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전국시조 가사 가곡 경창대회
전국 최고(最古)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원 가사가곡 경창대회가 지난 29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춘향제 기간인 28~29일 양일에 걸쳐 펼쳐진 이번 대회는 80세인 김병희옹(전북 순창)이 대상인 장원상을 수상하며 노익장을 과시해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는 시조 동호인 300여명이 열띤 치열한 경연을 펼쳤다. 장원을 수상한 김병희옹은 ‘기러기’, ‘명년 3월’, ‘학타고’ 등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리없이 소화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세계와 풍류를 제대로 구현해 냈다는 평도 줄을 이었다. 오종관 심사위원장은 “(김병희옹의 경창은)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수준이었다”면서 “최근 수준이 상향평준화됐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올해 대회는 유난히 심사하기 까다로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대회 장원은 대상부 결선에 오른 17명이 경합했으며, 심사위원 11명이 이들의 음정, 박자, 문법, 곡태, 자세 등을 엄정 평가해 순위를 결정했다.
이번 대회 대회장은 강동원 국회의원 당선자가 맡아 주목을 받았다. 남원, 순창지역의 문화 콘텐츠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강 당선자는 “시조를 통해 우리 선조의 높은 정신세계와 풍류를 느낄 수 있고,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대회였다”고 말했다. 고문으로는 임근상 전 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류정수 용북중학교 이사장, 이원봉지회장, 방춘원 남원경찰서장, 시조협회 임원 등이 맡아 자리를 빛냈다.
남원 가사가곡 경창대회는 올해로 52회째를 맞았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보다 무려 20여년 앞서 있다. 왜 남원이 전통문화의 산실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여타 지역에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대회들과는 격이 다른 이유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대회에 대접은 소홀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조는 조상들이 향유한 최고급 문화였다. 판소리 등이 기층민들까지 아우르는 대중문화라고 한다면, 시조는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와 같은 귀족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이다. 일예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원대회 상금은 295만원에 불과하다. 장원이 150만원을 받는다. 일반적인 국악대회의 10%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전국 시조동호인들에게 기본적인 예우도 못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대회의 격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원대회가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각부 대통령상으로 격상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이 태 술
그룹 05 > 문화·예술·역사 0 페이지
12-05-02 12:14: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