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고향뉴스 고 문
남원시민신문 논설고문
南 園 서 호 련
6회 ) 지리산의 새벽(-내가 꿈꾸는 세상-) 출간 안내
3월 17일 (토) 2시-남원문화원 1층(우체국앞. 구 군청)
자료제공 ; 남원시민신문. 지리산고향신문. 지리산새벽포럼. 시민발간위원회
책의 서문;
지리산에 새벽이 와야 하는가
- 내가 꿈꾸는 세상-
사제직을 은퇴 하고 난 뒤 시간의 여유가 좀 있어 세상이 이런 세상이 되었으면, 이런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끔 몇 편의 글을 썼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그냥 생각해 본 것을 쓴 일종의 산문집 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글이 쉽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냥 묻혀 두기에 아깝다는 것입니다. 그런 바람에 이렇게 어쭙잖은 책을 내 놓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금 도처에서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고 있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새벽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을것 이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 자신만을 위하여 편하게 살려고 한다면 민초들의 새벽은 언제 열리겠습니까?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나 촛불은 모두 자신의 희생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南園이 꿈꾸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꽁보리밥을 먹더라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그런 세상 말입니다.
추천사
10) 남원골에 숨어서도 천하를 꿰뚫을 분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세종문화회관 사장. 춘향제전위원장)
서 호련 선생님의 호칭은 주교님, 회장님, 세무사님, 논설위원님 등 다양하다. 2010년 제80회 춘향제 제전위원장을 맡아 남원에서 첫 인사를 나눌 때는 춘향제전위원회 감사이셨다. 그만큼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실 뿐 아니라 동, 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부를 해 오셨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니 오호라, 지리산의 새벽이 아니라 백두대간의 봄을 노래하실 분이다. 아무렴......! 그러나 그것이 어딘들 무슨 상관이랴. 세계화와 지방화가 그 궤를 같이하고 선생님이야말로 작은 바늘 하나로도 하늘의 옷을 깁을 분이며 남원 골에 숨어서도 천하를 꿰뚫을 분이시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기성학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맞춤형 미래의 주문학교는 하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뛰어넘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고정의 틀을 깨고 창조의 본질인 융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날 디지털과 같은 신기술은 매우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국가발전과 국민의 의식수준도 국민교육에 달려있다. 교육에 따라 국가의 품격도 달라진다. 주교님은 지금 그러한 교육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창조적인 생활, 정의로운 사회와 안정적인 경제, 그리고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견지하면서 오감을 통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일들이 세상에 대한 르네상스적인 자각이며 세상을 사는 재미이자 행복이다.
시대와 시대를 가로질러 제2의 세종르네상스와 같은 문화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 시점에 주교님이 혜성같이 나타나신 것이다.
11) 동서양을 넘나드는 광활한 테마와 영웅열사들의 삶
박환덕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독일연방공화국 문화공로십자훈장. 춘향제전위원장)
주교님 책의 초록(抄錄)본을 읽고 우선 놀라운 것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광활한 테마와 광학 박식함입니다. 그 글에는 고금의 영웅 열사들의 별과 같은 삶이 유려한 문체에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벽을 앞당기려는 등불 같은 혜안이 번쩍입니다.
12) 전설의 지리산 빨치산, 이현상 을 읽고
* 혹시 빨갱이로 몰릴 가 봐 그 누구도 표현하기도 금기 시 된 지리산 빨치산- 이현상 남부군 사령관에 대하여 쓰신 서호련님의 글을 읽어보니, 그분이야 말로 이념과 사상을 초월하여 인간을 사랑하고 불상하게 죽어간 영혼들 까지도 사랑하시는 성직자 이시다. 그분이 자연인이 아니고 인간애가 없다면, 북쪽에서는 반동으로 몰리고 남쪽에서는 빨갱이로 몰아, 오 갈 데 없이 지리산으로 입산하여 처절한 인생을 마쳤던 이현상과 빨치산들에게 그러한 연민의 정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분이 안락한 서울의 터전을 버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지리산으로 오셨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은 인간을 사랑하시는 분이다. 김영곤( 지리산새벽 포럼 정책연구위원 )
본문 1) 침대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
우리 집 고양이가 엊그제 새끼 세 마리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우리 침대의 푹신한 이불 위에 낳은 것입니다.
