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산청군청제공 (지리산 한계봉 여명)
5회) 지리산의 새벽(-내가 꿈꾸는 세상-) 출간 미리보기
3월 17일 (토) 2시-남원문화원 1층(우체국앞. 구군청)
자료제공
지리산고향뉴스.남원시민신문사.지리산 새벽포럼. 시민출간위원회
추천의 글 1
<지리산에 믿음의 새벽 여시더니> -
주교님이 남원에 오신 동기-
양동일 (한국새사도교회 주교. 남도레미콘 회장)
사람을 만난데서 인생의 길이 바뀐다더니 1973년 어느 날 주교님을 만난 것이 나의 인생 길을 바꾸어 놓았고 그분이 닦아온 길을 40년간 따르다 보니 그분의 뒤를 이어 한국새사도교회의 주교가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그분께서는 서울의 국민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조그만 무역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때에 카나다에서 오신 한분의 사업가를 만났는데 그분은 캐나다 새사도교회의 사제이기도 하셨답니다. 주교님은 당시에 이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도 알지 못하고 오직 멀리서 좋은 일 하려 한국까지 오신 분을 도우고저 했다고 하십니다.
후에 알고 보니 영국의 국교가 성공회 인 것처럼. 이 교회는 독일의 국교 같은 교회로 캐톨릭, 성공회와 함께 3대 구교 ( 舊敎 )의 하나 이고 세계 220개 국가에 교회가 세워져 있는 거대한 교회였습니다. 세계의 모든 목회자가 모두 자기의 생업을 가지면서 무보수로 목회 봉사를 하는 교회체제입니다. 캐나다대교구 총재께서는 이분의 진실함과 열정을 일찌감치 발견하시고 40년 전에 그를 캐나다로 초청하여 믿음의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일부러 한국까지 방문하신 크라우스 대교구장께서 서울 서소문교회에서 그분께 사제의 서품을 안수하셨습니다. 이후 그분은 서울에서 쌓았던 모든 기반을 남겨두고 호남교구장으로서 전주와 광주, 제주지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나도 그분을 광주에서 뵈웠습니다. 이 때 남원의 한 장로교회 목사님이 이 믿음을 받아 들이시고 남원지역에 복음을 전파하자 캐나다 대교구에서는 주교님이 남원으로 이주하기를 부탁하였고 이를 받아드린 주교님께서 5.18나던 해에 광주의 세무사 사무실과 함께 남원으로 옮기면서 지리산지역의 개척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부귀와 영화를 찾고자 도시로, 도시로 향하던 1980년대 주교님 내외께서는 오히려 서울의 모든 터전을 뒤로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남원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으시고 지리산 자락 마다 복음을 전하시면서 손수 수십 개의 교회를 지어주시고 지리산 자락에 믿음의 새벽을 열게 하셨습니다. 1992년 8월 마닐라에 오신 새사도교회 세계총재 스위스의 Fehr 사도장님으로부터 한국교구장과 주교의 서품을 받으시고 난 뒤 중국 동포들이 사는 만주교구( 길림. 장춘 연길)도 여셨습니다. 그분은 재임기간동안 100여 차례가 넘는 해외 순방을 통하여 민간외교의 지평을 여 섰으며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그 이름이 더 알려졌던, 사도바울과 같은 전설적인 전도인의 사명을 다 하셨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지도자들의 예배를 영문 통역 하시고 한국사제들을 위하여 영문설교를 번역하시면서 황무지에서 오늘의 한국 새사도교회를 이룩하셨습니다.
주교를 퇴임하시고 주교의 자리를 저에게 계승하신 뒤에도 그 열정은 식지 아니하여 이제 민중의 새벽을 열기 위해 쓰신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신다니 그분의 남원사랑을 다시 보면서 그분의 열정이 이제 지리산 자락 민중들의 생명수가 되어 새벽의 여명을 함께 비출 수 있게 되기를 기원 하옵고 이 패역한 땅에 그분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바 입니다.
8) 세무사를 뛰어 넘어 경세가(經世家)요 경세가(警世家)
한국세무사회 회장 정구정
그분은 세무사를 훨씬 뛰어 넘는 탁월한 문필가요 경세가(經世歌), 그리고 세상을 깨우치는 또 하나의 경세가(警世家)입니다. 그러한 분이, 우리의 동료 세무사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커다란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호련 회장이 세무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남원이 비록 향촌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글로써 덕업을 권장하시고 사회를 계몽하셨으며 지역 후배들에게는 예절로 교유하시면서 시공을 초월한 지역개발과 사회운동까지 전개하고 계시는 모습에 전국의 모든 세무사님들과 함께 찬사를 보냅니다. 필자가 쓰신, 익산에 불망비가 세워져 있다는 <조선조 김육 재상>과 같은 경세가들이 우리 세무사 가운데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9) 지리산의 빛이 되어...
