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를 내줄 것인가? 남원 지역 정치인들은 허수아비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서남대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설립자 이홍하씨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교과부 특별감사로 드러난 의대를 비롯한 학사운영 전반의 부실과 비리 때문이다. ‘교육투기꾼’ 이씨의 전횡으로 남원 유일 종합대학이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남원인의 한사람으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지금 교과부나 보건복지부 등 중앙 관가의 분위기는 이렇다. 의대는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므로 한 치의 소홀한 학사 운영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교과부나 의사협회 등은 서남대에 많은 기회를 줬으나 부실교육은 시정되지 않았고 악화됐다. 설립자에게 휘둘려 온 학교 당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향후 시정될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수사회? 설립자에 견제세력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서남의대 정원을 회수해 타 대학에 줘야 한다.
이런 기류는 지난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인숙 새누리당,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 교과위(박인숙), 보건복지위(이목희) 의원들이 주최한 자리였지만 남원·순창 지역구 강동원 의원(문화관광위)도 참석했다. 박종천 서남의대 학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남대·전북대 등 주변 의대와의 연계를 통한 교육과정 정상화를 골자로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집중포화를 맞았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상습적인 거짓 보고와 부풀리기로 이미 신뢰가 깨져 돌이키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임기영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은 “그동안 무수히 노력하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설측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이번 정상화 방안 역시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화 방안에 들어있는 교수수도 믿을 수 없고, 명단에 80세, 83세 교수님들이 들어가 있는데 무슨 교육을 하는가”라며 질책했다. 박 학장이 내놓은 방안은 이날 의료계 관계자 등으로부터 무참하게 난도질당했다.
그러나 지역의 입장에서 서남대 특히 의대를 폐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학은 단순히 학교 하나가 아니다. 대학은 해당 지역 경제와 문화의 거점이다. 특히 남원과 같이 지방 소도시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고령화된 지역 사회에 젊은 사람 그림자라도 볼 수 있는 것은 대학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서남대 폐쇄는 주변 상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위축된 남원에 커다란 악재다. 과거 남원 지역 KBS가 사라지고 난 뒤 상황을 되짚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은 방송국 하나 사라졌을 뿐이지만 파급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만약 학생 수천명, 교직원 수백명, 외부 인사들이 오가는 대학이 폐쇄될 경우 남원은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의대 정원은 타 지역과 대학에게는 군침도는 먹잇감이다.
남원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강동원 의원을 꼭짓점으로 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삭발투쟁이라도 해서 대학 폐쇄나 이전 논의를 막아내야 한다. 서남대 교수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학 정상화 방안에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 특히 의대 정상화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분야다. 가장 큰 걸림돌인 부속병원 설립이나 협력병원 선정 등에 발 벗고 나서 단기 대책과 장기 대책을 정리해야 한다. 남원의료원을 의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교육 투기꾼 집단’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교과부에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하고 정상화될 때까지 교과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비리사학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하고 지역이 대학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부와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동원 국회의원과 이환주 남원시장, 김성범 의장. 그리고 도의원들 그리고 시의원들은 정파를 넘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별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조직력 있게 한목소리를 내야 서남대 폐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교과부와 복지부 그리고 국회를 설득해야 하고, 도의원은 전북도를 이 시장은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지금 와서 네 탓 공방은 공멸의 길이다.
특히 강 의원에게 요구한다. 물론 국회의원이 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지난 10여년 곪아왔던 문제의 책임을 떠 앉게 돼 억울할 것이다. 초미니 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운신의 폭도 제한적일 것이다. 지역에서는 강 의원을 흔들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모리배들도 많다는 점 알고 있다. 그러나 이강래 전 의원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을 때는 이런 모든 상황의 책임까지 다 떠 앉을 각오를 한 것 아니었던가? 힘든 남원지역의 상황을 탓하고 이 전 의원 탓을 할 거였으면 그 자리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분명 강 의원은 출마할 때 과거의 이 전 의원이 망쳐놓은 지역을 살리겠다고 일갈했었다. 지금 남원의 대표는 강 의원이다. 서남대가 사라진다면 특히 의대 정원을 타 지역에 내주게 된다면 ‘서남대 없앤 의원’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유권자는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이환주 시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미온적이라면 민주당 소속인 이 시장 책임이다. 강 의원은 군소정당으로서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만약 강 의원의 어려운 상황을 즐기고 있다면 ‘제 발등 찍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시장의 역량 부족일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들이 서남대 의대 정원을 빼 전남권 대학에 주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재임기간 대학을 폐쇄시킨 시장이라면 남원은 물론 어디서든 정치할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대학 없앤 시장'이라는 불명예는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하루빨리 강 의원과 대책을 숙의하길 요구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직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정부와 의료계를 설득하길 남원 시민들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