나비는 요 며칠째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그리고 집밖으로 나가면 한참동안 돌아오지 아니했습니다. 아마 새끼를 낳을 장소를 물색하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들어 와서는 또 이방 저 방을 다니며 구석을 찾아다녔습니다.
나비의 어미는 동네고양이입니다. 하얀색에 약간의 검정 무늬가 있는 아주 기품이 넘치는 고양이입니다. 종종 집에 와서 먹이를 먹고 갑니다. 우리는 아예 그 고양이를 위해 그릇을 부엌에 마련해 놓고 먹이를 놓아줍니다. 하루는 그 고양이가 우리 앞집 대문 앞에서 배가 부른 채 석양빛을 받고 누워있었습니다. 혹시 댁의 고양이냐고 집주인에게 물었더니 아니라면서, 늘 집에 오니까 먹을 것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는 단골로 동네 몇 집을 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다니는 주인 없는 동네고양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배가 홀쭉해져서 집에 들어 왔습니다. 새끼를 낳은 것 같았습니다. 한참 뒤 아내는 그 고양이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앞집 대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끼들을 만져도, 새끼 한 마리를 집어도 어미 고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만 보더랍니다. 그래서 가장 예쁜 새끼 한 마리를 집에 데려 온 것입니다. 동네사람들이 한 마리씩 데려가도 어미는 마치 데려다 키우라는 듯 쳐다만 보았다는 것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자기를 늘 먹여주는 것처럼 새끼들도 잘 먹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집 나비는 그렇게 우리 집 거실에서 크기 시작했습니다. 한 참 커서는 밖으로 내 보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참새 새끼 한 마리, 쥐도 한 마리 잡아 놓습니다. 그런데 쥐는 죽이지 아니하고 산채로 발로 가지고 노는 것입니다. 도망가려 하면 얼른 발로 채다 놓고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하고 쳐다봅니다. 본능이란 무서운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정에서 쥐가 다니는 소리가 끊겼습니다. 쥐들이, ‘너희들 그 집에 가지 마라. 거기에 호랑이가 있다.’ 가족들에게 일러 준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쥐의 천적인 것이 분명 합니다.
나비는 이렇게 밖에서만 살더니 어느 날 유심히 보니 배가 불렀습니다. 앞마당에 못 보던 큰 누렁고양이가 자주 나타났던 것이 그 노랑고양이의 새끼를 밴 것이 확실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나비는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잡니다. 그러더니 우리 방에 들어와 침대위에 누워 밤을 새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어느 날 늦은 밤에 나비는 야옹 야옹을 몇 번 하더니만 우리 침대 폭신한 이불에 아내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낳기 시작한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는 기쁨과 생명탄생의 외경을 아내는 새삼스러이 느꼈을 것입니다. 한 마리를 낳아 온 몸을 혀로 깨끗이 닦아 준 뒤 또 한 마리를 낳고 그리고 또 한 마리를 낳더란 것입니다. 한 마리는 엄마를 닮아 하얀색바탕에 등에는 검정색과 갈색무늬가 섞여 있고, 두 마리는 하얀색 바탕에 등에 노랑 무늬가 예쁘게 놓여 있는 것이 정원에 자주 나타나던 그 노랑고양이와 닮았습니다. 어미는 새끼들을 입으로 물어다 여기저기에 놓아두고 그리고 한참 있다가 도로 한데 모아 놓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미는 밤새 잠도 자지 아니하고 까칠까칠한 혀로 새끼들을 핥아 줍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앞뒤로 말입니다. 혀가 닳아 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든 어미들이 다 이렇게 키웠을 텐데 나중에 새끼들이 어미의 공을 알련지 모르겠다고 아내는 중얼거립니다. 새벽 에는 발로 툭툭 차서 아내를 깨웁니다. 싱크대 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나비는 조용히 닥아 와서 아내의 다리에 온몸을 문지릅니다. ‘가만히 있어. 밥 줄게.’ 하면 조용히 앉아 있답니다. 새끼를 낳고 난 뒤부터는 부쩍 아내를 따라다니며 웁니다. “나 새끼 낳았어요. 맛있는 것을 좀 많이 주세요.‘ 라고 어린 냥 부르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새끼들을 위하여 최상의 장소를 택한 것입니다. 