 이리 슬퍼하다가도 한 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소하고 통쾌했던 일이 떠올라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하늘을 쳐다보고 하하 하고 신나게 웃어 보는디,
(29)(자진모리) (고소하고 통쾌하게 소리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치를 떨며 하는 말이 “나의 백 마디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으니 그 놈의 신문사 한 줄의 글이더라. 여 봐라 뭣들 하느냐? 베델을 당장 잡아오너라!” 여기저기서 대답한다. “하이!” “하이!” “하이!” 이때 한 부하 하는 말이 “각하!, 대한매일신보사장 베델이라 하는 놈은 조센징이노 아니옵고, 영국 사람이라 치외법권이 있어서 잡아올 수 없스므니다.” “빠가야로! 그럼 박은식 주필을 잡아오라!” 여기저기서 “하이!” “하이!” “하이!” 큰소리로 대답하고 우루루 달려들어 뚝딱 뚝딱 박은식을 구속하고 자물쇠를 철꺽 채웠구나. 배설은 이 말 듣고 쏜살 같이 달려가서 “이 일은 내가 다 시켜서 한 일이니, 박은식 선생을 당장 풀어주어라!” 하고 소리치니 일본도 하는 수 없이 석방하고 말았구나. 이 사건이 있고나서 신문사 정문에 간판이 걸렸는데 <개(犬)와 일본인은 출입금지>라고 뚜렷이 써있거늘, 한국인들 지나가며 큰 소리로 읽어본다. “개와 일본인은 출입금지라!” 목소리 큰 사람이 소리 높여 외치는디 “물렀거라! 물렀거라! ‘개와 일본인은 출입금지’랍 신다!” 하며, 고소하고 통쾌하고, 신바람이 난 단다 하며 허허 웃고 지나간다.
(30)(창조)
배설은 이렇게 생각하며 신나게 웃다가도 지난날을 생각하니 다시 슬퍼지기 시작했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후에도 대신들이 황제에게 몰려와 어서 빨리 조약에 날인하고, 어서 빨리 일본에 건너가서 천황에게 잘못했다 사과하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였으나, 끝까지 거절한 고종황제가 그렇게도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더라. 또 1907년 9월 어느 일요일 저녁에 있었던 일도 몸서리치게 떠올랐다. 그 때 아기를 업은 한국인 아낙네가 어쩌다가 일본인 주택가를 지나게 되었더라. 이 때 일본군인 하나가 그의 총기를 시험하기 위해 이 아낙네를 표적삼아 방아쇠를 사정없이 잡아당기니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퍽! 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들은 일이 생각나서 배설은 치를 떨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긴긴 밤을 곰곰이 생각을 하니
(31)(진양) (영웅들의 애국정신을 의젓한 자세로 대담하게 간파한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대한의 앞날이 큰 걱정이로다. 내 조국은 어찌하여 자기 백성을 버리고서 일본을 두둔하고 한국의 독립을 외면하는고? 천지가 모두 알고, 해와 달이 모두 아는 일본의 만행을 어찌하란 말이더냐? 어쩔거나, 어쩔거나.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내가 만약 이 감옥에서 죽게 되거나, 고국으로 추방이 되면, 나 죽기야 서럽지 않으나 어느 누가 한국을 지켜주며, 누가 고종황제 보필하여 세계만방에 알려줄 꺼나?” 이렇듯이 배설선생 긴긴밤을 잠 못 이루고 한 숨만 쉬는구나.
(32)(아니리)
배설은 감옥에서도 일본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을 받아왔더라.
(33)(중모리)(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하소연 한다.)
베델선생 듣조시요. 배설선생 듣조시요. 앞길이 창창한 영국의 젊은이가 한국에는 어찌 와서 처자는 어디 두고 머나 먼 이 곳 상해의 옥방에 홀로 앉아 이 고생이 웬 말이요? 자기나라를 팔아 자신의 영달을 꾀한 사람도 있건마는 선생은 어이하여 조국 일도 아닌 것에 이 고생을 한단 말이요? 부디 바라건대 다시 한 번 생각하여 일본에겐 지난 일을 사죄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는 가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리소서.
(34)아니리
베델은 그 때 마다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였으며 결국 3주간의 형을 마치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구나. 이때 백성들이 달려들어 배설선생 모습을 보고 더욱 분개하는구나. 배설선생 한국에 돌아와 보니 전국방방곡곡에서 밀려든 성금으로 400만환의 벌금을 다 갚고도 남았다는 소식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구나. 이때 배설은 “신명(身命)을 다 바쳐 한국을 위해 일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였더라. 그러나 배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끊임없는 일본의 협박과 친일파들의 감시를 받았으며, 그때마다 독한 술과 담배로 고통을 달랬던가 보더라. 또한 한국에 대한 열정으로 쉼 없이 일해 온 탓으로 몸과 마음이 쇠진하여 출옥한 다음 해에 37세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순국하고 말았구나.
