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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02 02:58:35
김문수 경기지사의 ‘춘향전 망언’에 남원 유관단체가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의 발언이 어이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지난 22일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얘기”라고 한 것은 시정잡배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언사였다. 남원시민들은 춘향을 난잡한 영화 ‘방자전’으로 왜곡한 일부 몰지각한 영화인들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대권 주자의 모습에서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남원 유관단체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100여개 단체가 조영연 남원시의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김문수 경기지사 춘향전 망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김 지사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경기도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결국 김 지사는 방송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YTN 인터뷰(27일)에서는 “본질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 그 점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여러 가지로 수행이 부족해서 말이 거칠어서 죄송하다.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죄송’이라는 표현은 4번, ‘잘못’이라는 말은 2번 썼다. CBS 라디오에서도 “춘향전을 비하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탐관오리 변 사또를 비판하다 보니까 말이 격하게 나와서 잘못됐다”고 조아렸다. 자치단체장이 타 단체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미흡하다며 한나라당이 김 지사에게 책임추궁을 해야 하며, 남원시에 사과서한을 보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기세등등해진 비대위가 지나치게 대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방송에서 그정도 사과를 받아냈으면 사태를 수습하고 본업에 복귀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김 지사가 타격을 받을 만큼 받았기 때문이다.
내년 대권그림을 구상 중인 김 지사에게 이번 춘향 비하발언은 두고두고 공격받을 소재가 됐으며, 이를 경쟁자들이 놓칠 리 없다. 진보 언론들이 앞 다퉈 그의 언사를 꼬집으면서 전국적으로 망신도 충분히 당했다. 남원은 이쯤에서 손을 털고 나오는 게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관용은 ‘사랑의 도시’의 이미지에도 부합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친 대응은 오히려 동정론을 불러온다. 남원이 ‘속좁은 동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춘향고을 주민들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김문수경기지사
세계일보 조사위 이 태 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