염체불구하고 우리 침대의 이불 위를 새끼 낳을 곳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도 새끼 낳는 모습을 누구에게 안 보이려 했겠지만 날씨가 차가워 새끼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앞섰을 것입니다. 고양이 가족이 그대로 있도록 아내는 한 쪽으로 조심스럽게 혼자서 꾸부리고 잡니다. 잘 못 옮기면 새끼들을 다 물고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나는 잠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새끼들이 젖을 뗄 때까지는 따로 자야 될 것 같습니다. 나비가 새끼들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이 너무 평화롭습니다. 손가락 두 개 정도 되는 새끼들은 젖을 빠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젖을 먹고 난 뒤에는 빨간 입을 삐쭉 삐쭉 벌리면서 하품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실눈을 떴습니다. 이제 애들은 세상을 보는 눈을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애들은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사람도 동적인 사람이 있고 정적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동물도 같습니다. 강아지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장소에 집착한다 합니다.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치고 촐랑대지 않아 재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경계심이 강하고 독립적인 고양이는 그것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고양이가 애기처럼, 순정적인 그 파란 눈빛으로 쳐다 볼 때 면 얼마나 예쁘다고요.’ 도도하고 자유로우며 앙큼한 모습이 마치 기품 있는 공주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마음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나 모두 주인에게 사랑 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좋은 관계는 서로 사랑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하얀 눈이 내리고 네로가 옵니다. 그 때 쯤 되면 고양이 새끼들도 젖을 뗍니다. ‘ 네로 네로, 검은-고양이.’ 흰 고양이, 노랑고양이, 검은고양이가 캐럴에 맞춰 춤을 출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집니다.
본문 2) 전설의 빨치산, 남부군사령관 이현상
‘지리산 빨치산의 전설적 영웅, 이현상(李鉉相) 남부군 사령관. 1953년 9월 17일, 지리산의 빗점골 에서 아군에 의해서 사살됨으로서 파란만장한 그의 일생을 마쳤다. 그는 남한 빨치산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숫한 전설과는 달리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 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현상을 잡지 않고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 했다고 할 수 없다’ 면서 그의 생포를 위하여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남부군이란 이현상의 직할부대로서, ‘이현상 부대‘ 또는 ‘나팔부대’ 라고도 불렸다. 휴전 이후 이 현상과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서 지리산을 에워싸고 전투를 벌렸던 국군, 경찰 부대가 1만 8천명에 이르렀고 교전회수는 1만 717회, 아군의 전사자 6,330명, 빨치산의 희생자도 1만 수천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중심에 이현상 남부군 사령관이 있었던 것이다.
‘지리산, 그 천국의 나날들!’ 지리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남원 국제 학술 세미나가 아니었으면 이 글안에 든 이현상이를 만나지 못했을 번 했다. 지금 우리는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리산 세계유산에는 한국 현대사에 빼 놓을 수 없는 지리산 전란이라는 비극의 흔적도 담게 된다. 민족상잔의 비극이 그 이상 인류에게 재현되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지리산, 그 천국의 나날들’ 이라는 이 글 은 한 학술단체의 소식지에 실린 윤주옥이라는 여자가 쓴 글이다.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은 지리산 전란사의 주인공이며 한국현대사에 빼 놓을 수 없는, 그리고 지리산 세계문화유산에도 빼 놓을 수 없는 비극적 인물이다. 윤주옥은 인간 이현상을 이렇게 조명 하고 있다.
