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주최하고 민초들이 주관하는 문화 한마당
지리산의 새벽(-내가 꿈꾸는 세상-) 출간 자축회
흐뭇하고 감동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그동안 성원하여주신 남원시민님들께 감사드립니 다
남원시민신문사. 지리산고향뉴스, 지리산 새벽포럼. 시민530인출간위원회(양창식 최동섭 신홍수 박환덕 이상돈 박주영 김형만 김성범 이병채 안숙선) 배상
서문; 지리산에 새벽이 와야 하는
- 내가 꿈꾸는 세상-
사제직을 은퇴 하고 난 뒤 시간의 여유가 좀 있어 세상이 이런 세상이 되었으면, 이런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끔 몇 편의 글을 썼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그냥 생각해 본 것을 쓴 일종의 산문집 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글이 쉽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냥 묻혀 두기에 아깝다는 것입니다. 그런 바람에 이렇게 어쭙잖은 책을 내 놓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금 도처에서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고 있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새벽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을것 이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 자신만을 위하여 편하게 살려고 한다면 민초들의 새벽은 언제 열리겠습니까?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나 촛불은 모두 자신의 희생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南園이 꿈꾸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꽁보리밥을 먹더라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그런 세상 말입니다.
추천사
* 사회정의가 도도히 흐르는 세상이
* 남원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더 남원사람인 서호련 님, 고희를 넘긴 연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힘찬 목소리와 자신감, 빛나는 눈빛은 나약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님께서 생각하며 꿈꾸는 남원의 미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미래를 볼 수 있어 기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의 새벽>을 읽고 지리산의 새벽을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리산 중심도시, 남원의 꿈과 희망이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님의 꿈대로 사회정의가 도도히 흐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만 (남원부시장)
사랑의도시 남원이 마침내 잠에서 깨어나 용트림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남원에서 들려오는 새벽닭 울음소리가 남원뿐 아니라 전북을, 아니 대한민국을 깨워서 활기 넘치는 새 세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성직자는 영원한 성직자임을 느꼈습니다. 김학 (수필가. KBS 남원방송국방송부장. 국제펜클럽 한국 부이사장, 전북대 평생교육원수필창작반 교수)
이름 없는 독자 김순옥이 본 인간 서호련
고전문화연구회 김순옥
기라성같은 지인들로 싸여 있는 주교님께서 글 한번 써 본적이 없고 단지 독후감 몇 줄 적어 보내 드린 일 밖에 없는 저에게 감히 추천의 글 하나 써 보라는 말씀에 하늘이 노랬습니다. 무엇보다도 주교님의 글 중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니>라는 타고르의 시 한 줄에서 늘 시련이 나의 것인 양 주구장창 따라 다니던 저에게도 쥐구멍에 볕 들 날이 있다는 이야기처럼 한 번은 내 인생에도 밝은 등불이 켜지는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 같은 영감을 문득 느꼈습니다. 쟁쟁한 권력 앞에서도 물러서지 아니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함 없이 없으시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따뜻하시고 인정이 많으셔서 불우한 사람을 도우면서도 커피 한잔 얻어 마시지 않으신, 청렴하신 성품에서 늘 난과 같은 향기를 느껴왔습니다. 또한 그분은 외모와는 달리 어린애 들을 좋아하시고 어린애들과 어울리시기를 좋아하십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라는 그분의 핸드폰 음악소리를 들으면 저의 마음은 동심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과 종교가 다른 불교인이지만 그분을 존경합니다.
주교님의 글들은 제목만 보아도 읽지 않으면 아니 되는 충동을 느낍니다. 그리고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풍요하게 주실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글들이 쉽고 재미가 있어요. 이러한 글들이 몇 몇 사람만이 읽고 묻히지나 않을 가 하여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워했었는데 곧 책으로 엮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감사 했는지 모릅니다. 기성 문학인이 아니면서도 그 어데서도 접 할 수 없는 이 풋풋하고 싱그러운 들 꽃 같은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살찌우고 풍요로운 삶의 자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본문) 어이, 말로이, 지금 어데서 잠자고 있어.