유인학 (한양대 교수. 2선국회의원. 조폐공사사장. 지리산세계유산등재 추진위원장)
南園은 나의 고교 1년 후배이시다. 그분이 작년에 영암에서 있었던 나의 선친 동상제막식에 참석하고 난 뒤 쓰신 <농민운동가, 그리고 독립운동가 유혁은 누구인가. 그는 월북 했는가 납북되었는가 >라는 아버지에 대한 평전을 읽고서, 광주광역시 부시장을 했던 나의 장조카 수택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가 불세출의 문필가요 사상가 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또한 나와함께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계신다.
본문
16) 늑대 같은 남자
뭇 생명이 춤을 추는 신록의 5월이 와도 한번 간 늑대는 영 소식이 없다.
한국늑대는 조선 말기에 한반도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3천 마리가 넘는 늑대가 대량 학살되었고 한국전쟁 뒤 거의 멸종되었다고 한다. 1960년대 경북 영주에서 잡힌 5 마리 늑대의 마지막 후손은 수년 뒤에 서울 대공원에서 죽었고, 1980년에 경북 문경에서 한 마리가 잡혔으나 곧 죽었다. 남한에서는 그 이상 늑대가 발견되지 않았다. 2008년 러시아 볼가 강 유역 샤라토프 주에서 야생 늑대 7 마리를 포획해 대전 ‘오 월드’ 에 들여 온 지 2년 만에 6마리의 새끼를 낳아 자연 번식을 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러시아 산 이지만 30년 만에 국내에서 출산한 늑대 새끼다. 이로서 늑대의 복원을 위한 전기가 마련 된 것이다.
내가 늑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진돗개 때문 이다. 진돗개를 좋아한 우리내외는 진도까지 가서 백구 새끼 한 쌍을 사 왔다. 그리고 검정색 바탕에 입 주위와 네 다리가 황색이고 두 눈 위에 황색 점이 있어 눈이 네 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네눈박이 라고 하는 블랙 탄도 한 마리를 키웠다. 그가 늑대를 꼭 닮은 재색 빛 갈의 새끼 한 마리를 낳았는데 늑대 모습 그대로였다. 이름을 재구라고 지어 주었다. 아주 잘 생기고 특이해서 많은 애견가들이 욕심을 냈었다. 그 재구를 지극히 좋아 했던 한 친구에게 주는 바람에 재구가 내 곁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 사랑스런 모습이 눈에 선하다.
늑대는 개과에 속한다. 큰 바위와 바위사이, 절벽의 큰 바위 밑, 자연 동굴 같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마른풀, 짐승의 날가죽, 털 같은 것을 깔고 새끼를 낳는데 번식 기는 1-2월, 임신기간은 60-62일이고 4-6월에 서너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가 위험할 때는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등 모성애가 지극하고 지능이 대단히 높다. 소형 야생동물들이 그의 먹잇감이고 꿩이나 닭 같은 야생 조류도 잡아먹는다. 일부일처제로 보통은 가족단위로 생활 하지만 겨울에는 여러 가족이 모여 큰 떼를 이루기도 한다.
최근 동물학자들이 발표한 늑대의 품성 보고서를 보면,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늑대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운다. 늑대는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음식을 제공 한다. 늑대는 제일 약한 상대가 아닌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서 싸운다.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늑대는 인간이 먼저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 하지 아니 한다.” 고 했다.
이러한 늑대를 인간들이 모두 잡아 죽여서 우리나라 늑대는 지금 멸종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몸에 좋다는 산짐승이나 뱀, 개구리까지 다 잡아먹어 생태계가 위험스런 지경에 이르렀다. 개발을 한답시고 지구의 곳곳에서 나무를 베고 숲을 없앤다. 숲은 인체에 비하면 허파와 같은 것이다. 허파 없는 인간을 생각 해 보자.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환경오염을 일으켜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이변에 따른 재난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자연보호와 자연환경 교육은 이제 여자가 앞장 서야 겠다. 그리고 없어진 늑대도 여자가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이런 늑대가 아주 나쁜 짐승으로 표현 되고 있으나 더 사납기로 말 하면 사자와 호랑이, 표범들이 있지 않은가 ? 왜 호랑이 띠(해)는 있는데 늑대 띠는 없을까 ? 사람도 인상은 고약 하지만 의외로 심성이 고운 남자도 많다. 세상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많다고 하는데 늑대만도 못한 인간들도 참 많다. 늑대는 여자들이 가장 좋아해야 할 짐승일 것 같다. 늑대를 하찮은 남자와 비교 해 서는 안 될 것 같다. 남자들이 늑대만큼만 살아간다면 여자는 거의 울 일이 없을 것이다. ‘늑대 같은 남자’ 라고 말하면 칭찬으로 받아 들여야 옳을 것 같다. 여자들이 늑대를 찾아 나서야겠지만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은 늑대 같은 남자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만일 한국늑대가 남한에서 다시 발견되면 이는 세계적인 토픽이 될 것이요, 미혼녀가 늑대 같은 남자를 발견 하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 될 것이다.