‘왜, 산으로 갔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디다. 부모, 자식, 아내, 모두 버리고 왜 산으로 들어갔냐고. 누구는 우리를 사회주의자라 합디다마는 실은 사회주의자가 뭔지 잘 모릅니다. 산으로 들어온 어느 날이었어요. 저 멀리 불빛이 보입디다. 진주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빛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한 분이 제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동무, 식사하셨습니까?‘ 라고요. ’동무, 식사하셨습니까?‘ 란 그 말, 제가 태어나 들은 첫 존댓말이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그런 다정함과 따뜻함으로 말 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전 생각했습니다. ’내가 고추장 퍼준 죄 때문에 산으로 들어 왔지만, 난 이 사람들을 위해 죽어도 좋다.‘ 이 사람들, 저를 인간으로 대해 준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이 사람들과 밥 먹고, 이야기하고, 꿈 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제 삶을 마칠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 했습니다.“
지리산 토끼봉에서 명선봉-형제봉- 덕평봉-영신봉에 이르는 주 능선의 남쪽은 통칭 대성골로 불린다. 토끼봉 남부능선과 영신봉 남부능선 틈새의 이 골짜기에는 커다란 계곡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주능선 토끼봉에서 덕평봉 까지의 남쪽사면의 큰 골짜기들의 물길을 아우르는 상류 합수지점. 너덜강이 있는 곳이 빗점골 이다.
1953년 이현상은 빗점골에 있었다. 9월 17일 그가 숨어 있는 대략의 위치를 파악한 토벌대는 빗점골을 포위했고, 이튿날인 9월 18일 오전, 총상을 입고 사망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지리산, 그 천국의 나날들!’은 계속해서 말한다.
“그분은 누구에게도 반말을 쓰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존대를 했죠. 먹는 것 도 그랬답니다. 우리 생각에는 대장이 살아남아야 우리도 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분 먹을 건 항상 남겨뒀는데 그분은 언제나, 기꺼이 나누는 거예요. 혼자 먹는 법이 없었지요, 원칙적이면서도 딱딱하지 않았던 것도 인상에 남습니다. 쉬는 날에는 모두 모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그런 자릴 거리낌 없이 만들어줬어요. 그러다가 전투가 있는 날엔 칼처럼 강인하고 간결했습니다. 그분과 함께 있으면 좋은 세상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랬습니다.”
“1948년 말 부터 1954년 까지 그런 저런 사연으로 산사람이 된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지리산이요, 이 산이 없었다면 우린 1주일도 견디지 못 했을 겁니다. 지리산은 우리들에게 모든 걸 다 내어준 산입니다. 생명과 같은 산이지요. 우리에게 지리산은 아픔이 아니라 꿈입니다. 지리산은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키고 싶은 걸 지킬 수 있도록 한 곳이니까요. 사람들은 말한다. 얼어 죽을, 굶어 죽을, 총맞아 죽을 각오를 하면서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살던 사람들 이니 행복하였을 거라고, 그러니 지리산은 아픔이 아니라 희망의 산이라고 한다. 옷, 양말, 신발등 뭐 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이, 그들은 영하 40도의 천왕봉을 맨발로 다녔던 것이다.“
이 현상은 나이 48세로 지리산에서 사살되었다. 지리산에서 죽음으로서 그는 지리산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되었다. 그가 지리산으로 간 이유는 무었 이었을까? 그는 어떤 꿈을 꾸었 길래 이 험난한 빨치산의 길을 걸었단 말인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6.25동란이 일어났다. 삽시간 만에 내가 살던 광주까지 점령당했고 나의 형님이 공군의 파이로트인 우리 집도 피난길을 떠났다. 미군의 인천상륙으로 9.28에 수복이 되었지만 퇴로를 끊긴 패잔병들이 지리산에 대거 집결하여 남부군을 창설하였고 우리측 에서도 남원에 서남지구 전투사령부를 설치하여 연일 빨치산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빨치산의 위세는 대단하였고 화순의 백아산은 전남 빨치산의 본거지로서 미군 제트 전폭기를 격추하기 까지 했다. 매일 매일 지리산, 백아산, 순창의 회문산, 그리고 장흥의 유치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의 상보에 온 국민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가 지방의 면소재지를 들릴 때 보는 광경이다. 경찰지서는 주위를 높은 담으로 쌓아 올리고 그 담 위에는 몇 군데의 더 높은 망루가 있다. 그 외곽은 대나무 울타리를 높이 쳐 난공불락의 성을 만든 것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밤에는 그리로 피신 온다. 밤에는 빨치산들이, 낮에는 토벌대가 점령하여 의심쩍은 사람들을 쌍방에서 죽이는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가 생각해도 매우 불안한 치안이었다.