-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갔어야지.-
몇 해 전 5월 2일 이었다. 밤에 독일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말로이 (Maleu)의 아들, 프랭크 말로이였다. 어제 밤 그의 아버지와 통화를 했기 때문에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 머뭇거리다 그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순간 나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말로이(Maleu). 그는 30년이 넘는 나의 친구이다. 나의 생일 5월 1일이면 그는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그날 밤에도 그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며칠 전에 중국에서 돌아와 잠시 집에서 쉬고 있다면서 이번 여름엔 부인과 아들내외 그리고 손녀를 데리고 한국에 가서 한달 동안 휴가를 보낼 계획 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 함께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다음날 그의 부음을 들은 것이다. 나는 곧 독일에 있는 엘리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애는 이미 연락을 받아 알고 있었다. 그 애도 흐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말로이 내외를 알게 된 것은 30년이 넘었다. 5.18 되던 해 가을, 우리는 남원으로 이사를 왔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그때만 해도 한국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분이 거의 없었다. 한참 뒤에 안 사실이지만 성공회가 영국의 국교인 것 같이 이 교회는 독일에서 국교 급의 위치를 지닌 기독교 보수 교단이란 것을 알았다. 그분들이 우리 집을 찾은 것은 우리가 남원에 온지 얼마 되지 아니해서였다. 말로이는 독일의 유명한 제철관계 엔지니어링(설계시공)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 였는데 한국의 포항제철 설립 때부터 설계 시공에 참여하였고 광양에 제철공장이 세워지니 또 광양까지 와서 일을 하였다.
일요일 예배에 참석을 위하여 한국의 어느 곳에 교회가 있느냐고 독일교회에 문의하였더니 남원에 교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들 내외는 광양에서 곡성을 거쳐 무턱대고 남원까지 왔었다. 광한루 쪽에 차를 받쳐놓고 사람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었는데 영어를 모르는 남원 사람들이 그 말뜻을 알 리가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료란 우리의 가족(Our Family)이란 교회의 잡지책 한 권 뿐이었는데 그 표지에 교회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가리키면서 혹시 이런 표시를 한 교회를 보았는가 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의 십자가가 아니고 청색바탕 물결위에 태양이 떠오르고 그 한가운데 휜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좀 독특한 휘장(徽章 enblem)이라서 혹시라도 그러한 십자가를 본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그때 마침 한 학생이 그런 십자가를 본 적이 있다고 하여 그를 차에 태우고 내가 사는 곳 까지 왔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집사람과 함께 지리산 산간지역에 나가 있었고 집에는 9살 된 나의 큰딸 마리나 와 7살인 막내 엘리사 밖에 없어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그 한 달 뒤 그분들은 다시 남원을 찾았고 그 때서야 우리는 함께 만날 수가 있었다.