이글을 어느 여인에게 보내 드렸더니 이런 답신이 왔다.
“ 남자를 지칭 할 때 늑대 같은 X 이라고 하잖아요? 늑대가 이렇게 의협심 강하고 가정적이며 사랑을 아는 동물인데 왜 사람들에게 나쁜 의미로 불릴까요? 그냥 사납고 무서운 동물이라서? 선생님의 글을 읽고 보니 그런 늑대 같은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옆에 있는 제 딸에게 이글을 큰 소리로 읽어줬어요. 그랬더니 ”요즘 그런 남자가 어디 있냐? 고 그러네요. 드물긴 하겠지만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순신 장군이 싸운 불멸의 바다
-광주지방세무사회 한산섬 연수기-
진도 입구 울돌목에 가면 장군께서 남기신 다음의 말이 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어찌 나라가 있으리오.
1593년(선조 26년), 장군이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호남은 우리나라 역사상 대표적인 구국항쟁의 산실이요 본거지였다. 왜군의 침략으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 했을 때 호남인들은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쳐 싸웠다. 해전에 참가한 수군의 병력, 함선, 군량미 등 90%를 전라도에서 조달했기 때문에 전라도는 국가존립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호남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함께 묻어 있다.
장군은 왜왕인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1536-1598)가 죽어 왜군이 철수하려 하자, 11월 18일 적군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해 노량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장군은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오늘은 기어코 죽기를 맹세합니다. 천지신명님께서는 꼭 이 적을 섬멸토록 힘을 주소서!“
그러나 장군은 이 싸움에서 적탄을 맞고 쓰러졌다. 장군은 곁에 있는 맏아들과 조카를 시켜 방패로 자신의 몸을 가리게 하고는 비장하게 말했다.
“지금은 전투가 한창이니 내가 죽었다는 것을 절대 말하지 마라!”
장군은 54세 11월 19일 새벽,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고 조카 이완은 전투를 계속 지휘하여 200여 척의 적선과 만여 명의 적들을 바다에 수장시켰다. 장군의 유해는 고금도에 잠시 안치했다가 다음해 2월에 아산 금성산 아래로 옮겨 장사지냈다. 조정에서는 우의정에 증직하였고 6년 뒤에 일등공신으로 봉하고 좌의정을 증직했다. 인조 때에 이르러 충무공의 시호를 내리고 정조 때 다시 영의정에 증직하였다.
배에서 본 한산도는 생각보다는 훨씬 큰 섬이었다. 배에서 내려 언덕바지로 한참 올랐더니 제승당이란 현판이 마주 보였다. 우측을 보니 바닷가 절벽에 단아한 수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수루에 오르니 장군의 모습은 볼 수 없고 안으로 들어서니 일본 함대 59척을 격파했던 대첩지의 파도만이 눈앞에 넘실대고 있었다. 이곳이 학익진을 펴고 성난 화염을 뿜으면서 거북선이 출진했던 이순신의 불멸의 바다가 아닌가? 수루는 마치 호로병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천혜의 망루였다. 이곳이 왜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사방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셨던 수루이며 수시로 홀로 앉아 우국충정으로 기도하신 곳이다. 그때 어디선가 시를 읊는 소리가 낭랑히 들렸다. 혹시 환청인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수루에서 내려오니 곧 제승당이다. 이곳은 당시 삼도수군 초대통제사로 오신 장군이 3년 8개월 동안 한산섬 전체를 군사기지로 만들고 전투를 지휘하신 곳이다. 지금의 해군사령부 같은 곳이다. 1593년에 장군이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셨던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당시의 전황을 그린 5폭의 그림이 배열되어 있었다. 우리 수군들이 적선에 올라 피를 흘리면서 싸우고 있었다. 적과 싸울 때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어찌 이 나라가 보전될 수 있었을까?
맨 우측으로 눈을 돌렸다. 장군이 앉아 계셨다. 오색의 장군복장을 갖추어 입고 수심에 찬 얼굴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계셨다. 액자 안에 앉아 계시는 장군을 향하여, 몇 번 인기척을 했으나 못 들으신 것 같다. 그 모습, 진정 성웅이었다.
국보 76호 난중일기에 기록된 전몰장병을 위한 장군의 제문(祭文)이다.