하루는 장흥의 유치에서 사살했다고 하는 빨치산 시체의 몇 구의 머리를 수창 초등학교 부근에 효시 해 놓은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쯤, 내가 다니던 서석초등학교는 박기병 대령이 지휘하는 20연대가 빨치산 토벌을 위하여 학교 일부에 주둔하였다. 하루는 아침에 등교를 하는데 학교 주변이 삼엄했고 정문 좌우와 위쪽 담벼락 앞에 6-7구의 총에 맞아 죽은 공비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간밤에 빨치산들이 부대를 습격한 것이다. 빨치산들은 새벽녘에 학교 안 이층 교실에 까지 들어와 이방 저 방을 뒤지면서 연대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발표는 안 했지만 우리 군인들에게도 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로부터 13년 후인가 나는 서울에서 개인적으로 박기병 예비역소장을 만나 환담하던 중, 그때 20연대를 습격한 빨치산이, 남한 빨치산 3대 성지중의 하나였던 화순의 백아산 부대라는 것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쯤 세상이 들썩 했던 뉴스가 있었다. 그것은 지리산의 이현상이 지리산에서 사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이현상이 공비의 우두머리로 대단한 신통력을 가진, 악명 높은 공비라고만 생각 했었다. 그 27년 후 나는 종교에 귀의하여 지리산지역에 교회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남원에 왔고 달궁, 덕동 등 지리산 뱀사골 지역을 자주 다녔던 관계로 뱀사골 입구에 있는 지리산 전적 기념관에도 들려 지리산모형을 한눈에 보면서 당시 빨치산들과의 전투현황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뱀사골 입구 반선상가에 살고 있었던 황의지 라는 분이 나와 함께 마닐라에 갔었는데 그가 이현상 부대원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가 빨찌산 활동을 하면서 썼던 일기를 출간 해 보려고 남원의 이분 저분께 다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들었던 것은 이현상이 신출귀몰했고 축지법을 쓰면서 담장을 훨훨 뛰어 넘어 다니는 빨치산 두목 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토벌대에 의하여 사살되었다는 정도였다.
오늘 마침, 지리산 뱀사골에 사는 교우 한분을 남원에서 만났다. 이 현상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잘 모른다고 했다. ‘아니, 지리산에 사는 양반이 빨치산 이 현상을 모르다니?’ ‘그 때는 내가 태어 난지 1년이나 되었을 땐데요.’ 그러면 이 현상이 죽었다는 빗점 골을 아느냐고 물었다. 말만 들었지 가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지리산에 사는 사람도 지리산을 다 모를 정도로 지리산은 광활하다. 이 현상과 빨치산들은 그곳을 훨훨 날아다니면서 싸웠던 것이다. 오늘날 그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이태의 <남부군>을 읽은 사람 외에는 이 현상의 생애를 아는 젊은 사람은 없는 셈이다. 나 역시 오늘에서야 그의 삶을 알았으니까. 명색이 지리산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를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영웅도, 호걸도, 열사도 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알아야 하겠다. 그리고 지리산 민족상잔의 비극의 역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남겨야 하겠다.
---빨치산; 파르티잔(Partisan)에서 비롯된 말로 당원, 동지. 당파들을 뜻하는 말이다. 군사용어로는 유격대, 게릴라라는 뜻이다. 빨치산은 공산비적의 무력폭동이 아니라 주류 기득권에 대한 비주류의 저항정신 또는 운동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역사에는 그에 걸 맞는 시대정신이 있다. 시대의 저항정신이 운동으로 나타 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빨치산이 꼭 공산주의 이념이라고는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산 비적. 공비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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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추가 수록 (8편) - 1. 끌려간 남원의 도공- 망향가, 오늘이 오늘이옵소서-
2) 12월 24일, 나의 마지막 주례사
3. ‘새벽’의 주요한, 타고르- ‘동방의 등불’
4. 새벽이 와야 하는가-지리산 새벽포럼 발기선언문-
5. 태산에 오르니 세상이 작다.
6. 이순신이 싸운 불멸의 바다- 광주지방세무사회 한산섬연수기-
7.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의 매화 꽃을 보셨는지요.
8. 시. 군의원제도 없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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