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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민신문논설고문 서호련
애국지사 정암의 자결 , 명성황후살해범 이두황 의 묘
<비난에 대한 변명>이라는 허정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대개 조상 중에 매국노나 정상배로 알려진 분이 있으면 큰 수치로 알고 쉬쉬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세상이 변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조상이 여기저기 묻어 둔 부동산도 지금은 송사만 일으키면 법에서 딱 줍니다. 영광입지요. 그런 면에서 나는 우리 조상을 존경합니다. 만약 독립운동가나나 청백리의 자손이라면 내 인생이 얼마나 팍팍하고 구질구질하겠어요. 훌륭한 분의 유족이라고 국가에서 감사표시를 한다는데 몇 푼이 됩니까. 자긍심만으로 요즘 세상 살아갈 수 있나요. 재물은 귀신도 부린다는데 돈이 최고입니다.” 실제로 누가 이러한 글을 공개적으로 썼다면 그는 파렴치한 자로 몰매를 맞을 만하다. 그러나 이글은 독립운동가와 청백리의 후손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는데 비하여, 매국노와 정상배의 후손들이 오히려 풍족한 생활을 하는 세태를 반어적(패러독스)으로 비판한 글 이다.
<2012.3.23 서울 뉴시스>신동립의 노트에 실린 글에서는 통분함을 느낀다. 1895년 8월 일본공사 미우라 일당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대한 기록이다.
(일본 낭인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난 뒤 그들은 “ 여우사냥이 성공했다. 이제 조선은 우리 것이 됐다.”고 했다. 황후는 옥호루에서 살해된 후 황궁 밖의 송림에서 시체가 불살라지는, 우리민족에게, 인간의 입으로는 말 할 수 없는 치욕적이며 수치스럽고 더러운 모욕감을 주는 잔인한 황후의 살해사건이었다. 일본의 무력침략에 대항할만한 국방력이 없던 조선왕국과 그 왕실을 지키기 위해 명성황후가 이이제이(以夷制夷)정책(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전략) 을 구상하여 러시아를 이용하여 일본을 견제하려했으나 역부족 하여 조선에 친일정권을 확립하려는 일제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 된 것이다. 옥호루는 경복궁 북쪽 후원에 있는 건천궁 내전 안에 있다.)
이 살해 집단에는 조선인들도 끼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두황이다. 이 자의 묘를 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길진이 전주 기린봉에서 찾아냈다. 비석 높이만 2m 가 넘는 호화판이다. 후손이나 친일관련자들의 이름은 묘비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후환을 두려워 한 그들의 조치였다. 광복직후 이완용을 위시한 친일파는 대부분 부관참시 당했다. 이 두환도 그리될 뻔 했다. 앞서 1951년 차길진의 부친인 빨치산 토벌대 18대대장 차일혁은 독립투사 김지강과 함께 이두황의 묘를 추적해 냈다. 이어 부관참시를 시도 했다. 이미 서울 원남동에서 일본 고등계 형사 사이 가와 미와를 처단한 전력도 있는 강골들이다. 하지만 이 두황 부관참시는 불가능했다. 당대로서는 드물게 화장을 해 묻은 탓이다.
이두황은 (1858-1916)은 서울의 가난한 상인(常人)출신이다. 1882년(고종19) 임오군란 후 무과에 급제, 친군 좌영 초관(哨官)벼슬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다 1894년 동학운동 진압에 공을 세웠다. 이 후부터는 승승장구다. 특히 1894년 11월 8-14일 동학농민군과 친일관군의 최대 격전지인 우금치 대 학살극의 공로자이다. 능력을 인정받은 이 두황에게 떨어진 새 사명은 명성황후 시살이다. 이두황은 훈련대 간부 제 1 대대장 자격으로 재 2 대대장 우범선, 제 3대대장 이진후, 전 군부협판(軍部協辦) 이주회와 명성황후 살육 계획을 짯고 성공했다.
그리고는 아들과 함께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달아났다. 도쿄에서 활개를 치며 주색잡기에 빠졌다. 1만 엔짜리 지폐에 얼굴이 실린 일본근대화의 아버지 후키지 와 유키 치가 ‘국모를 살해하고도 은인자중하지 않는다.’ 고 질책을 했을 정도이다. 그렇게 10여년을 유유자적한 이두황은 1907년 슬그머니 귀국했다. 혁혁한 공을 세운 이 살인자에게 중추원 부친의 직함이 주어졌다. 곧 격렬한 의병투쟁지인 전북의 관찰사겸 재판소 판사로 임명되어 옛 실력을 발휘했다. 영화와 찬수를 누리고 숨이 끊어졌을 때 이두황은 고등관1등, 종4위, 훈 3등의 귀족이었다. 전라북도 장으로 장중히 엄수되었다.
