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원 완월정에서는
이은 서학회의 가훈써주기
해마다 큰 호응을 얻은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가 올해에도 가정의 달 5월에 시작된다. 이 행사는 남원 완월정에서 오는 20일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지난해 지역 명필들의 정성스러운 붓글씨 가훈을 받기 위해 행사장은 남원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었다.
가훈은 우리 전통 가족공동체의 윤리규범이었다. 선대로부터 이어온 법도를 계승하여 한 가문이 나아갈 공동 목표의 실천덕목이었다. 3대,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일반적이었던 시대 아이들은 가훈을 좌우명으로 삼아 이를 내재화하며 성장했다. 가문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전통 가훈의 중요성이 절절히 다가오는 요즘이다. 핵가족이 일반적인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 혹은 친구보다는 컴퓨터와 더불어 성장한다. 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전인교육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원에서도 입시에 유리한 지식을 습득할 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기회도 없으며 이를 아쉬워하는 어른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풍토는 곧바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성적을 비관해 세상을 등지는 어린 학생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세태다. 심지어 좋은 학교성적을 강요하는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아이들의 눈에서 어버이에 대한 효도는 물론 스승에 대한 존경, 친구에 대한 배려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훈을 걸어놓는다고 가정이 한꺼번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을 하나로 모아주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도 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윗사람들이 솔선수범한다는 전제에서.
경주 최 부자 댁 가훈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주 최 부자 댁은 12대에 걸쳐 부를 이어왔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자금을 지원했으며, 근대에는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설립하는 밑걸음이 됐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마라-
-만석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
-흉년에는 남의집 땅을 사지마라-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
-며느리는 시집온후 3년간은 무명옷을 입도록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 가훈을 보면 가진 자가 지녀야 할 덕목, 후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가장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충절의 고장 남원에서 멋진 가훈하나 만들어 걸어보면 어떨까.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는 남원시가 후원하며 이은 서예관을 운영하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류영근 교수가 주축이 돼 10월까지 매월 셋째주 일요일 오후 2시~5시 진행된다
이 태 술
그룹 05 > 문화·예술·역사 0 페이지
12-05-20 01:4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