(35)(중모리)(온 나라의 슬픔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애도하다가 결국 희망과 승리의 대 반전을 이룬다)
그때의 고종황제 이 소식을 듣더니만 깜짝 놀라 하신 말씀 “하늘도 무심하다. 하늘은 어찌하여 그리도 빨리 그를 데려갔단 말이더냐?” 하며 땅을 치고 탄식한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눈물어린 추도사 후에 양화진(揚花津)으로 향하는 장례행렬에는 조문객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통곡하며 애도헌다.
상여소리는 한강을 따라 처량하게 들리는디,
“요량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 넘차 너와 넘.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와 넘.” “인제 가면 언제 와요. 오마는 날이나 일러를 주오” “어 넘차 너와 넘.” “북망산천이 머다 더니, 저 건너 안산이 북망이로구나.” “어 넘차 너와 넘.” “영국 한 남자가 대한에 와서 어둔 밤중을 밝혔건만, 그리도 빨리 빼앗아 갔으니 이 또한 하늘의 뜻이란 말이더냐?” “어 넘차 너와 넘.” “나는 떠나간다마는 대한의 독립을 못 보고 가자허니,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를 않네 그려.” “어 넘차 너와 넘.” 어너 어너 어너 어허너, 어이가리 넘차 넘와 넘.”
그 때의 백성들이 상여를 따라가며 모두 한마디씩을 허는디, “고종황제가 내려주신 배설이란 이름을 이제는 더 이상 부를 수가 없네. 그려” “아이고, 배설선생이 없으니 이제 우리는 어찌 일본의 만행을 감당하란 말이더냐?” 이 때 한 사람이 앞에 나와 여보시요! 여러분들 우리 울지만 말고 잠시 상여를 내려놓고 만세를 부릅시다하니 모두가 그럽시다하고 만세를 부르는디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해, 배설선생 가셨으니 우리도 선생의 뜻을 받아 이 나라를 지켜가세! 이 나라를 지켜가세! 지켜가세!”
(36)(아니리)
이 때 배설선생 마지막 유언은 만장과 함께 휘날리다가 조선팔도에, 아니 세계만방에 퍼져나갔으며 지금도 그 소리는 우리 귀에 쟁쟁하여라.
“나는 축으나(죽으나) 대한매일신보를 영쌩(永生)케 하여 대. 한. 민족을 쿠(救). 하. 시. 오!”
(37)(엇중모리) (내일의 희망을 약속하며 차분하게 정리한다)
그 때의 배설선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선생이 남긴 유언은 독립운동의 초석이라. 선생이 가시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에도 선생이 남긴 정의와 인류애 정신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리. 일본이 훼손한 기념비는 이제 다시 복원되고, 선생은 건국공로훈장에 추서가 되었으니, 배설이란 그 이름은 영원토록 남으리라. 그 뒤야 뉘 알소냐. 더질 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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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 본인의 <왕과 장금>공연 (국립국악원 예악당)
2008.4 본인 창작 <예수수난복음> 공연(대치2동성당)
2008.12 <왕과장금의 사랑이야기>공연 (풍류극장)
2009.2 숭례문 복원사업추진기념공연. 본인창작<숭례문찬가>(백범기념관)
2008.4 제헌 60주년기념 공연 (국회 공연극장)
2010.11.12 G20 정상회담 문화행사 왕과장금 공연(서울시청 앞 광장)
2010.11.17 본인창작 <치우천황의 탁록대첩> 공연(남산국악당)
2011.10.2 개천절 전야제문화행사. 치우천황(서울시청 앞 광장)
2012.4.25 단종왕비 신정왕후 추모식공연(종로구 숭인동 공원)
2014.5. <오, 항일운동의 선구자 베델이여, 배설이여!>,<성모7고> 공연예정
2.주요창작판소리(작사,작곡,소리)
<오, 뉴욕 2001!!> (9.11테러 창작판소리)
<이 행웅 일대기>(클린턴 대통령 태권도 사범, 애국자)
<최제우 선생의 용담가>(동학), <2002한일 월드컵>
<왕과 장금>, <예수수난복음>, <숭례문 찬가>(단가), <금강과 청랑>(단가)
<치우천황의 탁록대첩><오, 항일운동의 선구자 베델이여,배설이여!><성모 7고(苦)>
3.판소리 관련 주요저서
산따라 소리따라 (시,수필), 거지대장(시,수필), 별소리 다하네(수필), 붕새는 훨훨(시,수필), 못다부른 쑥대머리(시), 생활 판소리 교실(판소리 교재), 판소리의 모든 것(제목 ‘신선들의 잔치에 초대받은 남자’ 출판 중)
4.기타 경력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수궁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정광수선생님께 공부. 춘향가, 심청가 조상현선생님께 공부
전국유명산 약수터판소리 무료강습(광주무등산,서울대모산,정읍내장산,서울청계산)
국악의해 판소리보급공로표창장 수상(문화부장관)
현재 예술단 <판>대표, 현재 국민문화원장
국민은행지점장 역임
현재 강남문화원, 동작문화원 판소리 지도, 각 대학 및 기업체 강의
중앙대 대학원 한국음악과 수료
전국판소리명창대회 심사위원
경영지도사(마케팅부문),판매관리사 2급, 신용분석사
그룹 05 > 문화·예술·역사 2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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