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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9 00:44:30
지금은 술 마실 때
눌재 양성지
良辰持節上高樓 양신지절상고루
進步方知百尺頭 진보방지백척두
萬里關河秋正好 만리관하추정호
一軒風月意難收 일헌풍월의난수
聖朝未報宵衣理 성조미보소의리
故國還爲晝錦遊 고국환위주금유
王事有程情不盡 왕사유정정부진
此時不飮更何求 차시불음갱하구
좋은 시절 직을 받고 높은 루에 오르니
몇 걸음 나아가 보아야 백 척 누각임을 알겠도다.
멀리 산과 강에는 가을색이 깊었고
다락 가득한 풍월도 뜻을 다 하지는 못 하였네.
왕실의 은혜를 보답하지도 못 하고도
고향에 돌아와 비단 옷에 노닐다니
나랏일에 매인 몸 어찌 흥취를 마냥 풀랴마는
이때에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 마실 것인가.
**작가소개:눌재(訥齋)양성지(梁誠之)(1415-1482),본관은 남원,문과에 급제,
직제학, 대사헌, 이조판서, 지중추원사 등을 역임. 세종부터 성종까지 6명의 국왕을 보필하며 40 여 년 간 봉직하였다. 특히 세조의 신임이 두터웠다. 학 문과 문장이 뛰어나 실록 등의 여러 편찬 사업에 참여하였고 많은 저서를 남 기었다. 대표적인 저서로 『동국도경』, 『농잠서』, 『축목서』, 『고려사 지 리지』 등이 있고 그의 문집으로는 『눌재집』이 전한다. 위의 시는 그가 이 전라관찰사로 임명되어 왔을 때 지은 것으로 짐작한다.
*지절(持節): 왕명을 받은 사신이 지니던 부절. 관직에 임명 되었다는 뜻.
*풍월(風月): 여기서는 광한루에 걸린 詩文들을 말함.
--- 한 마디 ---
임금은 불철주야 정사에 여념이 없는데 시인 자신은 평소 성은을 입고도 그에 보답을 못하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고향에 돌아와 사치스럽게 노닐고 있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시인이 자제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날 광한루 풍광이 너무 좋아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다는 심정을 시로써 토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