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날, ‘파머스 마켓’ 그리고 거라지 세일(벼룩시장)
-미국 여행기(15) --
길을 걷다보면 단독주택 차고(거라지:Garage)앞에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판다. 집에서 쓰지 않는 골동품이나 장난감, 유모차, 책이나 카드 같은 어린이용품들, 새것 같은 예쁜 아기 옷 그리고 중고 가전제품 등을 내놓고 저렴하게 파는 것이다, 가벼운 옷가지에는 모두 1달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밍크코트도 있고 어떤 때는 희귀하고 질 좋은 옛날 물건을 값싸게 살 수도 있다. 값이라야 10불 안팎이다. 그리고 집 앞에는 그 집 아이들이 풍선을 높이 들고 판촉을 한다. 나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면서 디자인 좋은 고급시계와, 명품넥타이 그리고 부스러기(스부) 다이아가 박힌 넥타이핀 등 한 세트를 15달러에 샀다. 이사를 가는 경우 가구나 가전제품도 진열하여 싸게 판다. 독일에서도 그런단다.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영국에도 재활용가게 ‘옥스팜’이라는 자선매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원순 변호사가 옥스팜을 본떠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었다. 영국인들도 이제는 옥스팜에서 옷을 샀다고 자랑한단다. 그러한 가게 이외에도 고급스럽고 멋있는 옷들이 많다. 아마 고급스러운 사람들이 몇 번 입고 이러한 곳으로 보낸 모양이다. 나 역시 비싼 메이커 옷을 샀어도 이리저리 보면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재활용 매장에서 좋고 싸게 산 옷은 어찌 그리 오진지 모르겠다. 사가지고 와서 몇 번이고 입어보고 아내에게도 자랑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백미는 그 나라의 재래시장이나 장터 또는 야시장에 가는 일이다. 미국도 우리나라 5일장 같은 ‘파머스 마켓’ 이란 농부시장.(Farmers Market)이 있다. 연길에서는 천변에서 매일 새벽 4시부터 야채 시장이 선다. 채소는 물론이고 거위, 돼지, 백두산의 산양삼, 송이, 상황버섯 등 없는 것이 없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홍콩의 야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캐나다에서는 장날이 주말마다 선다. 땅에서 나오는 것은 다 있다. 특히 실내 대기장에서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수천 마리의 소떼들은 장관이었다. 요리조리 목책 통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경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에 희귀한 블루베리, 블렉베리, 엘더베리, 엘로우베리, 산딸기, 체리 그리고 집에서 만든 홈 메이드 소시지, 치즈가 눈길을 끌었다. 흰 당근, 여러 가지 색깔의 고구마, 방울토마토, 우리팔로 한 아름 되는 누렁 늙은 호박들도 나와 있다. 호박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호박들이다. 장날 새벽바람을 쏘이면서 먹는 뜨끈뜨끈한 햄버거와 수프는 별미다. 제일 맛있는 것은 단연 헝거리안 소시지였다. 청량고추를 넣은 것 같이 매콤한 것이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 딱 맞는다. 그 소시지를 1년간을 주방에 달아놓아도 변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도 그것을 한 줄 사가지고 신주 모시듯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농부시장이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안젤리스, 샌디아고, 워싱턴, 아틀란타 등 전국에 4,900여 곳에 있다. 주로 주말에 관공서, 대형주차장에서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땅에 벌려 놓고 팔지만 그쪽 좌판은 높이가 배꼽 이상 되는 나무좌판으로 모두 서서 파는 것이 다르다. 최근엔 미셀 오바마 여사가 워싱턴의 파머스 마켓을 방문하여 연설도 하였고, 자신도 백악관 뜰에 야채를 심는다고 하여 요사이 미국에서는 파머스 마켓에 대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파머스 마켓에는 올가닉(유기농)채소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값이 싸다. 직거래이기 때문이다. 체리 벨리 등 어지간한 과일은 조그만 플라스틱 한 박스에 무조건 1달러다. 커다란 아드카보는 1달러에 두 개, 허브, 조그만 선인장들도 예쁜 플라스틱 화분에 담겨 1달러, 꽃다발은 15달러다. 집에서 그려온 격조 높은 화가들의 그림이나 도자기도 저렴하다. 각종 애완동물들도 인기다. 세계 각국의 인종들이 붐비고 특히 어린애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 소풍처가 되는 곳이다.
아틀란타에는 한국동포 신영교 회장이 경영하는 ‘뷰 포드 파머스 마켓’이 있는데 매장의 면적이 3,000평이고 주차장만 1만평이라고 들었다. 단일 매장으로 세계 제일의 코카콜라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곳에 다 있다. 여기에서는 한국의 사자춤이나 각설이타령 공연도 한다. 한쪽에서는 밴드가 공연하고 또 거리의 여악사도 등장한다. 뉴욕부근에서는 파머스 마켓을 못 보았지만 그 대신 대도시에는 훌 세일 푸드 마켓 (도매시장), 대형 수퍼마켓, 차이나타운에 가면 값도 싸고 없는 것이 없다.
역시 사람이 바글 바글 끄는 모란시장 같은 장터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나도 외국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그 지역의 농부 채소시장을 찾는다. 이러한 농부시장이나 대형 수퍼마켓에 가는 것이 명품 아울렛 마트에 간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인상에 남는다. 그러나 패키지여행을 하는 일반 여행객은 시간과 일정관계로 갈 수가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