( 명성황후의 유해를 태운 남은 재는 향원정 연못에 버려졌다. 시신이 없어 살해 된지 2년 2개월 만에 마지막 왕비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양주 숙릉에 묻혔고 1897년 청량리 홍릉으로 이장되었다. 1919년 고종이 죽은 뒤 다시 지금의 양주군 미금면 금곡리 홍릉으로 이장되었다. ‘명성황후국장 도감의궤’는 지난 10월 18일 고국으로 돌아 왔다. <뮤지컬 명성황후(연출 윤호진)는 1995년 초연, 1997년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되었고 100만 관객 돌파, 1000회 공연 횟수를 달성했다. 이 뮤지컬 마지막 장면에는 ‘백성이여 일어나라’ 는 중전의 비장한 외침이 울려 퍼진다.)
명성황후 모살직후 달아난 탁지부대신 이윤종은 용인 인근 어사리에서 주민들이 밟아 죽였다. 제 죽을 곳으로 찾아들었다(魚死里)고 천벌 운운하며 다들 자위했다. 오늘날도 이와 유사한자들, 수완 좋게 승승장구하는 불의한 자들, 그리고 이두황의 먼 자손들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면 ‘신 또는 정의는 없다’고 신동립은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이르다.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인가는 어느 날 엔 들어 나게 될 것이다.
자결한 독립지사 정암 이태현의 사고 출판기념식
3.23 일 문화원 수부에서 나누어 준 묵직한 봉투를 열어보니 애국지사 정암 이태현 의 유고집인 <정암사고 精菴私稿)가 들어 있었다. 대충 살펴보니 동림교 건너편에 세워진 몇 분의 순절의사 추모비중의 한분의 주인공이다. 내가 남원태생도 아니고, 그곳에 가서 비문을 자세히 읽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정암 이태현 지사에 대하여 알 턱이 없다. 표지에는 하얀 무명옷에 두건을 쓰고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있는 젊은 시절의 정암선생의 사진 이 보였다. 주최 측의 간단한 설명인즉, 그동안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유고를 순국 70년 만에 번역 편찬하여 발간했는데 따로 출판기념회를 열 수도 없는 형편이어 마침 문화원 정기 총회에 끼어 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족에게 발행한 책 몇 권 증정하는 것으로 출판기념식은 5분 만에 끝났다.
외부의 지원 없이, 예산 없는 남원문화원 자체적으로 이 유고집을 발간하느라고 애를 많이 쓰셨다. 그러나 나라 잃은 슬픔에 통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결하신 애국지사의 사고 출판식이 이처럼, 공의 약력소개나 유족의 인사 한마디 없이 끝나 버렸으니 처량한 생각이 든다. 식장에는 시장의 화환하나 보이지 아니 했다. 오히려 이러한 기념식은 문화원 차원이 아니고 남원시청과 시의회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남원에 할거 하고 있는 수 없는 사회단체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애국심과 민족정기가 날로 쇠락하고 있는 이 시대에, 시청의 소회의실에서라도, 공무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 보훈처와 광복회가 후원하여 선열의 얼을 기리는 장을 마련했다면 얼마나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으며 유족이 위로를 받았을 것인가?
다음은 순절의사 정암 이공 태현 추모비문이다.
“공은 남원군 주생면 부동리에 거주한 전주이씨 성령대군의 후손 희언의 3대독자로 일찍이 欽齌 최병심 문하에서 수학하여 학리에 정통하고 천성이 강직하여 백절불굴의 기풍이 과인하였다.
망국의 한과 배일사상이 만공했던 공은 삭발, 창씨개명 등 왜정이 날로 포악하여지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등 남원성 함락의 통분과 경술국치를 크게 꾸짖는 수왜십죄(數倭十罪) 죄문을 각처에 유포하고 동지들을 규합하여 항일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하던 중 왜경의 심지로 강포 호소를 받기에 이르렀다. 공은 피체(被逮) 되느니보다 정정당당히 대결할 것을 다짐하고 주생주재소에 찾아가 그들의 죄상을 논박하다가 폭(暴)동이라고 부르면서 포박하려던 왜경을 려성질책(勵惺叱責)하며 내가 너희들에게 곤욕을 당하기보다 차라리 깨끗이 자결하여 우리 삼천만 민족의 숙괴(宿怪)를 표명하리라 하고 비수를 꺼내어 자문(自刎)하였다.
단번에 동맥이 끊어지지 않으니 선혈을 왜경에게 뿌리며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하고 두 번 세 번 거듭 혈맥을 잘라 자결하였으니 때는 민국 24년 壬午年 (1942) 오월 23일, 33세의 일기로 애석한 청춘을 마쳤다.“
이후 1972년 남원시민의 성금으로 동림교 건너편에 이태현선생의 순절의사 추모비가 건립 되었고 1973년엔 국가유공자로 추서, 1991년에 건국훈장애국장을 추서 받은 분 이었지만 순국 70년 만에 빛을 보게 되는 그분의 사고출판기념식의 초라함에 어찌 아쉬움이 없겠는가? 나라를 빼앗긴 일에 통분함을 금치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신 그분의 얼을 세우는 일은 남원 후손들인 우리의 몫이다. 역사의 얼이 바로서야 나라가 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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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8 13:2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