그분이 광양에서 일할 때 는 일요일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남원교회에 출석했다. 그분들은 올 때마다 사탕을 한 봉지씩 사가지고 와서 교회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어떤 때는 좀 늦게 교회에 와서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끝나자마자 떠나기도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계 시설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는 맨 뒷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켜놓고 예배를 드리다가 공장에서 전화가 오면 즉시 떠났다고 한다. 영어나 독일어만 하지 한국어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그였지만 조용히 경청 하면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여간 존경스럽지 않았다. 예배가 끝나고 난 뒤에 우리는 같이 광한루도 갔었고 그가 사는 광양의 사택으로 초대 받기도 했다. 성탄절 때는 독일에서 초콜릿 등 과자를 한 보따리씩 소포로 보내면서 교회의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했다. 극동의 한국, 그리고 남원의 골짜기, 독일에서 보면 이곳은 미션의 최 일선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우리가 이곳 까지 내려와 사역하는 모습을 보고 그분들도 우리에게 경의를 품었을지 모른다. 독일 교구에서는 북한에 주기적으로 쌀을 보내고 있었다. 한번은. New Apostolic Church Germany (독일 새사도교회)를 한국어로 써 보내주라는 요청이 왔다. 북한에 보내는 쌀 포대에 한국말로 써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직 팬으로 큼지막하게 써서 보내 주었다. 한참 뒤에 교회의 영문 월간지가 와서 펼쳐보았더니 북한으로 탁송되는 쌀 포대에 내가 한글체로 써 보내준 ‘독일 새사도교회’ 라는 글자가 선명히 보이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세월은 빨라 막내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갔다. 수트트가르트 국립교육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분들은 낯 설은 외국에 와서 유학생활을 하는 엘리사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 주었고 그가 사는 베를린 부근 조그마한 도시 도르스텐(Dorsten) 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수트트가르트에서 그곳 까지는 기차로 8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에게는 노모님이 계셨고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당시 아들 내외는 베를린 법대를 같이 다녔고 지금은 둘 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할머니는 엘리사가 떠나는 날 손에 20마르크 독일 지폐 한 장을 쥐어주면서 가다가 콜라 사 먹으라고 하시더란다. 그 일 년 뒤 어느 날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 가셨다. 집에서 직장으로 온 전화를 받고 급히 집에 도착했지만 어머니는 아들 말로이 품속에서 잠든 듯이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그때도 우리 가족의 허전하고 허전한 마음은 금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엘리사를 무척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말로이는 중국의 제철공장일을 마치고 독일에 돌아와 모처럼 집에서 쉬면서 잔디를 깎았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부인이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고 의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심장마비였던 것이다. 그렇게 말로이는 나의 생일날 전화를 해주곤 그 다음날 허망하게 가버린 것이다. 나는 엘리사에게 나의 이름으로 아주 좋은 화한을 보내고 장례식에 참석할 것을 부탁했다. 이미 엘리사와 그의 남편은 그곳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남편은 회사에서 이틀간 휴가를 내기로 하고 밤새워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이는 도르스텐 엘 갔단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엘리사와 남편은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시속 180 km로 6시간을 달려 해 저문 시간에 간신히 꽃을 예약했던 화원에 도착했더니 막 문을 닫고 퇴근 하려는 참이었다고 한다.
부인이 ‘너는 호텔에서 자지 말고 내 집에 와서 자라’고 전화를 하여 그들은 함께 집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 장례식장에 갔단다. 장례식장엔 수많은 지인, 교우, 회사원과 화환들로 애도의 물결을 이루었다고 한다. 수많은 화환들 가운데 유독 하얀 순백의 백합화로 장식된 화환이 조명아래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리본엔 “ Korea Brothers-한국의형제들” 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근조의 경우에도 노랗고 빨간 원색의 꽃으로 만든다. 사자(死者)의 생애를 찬양하는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교회의 사제님은 예배 말씀 중에 그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기에 머나먼 곳 한국의 형제들이 이러한 화환을 보내왔는가. 라고 찬탄을 하셨단다. 엘리사 부부는 떨어지지 아니한 발걸음으로 돌아가면서 자매님이 하신 말씀을 되새겼단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셨어요. 만일 그가 중국에서 죽으셨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는 가족과 친지들의 품속에서 편히 가셨어요. ”
말로이, 그는 1944년생으로 나보다 4살 아래다. 체격은 건장했고 목소리는 나처럼 걸걸하고 무뚝뚝했다. 그러나 마음은 비단결 같았다.
평생에 한명의 진정한 친구를 가진 자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를 친구로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한 생애였다. 그는 지금도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나의 친구이다. 5월이 오면 말로이가 내 가슴에 밀려온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데 어이 오늘 내 가슴은 이처럼 허전 할까? 그날,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그는 지금 저 피안(彼岸)의 어느 곳에서 잠들고 있는지?
어이, 말로이! 지금 저 피안의 어느 곳에서 잠자고 있어.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갔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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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22 09:09: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