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는 끝났고 화합이 남았다 -
선거는 끝났다. 승리한 강동원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고배를 마신 이강래 민주당 후보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승자나 패자 모두 남원, 순창지역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펜을 잡았다.
먼저 강 당선자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4년,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좌고우면할 틈도 없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남원, 순창지역민들의 고통은 무거웠고 그 심판의 칼날은 매서웠다. 중앙과 지역을 아우르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가진 민주당 후보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제 남원, 순창지역의 경제난과 그로 인한 인구 감소를 완화시키는 책임이 강 당선자 어깨에 올려진 것이다. 중앙 정치에 매몰돼 지역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4년 후는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소수 진보 정당의 특성상 중앙무대에서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지역을 소홀히 해서는 진보 정당의 남원, 순창 진출은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 당선자가 이 후보를 비판했던 수많은 말들이 4년 뒤 비수가 돼 본인에게 똑같이 날아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강 당선자에게 소통과 화합을 주문한다. 아마도 유일한 길일 게다. 우선 강 당선자가 속한 통합진보당은 소수정당이다. 예산 등 중앙무대로부터의 지원은 민주통합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게다가 지역 발전을 위한 파트너격인 남원시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이며 이 후보와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역 패권을 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강 당선자와 이환주 시장이 2라운드를 벌일만한 토대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도 상당부분이 강 당선자의 몫이다. 승자가 가야할 길이고, 그래서 승자의 길은 쉽지 않다. 소통과 화합의 책임은 승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 치러진 토론회에서 강 당선자는 이 후보를 ‘악연’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인연’이라며 포용했다. 강 당선자의 첫 걸음은 이 후보를 ‘인연’으로 만드는 것이다. 강 당선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후보도 12년 동안 동분서주 고생이 많았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지역경제가 어려워진 화살이 모두 자신에게 꽂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치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다. 남원, 순창 주민들이 이미 그를 거물급으로 성장시켜 줬기 때문이다. 이미 제1야당의 원내대표와 예결위원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2년 동안 쌓아 온 인적 네트워크도 상당할 것이다. 다소 위축됐다고는 하나 당내 기반이 없는 것도 아니다. 토대는 충분하다. 그의 역량만 남은 것이다. 만약 중앙무대에서 기반을 닦지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면 16년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이 후보가 정권 교체 경험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요직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재성 무소속 후보는 마음을 비우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그 역시 남원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좌절해서는 안된다. 남원 발전을 위해 헌신할 자리를 찾아 봉사하며 때를 기다리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 그러나 그 전에 무소속 후보 단일화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선거에 나선 이유와 배경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 선거로 그의 정치생명이 끝난 것은 아니며 선거는 때가되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무리수를 뒀고 그 과정에서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다음을 노리는 정치인의 자세일 것이다. 남원, 순창 주민에게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실감했을 것이다.
선거는 끝났고 인물은 바뀌었다. 그러나 지역의 앞날은 여전히 암담하기만 하다. 뚜렷한 소득원 없이 농업과 관광으로 먹고사는 지방소도시가 믿을 것은 사람뿐이다. 강 당선자의 ‘파이팅’ 넘치는 활동력과 이 후보의 ‘노련함’이 어우러져 지역 발전을 견인해보길 기원해 본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는 해도 강 당선자와 이 후보 그리고 남원, 순창 주민들이 모두 '윈-윈'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 태 술