“윗사람을 따르고 상관을 섬겨 그대들은 직분을 다했건만 부하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일, 나는 그런 덕이 모자랐노라. 그대들의 혼을 한 자리에 부르노니 여기에 차린 제물을 삼가 받기 바라노라.”
인간 이순신이 남긴 서간문의 일절이다.
“… 제가 지난날 건원보 권관으로 있을 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천 리를 분상한 일이 있었는데 살아계실 때 약 한 첩 달여 드리지 못하고 영결조차 하지 못하여 그것으로 평생 한이 되었습니다.…”
이순신이 셋째아들 면(勉)의 전사소식을 듣고 통곡하면서 쓴 난중일기의 한 구절이다.
“…간장이 찢어지는구나. 내가 죽고 네가 살아야 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런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느냐? 천지가 캄캄하고 백일조차 빛을 잃었구나.…”
1593년(선조 23년)-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호남은 한국 역사상 대표적인 구국항쟁의 산실이요 본거지입니다. 왜군의 침략으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호남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바쳐 싸웠습니다.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務國家), 호남이 없으면 어찌 나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1595년 갑오년 1월 12일에 쓴 난중일기의 또 다른 구절이다.
아침을 먹은 뒤 어머님께 하직을 고하니 "잘 가라,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 하고 두 번 세 번 타이르며 조금도 이별하는 탄식을 아니 하셨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 진중에 머무는 3년8개월 동안 늙으신 어머님을 위로해 드린 일은 있어도 아산 본가에 있는 부인에게는 한 번도 간 일이 없었다. 장군이 감옥에서 풀려나 백의종군으로 남쪽 병진으로 찾아가는 도중에 아산 선영으로 운구하고 있는 노모의 시신을 만났다. 그러나 어머님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다만 성복만 마친 채 다시 남해로 향했던 것이다.
지봉 이수광이 만장에 바친 글이다.
파도는 영웅의 한을 풀지 못하고
역사에만 부질없이 큰 공로 적혔네.
오늘의 사나이 몇 사람이뇨
슬프다 충의의 이 장군이여.
나는 여전히 기도하시는 장군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제승당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 영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색찬란한 장군 복을 차려 입고 지휘봉을 들고 앉아 계신 장군의 모습은 인자하면서도 위엄이 넘치셨다. 나는 머리를 숙여 한참이나 고인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 드렸다. 그리고 수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나는 교회 국제행사가 열리는 도쿄타마 예배에 참석했다. 그날은 고인을 위한 예배 날, 3월 첫 번째 일요일이었다. 사도님은 나를 성단으로 부르시더니 나의 감회를 듣기를 원하셨다. 나는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 말했고 일본의 사제님이 다시 일본교우들을 위하여 일본어로 통역하였다.
“이 세상에 살면서 구원의 기회를 받지 못하고 죽으신 수많은 영혼들이 지금 저 세상에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 은혜의 시대에 태어나 교회라는 곳도 다니고 있지만 오래 전 우리들의 조상들은 그런 기회를 받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셨다. 예를 들자면 이순신 제독(Admiral Lee)과 같은 분이다. 그분은 우리 민족을 구하신 성웅이시다. 그러한 성웅은 시대를 잘못 태어나 구원에 이르지 못하고 우리 같은 범부들은 운이 좋게 이 시대에 태어나서 구원을 받는다.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다. 그러한 영혼들을 위해서도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을 마련하실 것이다. 3월 첫 번째 일요일-그것이 오늘 우리가 드리는 고인을 위한 성례(聖禮. Service for Departed)라는 것이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그 말을 하고 자리에 앉은 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신앙은 국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일본교우들이 나의 간증을 은혜로 받아 들였을지 모르지만 왜 하필 일본인 앞에서 이순신 장군의 예를 든단 말인가? 그때 일본교우들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평소 내가 한국의 교우들에게 들려주던 예화가 무의식중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장군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오늘, 내가 일본에서 했던 그 말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역사의 얼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법이다. 이순신 장군이 싸운 불멸의 바다! 그것은 우리에게 새겨진 영원한 역사의 얼이다.
목차
6장. 추가 수록 (8편) -
1.끌려간 남원의 도공- 망향가, 오늘이 오늘이옵소서-
2) 12월 24일, 나의 마지막 주례사
3. ‘새벽’의 주요한, 타고르- ‘동방의 등불’
4. 새벽이 와야 하는가-지리산 새벽포럼 발기선언문-
5. 태산에 오르니 세상이 작다.
6. 이순신이 싸운 불멸의 바다- 광주지방세무사회 한산섬연수기-
7.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의 매화 꽃을 보셨는지요.
8. 시. 군의원제도 없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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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1 19:4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